나태주라는 인물이 그려내는 궤적은 늘 흥미롭다. 화면 속 나태주는 공중을 가르고 송판을 격파하며 트로트를 부른다. 그 격정적인 무대를 볼 때마다 필자의 머릿속을 스치는 본인의 지독한 자평이 하나 있다.
“태권도가 없는 나태주는 벌거벗은 원숭이다”
자신을 상징하는 태권도 퍼포먼스를 하지 않으면 마치 옷을 안 입은 듯 어색하다며 털어놓았던 그의 오랜 고백이다.
그러나 솔로 트롯 가수로 첫발을 내딛고 6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지금, 나태주를 향한 시선은 판이하게 달라졌다. 무대 위에서 흘린 피땀을 기억하는 팬들은 이제 그를 ‘벌거벗은 원숭이’가 아니라 황금처럼 빛나는 ‘황금 원숭이’라 부른다. 태권도의 절도 넘치는 동작에 댄스와 부드러운 율동, 그리고 탄탄한 보컬이 어우러지며 나태주라는 독보적인 대중문화 장르가 완성되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나태주를 2020년 대국민 트롯 오디션을 통해 일약 스타덤에 오른 신예로 기억하곤 한다. 하지만 그의 집념은 훨씬 더 깊은 뿌리를 가지고 있다. 이미 20년 전인 2006년, 고등학생이던 나태주는 SBS ‘스타킹’에 ‘트로트 태권 무술 소년’으로 출연해 무대를 뒤흔든 바 있다. 당시 코치님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며 창시했던 ‘태권 트롯’은 시대를 너무 앞서간 파격이었으나, 그 씨앗은 결국 훗날 만개했다.
“고1 때 해외 공연을 가기 일주일 전에 섭외가 와서 ‘스타킹’ 촬영을 했어요. 태권도를 하던 친구가 트로트를 얼마나 좋아하면 무술과 트롯을 합쳤겠어요? 그 때부터 만들어왔던 태권 트롯이라는 무기가 헛되지 않았던 거죠.”
그의 이력서에서 눈에 띄는 또 다른 대목은 할리우드 진출이다. 2015년 영화 ‘팬(Pan)’에 조연으로 캐스팅되어 휴 잭맨과 같은 세계적인 대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어릴 적부터 ‘한국의 성룡’을 꿈꾸며 운동했던 소년은 웅장한 할리우드 세트장에서도 꺾이지 않았다. 지금도 액션 영화에 대한 열망을 숨기지 않는 그는 “이 나이에 와이어도 없이 100% 제 몸으로 뛰고 날 수 있다”며 정통 액션 연기를 향한 당찬 자신감을 드러낸다.
화려한 무대 뒤 인간 나태주의 모습은 의외의 반전과 무해한 순수함으로 가득 차 있다. 세계 품새 선수권 챔피언이자 무대 위에서 공중회전을 하던 청년이, 정작 병원 주사 바늘 앞에서는 벌벌 떨며 간호사에게 “안 아프게 하는 법 없냐”고 몇 번씩 물어본다고. 또 몸에 열이 많아 매운 음식은 입에도 대지 않는다는 엉뚱함도 지녔다.
“제가 매운 음식을 못 먹는 것이 아니라 워낙 열이 많아 매운 걸 먹으면 옷이 젖을 정도로 땀이 나서 메이크업할 땐 절대 금물입니다. (웃음)”
2021년 한 방송에서 “3~5년 안에 결혼하겠다”고 호언장담했던 공약에 대해서는 “시간이 이렇게 금방 올 줄 몰랐다. 입이 방정이었다”며 쑥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때는 5년이 안 올 줄 알고 자신 있게 말했는데 입이 방정이었죠. 눈 깜짝할 사이에 2026년이 와버렸는데 연애도 못 하고 있습니다.(웃음) 팬분들도 이제 장가 좀 가라고 하시는데, 좋은 사람만 있다면 하루빨리 연애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연애조차 못 하고 있다는 고백과 함께 팬클럽 ‘태주날개’의 누나, 동생, 그리고 자신을 실제로 보고 감격해 대성통곡하던 어린 아이 팬들의 에피소드를 전하는 그의 눈빛은 참으로 따스했다.
하지만 음악과 안무 앞에 서면 그의 표정은 이내 날카로워진다. 박구윤 작곡가가 선물한 ‘비상금 인생’(올해 3월 발표)은 지하철, 삼각김밥, 더치페이 등 직장인들의 고단한 일상을 다룬 곡이다.
“박구윤 형님이 사우나를 하시다가 유부남들의 비상금 아이디어를 얻어 만든 곡인데 가사가 너무 현실적이고 예술입니다.”
나태주는 트롯 가수로서는 이례적으로 직접 안무실에 상주하며 세밀한 퍼포먼스 동선을 구상한다. 몸을 혹사하면서도 무대의 완성도를 위해 피땀을 쏟는 모습은 그가 왜 차별화된 엔터테이너인지를 설명해 준다.
“저는 무대를 만들 때 안무에 관여를 엄청나게 많이 해요. 트롯 가수가 직접 안무를 짜는 경우가 드물지만, 제가 관여하지 않으면 무대에서 곡의 맛과 몰입감이 살지 않거든요. 그래서 다른 가수분들보다 안무실에 훨씬 오래 있습니다.”
2020년 9월 15일 첫 미니앨범 ‘인생열차’ 음원이 세상에 나온 날을 솔로 데뷔일로 삼고 있는 그는, 데뷔 6주년을 맞아 단독 콘서트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0년 9월 15일 ‘인생열차’ 음원이 나온 날을 가수로 정식 데뷔한 날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6주년을 맞아 팬분들과 예쁜 추억을 나눌 예정이에요. 올 초 약속드린 단독 콘서트를 위해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으니 기대해 주십시오.늦어도 내년 초에는 ‘나태주 단독 콘서트’에 초대할 수 있지 않을까요.”
나태주의 최종 꿈은 롤모델인 마이클 잭슨처럼 전 세계인들이 알아보고 환호하는 K-트롯 아티스트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어디 가서 늘 마이클 잭슨처럼 전 세계 음악 팬들에게 각광받는 아티스트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합니다. 한국의 감성과 다이내믹한 태권 트롯의 매력을 글로벌 무대에 널리 알리겠습니다.”
공중을 향해 차오르는 그의 발차기는 단순한 퍼포먼스가 아니다. 그것은 삶의 무게와 싸우는 모든 이들에게 전하는 가장 뜨겁고 건강한 응원가다. 기자의 눈에 비친 나태주는 더 이상 ‘태권도라는 무기’에 의존하는 가수가 아니다. 그는 이미 대중문화라는 거대한 바다 위에서 스스로 날개를 펴고 비상하는 ‘대체 불가능한 장르’ 그 자체다.
[MK스포츠 홍동희 선임기자]
*해당 기사는 홍동희 기자의 트로트 인터뷰 유튜브 채널 ‘트로트 테레비’에서 영상 인터뷰로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