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를 살리기 위해 만들어진 책이 무대 위로 오른다. ‘자극점’을 낮추고, 그 대신 위로를 담아낸 뮤지컬 ‘이끼숲’이 연말연시를 따뜻하게 물들이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최인아 책방에서 뮤지컬 ‘미끼숲’의 미디어 쇼케이스가 진행됐다. 이날 현장에는 소설 ‘이끼숲’의 천선란 작가와 오루피나 연출, 배우 송유택, 전혜주, 이주순, 정다예, 윤지우 등이 참석했으며, 유재필이 진행을 맡았다.
창작 초연으로 첫선을 보이는 뮤지컬 ‘이끼숲’은 SF소설 장르로 한국 문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천선란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지상이 멸망한 후 지하 도시로 추방되어 통제된 삶을 살고 있는 인물들이 서로의 고통을 보듬어가며 살아 가는 이야기를 다룬다.
“‘이끼숲’은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 사실은 한 명의 친구를 구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야기”라고 말문을 연 천선란 작가는 “‘이끼숲’이라는 세계관 자체가 우울하다. 처음 뮤지컬이 된다고 했을 때 ‘어떤 색이 될까’와 연출이나 뮤지컬에서는 핵심이 되는 부분이 어떤 장면이 될지가 궁금하다”고 털어놓았다.
뮤지컬 ‘모리스’, ‘더 퍼스트 그레잇 쇼’ 등의 박해림 작가가 집필을 맡았고, 뮤지컬 ‘매드해터’, ‘마하고니’ 등의 리카C 작곡가가 음악을 책임진다. 연출은 뮤지컬 ‘매드해터’, ‘이터니티’ 등을 선보인 오루피나가 맡아 작품의 섬세한 감성을 완성 시킬 예정이다.
오루피나 연출은 “원작 소설은 어마어마한 상상력과 꿈을 갖게 하는 작품이었기에, 처음 연출로서 부담도 있었다. 어떻게 무대 위로 올려야 하나 고민도 많이 했다”며 “삭막하고 현실에서 규칙과 정형화된 세상에서 꿈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나아가는 친구들의 대비를 중점적으로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상했던 것들을 어떻게 무대 위에 표현할지 고민이라고 솔직하게 말한 오루피나 연출은 “가시적이고 비주얼적인 것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배우들이 조금은 고생할 수 있지만 멋있는 공간을 표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다. 소설 이상의 장면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원작에서는 친구가 6명인데, 무대 위에서는 4명으로 줄였다. 무대에서 살아있고 생동감 있는 입체적인 캐릭터들이 움직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활자를 무대로 만드는 과정에서 고민이 되는 것이 한 둘이 아니었다고 고충을 털어놓은 오루피나 연출은 “캐릭터의 관점이 잘 표현될 수 있도록 세트라든지 조명이라든지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여기에 청각적인 것도 잘 넣어보자 싶었다. ‘이상한 세상’의 소음을 많이 사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사각적인 감각 뿐 아니라 청각적 감각을 일깨워보고 싶다. 감정을 느낄 때 음악이 대비가 많이 될 수 있도록, 아이러니한 세상을 설명적이지 않게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인공 별을 올려다보는 게 유일한 취미인 클론연구소 경비원 ‘마르코’ 역에는 송유택, 현석준, 홍승안이 캐스팅 됐으며, 도시의 모든 소리를 듣는 도시감청팀 ‘소마’ 역에는 강연정, 강혜인, 전혜주가 연기한다.
송유택은 “마르코는 1장 이야기, 바다눈이라는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인물”이라고 자신이 연기할 캐릭터에 대해 언급하며 “뮤지컬 ‘이끼숲’의 마르코는 자신의 생각과 가치관을 노래로 표현한다. 무대 위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봤던 인물의 넘버가 시작된 순간, 제가 연기하는 인물의 감정이 잘 전달됐으면 한다. 충실하게 감정을 담아 연기하는 것이 제 몫이라고 생각하기에, 무대가 시작된 이후 소설을 찢고 나온 남자, ‘소찢남’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전혜주은 “사랑하는 이를 떠내보내고 지상까지 가려는 마음을 먹는 소마의 감정과 마음의 시간을 잘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 소마는 개인 뿐 아니라 친구들의 관계도 중요한 캐릭터다. 친구들끼리 다 같이 뭉치고 놀고 하는 것들에서도 어떻게 한 명 한 명 관계를 지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잘 하고 있으니 기대해 달라”고 자신을 표했다.
지상의 숲이 실재한다고 믿는 개발건설팀 소속 ‘유오’역에는 정욱진, 이주순, 이한솔이 무대에 오르며, 원칙주의자이자 계획이 모두를 위한 것이라 믿는 도시계획팀의 ‘의주’ 역에는 정다예, 이혜진, 오유민이 함께 참여한다. 깊고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마르코의 동료 ‘은희’ 역에는 김청아, 한비, 윤지우가 캐스팅 되어 무대를 채울 예정이다.
오루피나 연출과 세 번째 호흡을 맞춘 이주순은 “처음 봤을 때부터 전적으로 믿고 신뢰하는 연출님이시다. 연출님이 그려내는 그림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우선적으로 연출님이 무대 위에서 구현하고 싶은 모습을 내적으로 채워놓기 위해 원작소설도 틈틈이 보고 있다”고 깊은 신뢰를 드러냈다.
쌍둥이 자매를 연시하면서 ‘1인2역’에 도전하게 된 정다예는 “두 인물 모두 외적으로 똑같고 목소리도 다르지 않기에, 둘을 어떻게 다르게 보여드릴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특히 ‘의조’라는 인물의 서늘함과 차가움보다 그 아이가 받고자 하는 사랑에 집중하고자 했다. ‘애증’이라는 관계 안에서 쌍둥이 자매가 서로를 증오하지만 그럼에도 사랑할수밖에 없는 정서를 찾으려고 노력했다”고 털어놓았다.
‘바다눈’이라는 에피소드에만 나오는 인물을 연기하게 된 윤지우는 “은희의 이야기를 잃지 않고 굳건하게 가져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야기가 감성적이고 따뜻하지만, 깊은 감정들을 가지고 있다. 연출님과 은희를 이야기하면서 집중하자 했던 건 슬프지만 건강하고 밝은 에너지를 가진 인물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관객들이 잠깐 숨을 돌릴 수 있도록 밝은 에너지를 만든 인물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전했다.
배우들의 연기 열정에 대해 극찬한 오루피나 연출은 “만약 작품이 부족해도 그건 모두 연출의 탓이다. 작품이 아쉽다면 배우가 아닌 연출의 부족”이라며 “배우들이 온몸으로 하고 있고, 캐릭터를 발전하는 데 있어서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생각하고 발견해 나가고 있다. 서로가 서로의 자극이 돼 주는, 최고의 배우들과 함께 하고 있다”고 배우들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끼숲’의 연출 방향성에 대해서는 “해당 작품은 요즘 우리의 시대의 흐름과 청년들의 정신에 기준에 걸맞은 거 같다고 생각한다. 다 함께 으쌰으쌰 하자는 피상적인 이야기보다는, 치열한 삶을 살 때 어떻게든 버텨서 살아보자라는 메시지가 담고 있지 않을까 싶다”며 “요즘에 젊은, 사회에 나온 사람들이 통점이 약하다. 통증에 버틸 수 있는 점이 약한 것 같다. 치열하고 힘든데 조금씨 더 버텨봐야 이 힘듦을 견뎌봐야 다음 단계를 볼 수 있다. 혼자가 아니라 주변에 누구와 함께 한다 보면 힘든 현실과 사회도 조금씩 더 올라가서 단단한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랬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만들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관객들에게 받고 싶은 평가에 대해 “마음은 늘 좋은 평가를 받고 싶지만, 모두를 만족시키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다만 작품을 만들어서 관객들에게 보여줄 때 5초, 10초만이라도 마음이 닿으면 공감이 된다고 생각한다. 노래의 한 소절이 관객들의 마음과 맞닿으면 위로가 된다. 힘든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감동이 됐으면 한다”며 “우리 작품은 자극점이 많지 않다. 극중 인물의 연령이 낮다는 건, 이기적으로 논리적으로 계산해서 맞추지 않는 그런 인물들의 과정을 따라간다는 것이다. 인물들을 보면서 현실을 잠시 내려놓고 위로로 다가가는 작품이 됐으면 한다”고 털어놓았다.
송유택은 ‘이끼숲’에 대해 “가사가 시적이고 서정적이다. 항상 피어있는 이끼처럼, 잔잔하고 싶다, 물 흐르듯이 연기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싶다”고 했으며, 윤지우는 “자극점이 없다고 했지만 따뜻하고 은은하게 ‘우리 살아보는 것은 어때’라고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이 가족과 친구와 보러 오기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작품의 관전포인트에 대해 언급했다.
한편 ‘이끼숲’은 오는 10월 1일부터 12월 13일까지 백암아트홀에서 공연된다.
[강남(서울)=금빛나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