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민이 형을 비롯해 결승에 나서지 않고 예선을 대신 뛰어준 형들에게 꼭 금메달을 선물하고 싶었다.”
김영범이 역영을 펼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애틋한 동료애가 있었다.
황선우, 김지훈, 양재훈, 김영범으로 꾸려진 한국은 24일 일본 도쿄 아쿠아틱스센터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경영 남자 계영 400m 결승에서 3분11초69를 기록했다.
이로써 이들은 은메달을 목에 걸게 됐다. 금메달은 판잔러가 마지막 영자로 나선 중국이 3분10초60의 아시아 신기록을 세우며 차지했다. 동메달은 3분11초96을 적어낸 일본의 몫이었다.
승부처는 마지막 4번 영자 구간이었다. 마지막 영자 김영범은 350m 턴 지점까지 일본의 미쓰나가 슌에게 0.45초 뒤진 3위였으나 마지막 50m 구간에서 폭발적인 스퍼트를 발휘해 미쓰나가를 따라잡고 극적 2위로 터치패드를 찍었다. 김영범의 머리에는 자신의 것이 아닌 ‘김우민’의 이름이 새겨진 수모가 쓰여 있었다.
한국 수영 에이스 김우민은 어깨 부상에도 불구하고 동료들의 체력 부담을 덜기 위해 계영 400m 예선에 나섰다. 다만 직후 통증이 도졌고, 결국 25일 예정된 주 종목 자유형 400m를 기권하기로 했다.
경기 후 김영범은 “우민이 형을 비롯해 결승에 나서지 않고 예선을 대신 뛰어준 형들에게 꼭 금메달을 선물하고 싶었다”며 “우민이 형이 어깨 부상 탓에 준비한 것을 1%도 못 보여주고 이번 대회를 마치게 된 아쉬움을 달래주고 싶어서 형 수모를 빌려 쓰고 레이스에 나섰다”고 말했다.
이어 “우민이 형 수모의 기운 덕분인지 100m 구간 기록에서 생애 처음으로 46초대에 들어갈 수 있었다”며 “레이스 내내 옆 레인 선수들이 보여 떨릴 정도로 치열했지만 정말 짜릿하고 재밌는 경기였다. 믿고 기회를 만들어준 형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활짝 웃었다.
첫 영자로 나서 47초50의 100m 구간 개인 최고 기록으로 기선을 제압했던 황선우는 “멤버들이 끝까지 잘 완주했다.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어 기쁘다”며 “중국과 1초 정도의 격차가 있었는데, 앞으로 팀원들과 더 훈련해서 중국처럼 3분10초대에 진입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이야기했다.
김지훈은 “출전 전부터 ‘나만 잘하면 된다’ 다짐했는데 내 몫을 다하지 못한 것 같아 팀원들에게 미안했다”면서도 “동료들이 빈자리를 잘 메워준 덕분에 값진 결과를 얻었다.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더 정진해 다음에는 1위에 도전하겠다”고 강조했다.
특유의 굳은 표정으로 인터뷰에 응한 3번 영자 양재훈은 “화난 것이 아니라 정말 기분이 좋은 상태다. 원래 표정이 무뚝뚝해서 그렇게 보일 뿐”이라며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개인전과 달리 단체전은 내가 실수하면 팀 전체에 피해가 가기 때문에 더 긴장하고 예민해진다”며 “금메달을 놓쳐 아쉽지만, 팀원 모두가 최선을 다해 잘 마무리 해 뿌듯하다”고 덧붙였다.
[이한주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