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AG인데’ 몸무게 100g 초과 실격, 지도자는 묵인 지시…선수 폭로 후 고개 숙인 유도회 “엄정 조치 나설 것” [아시안게임]

한국 유도에서 지도자의 안일한 판단과 은폐 정황으로 선수가 경기조차 치르지 못하고 실격되는 파문이 일어났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유도 국가대표팀에 선발된 2005년생 유망주 정수진은 지난달 30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의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대회 유도 여자 48㎏급 알리야 무미노바(타지키스탄)와의 16강전을 앞두고 무작위 계체를 통과하지 못해 탈락했다.

체급별 투기 종목인 유도는 경기 당일 무작위 계체를 진행하며, 규정상 체급 상한선의 5%를 초과할 경우 실격 처리된다. 여자 48㎏급에 출전한 정수진의 무작위 계체 허용 몸무게 상한선은 50.4㎏이었다.

정수진. 사진=대한체육회

정수진은 경기 당일까지 기준 체중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현장 지도자들로부터 ‘계체 대상자가 아니다’라는 안내받았고, 이에 따라 음식물을 섭취하며 컨디션 회복에 나섰다.

문제는 이후에 벌어졌다. 경기를 준비하던 정수진은 계체 종료 15분을 남겨두고 자신이 무작위 계체 대상자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통보받았다. 급히 섭취한 음식을 게워내고 머리카락까지 잘라내며 감량에 나섰으나, 최종 계체에서 상한선보다 불과 100g을 초과한 50.5㎏을 기록하며 실격 판정을 받았다. 첫 아시안게임 출전이라는 꿈과 4년간 흘린 땀방울이 매트에 서보지도 못한 채 허무하게 날아간 순간이었다.

파장은 대회 일정이 마무리된 후 정수진이 SNS를 통해 당시 상황을 폭로하면서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정수진은 “경기 당일 계체 추첨 결과가 나왔고 감독님과 코치님이 확인한 뒤 대상자가 아니라고 했다. 재차 확인하기 위해 한 번 더 물었으나 ‘천천히 밥 먹고 회복하라’는 말에 식사 후 첫 경기를 준비했다. 아침부터 굶은 상태여서 죽 300g, 바나나 200g, 이온 음료 600g가량을 섭취하고 몸을 풀었는데, 뒤늦게 계체 대상자라는 것을 알게 됐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지도자들의 사후 대처를 강하게 비판했다. 정수진은 “지도자들은 제게 ‘미안하다, 할 말이 없다. 한국에 돌아가면 책임지겠다’는 말만 남긴 채 남은 선수들을 지도했다. 나 역시 동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힘든 시간을 버텼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이 사실을 대한유도회에 곧바로 알리지 않고, 미디어에는 내 개인 부주의로 탈락했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수많은 비난과 억측에 시달렸다”라며 “귀국 날 감독님은 ‘이번 일이 이대로 넘어가야 조용히 끝난다’고 했다. 내 잘못이 없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사실 그대로 전해졌으면 한다. 마지막 15분 동안 울면서 토하고 잘려 나간 머리카락과 무릎을 꿇고 3분만 더 달라고 빌었던 내 모습을 돌아보니 한없이 비참했다”라고 적었다.

사진=대한유도회

해당 사실을 파악한 대한유도회는 5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유도회는 “현재 세계유도선수권대회에 참가 중인 국가대표 선수단이 대회를 마치고 귀국하는 즉시, 해당 선수와 지도자 등 관련자들을 대상으로 당시 상황과 경위 전반에 대해 객관적이고 철저한 조사를 실시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조사를 통해 계체 대상 확인 및 전달 과정, 선수단의 대응 등 사실관계를 명확히 확인하겠다. 그 결과에 따라 관련 규정과 원칙에 근거해 필요한 조치를 엄정하게 취하겠다”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선수단 관리 및 대회 운영 체계를 면밀히 점검하고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적 개선책을 마련하겠다”라고 덧붙였다.

[김영훈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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