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의 주축 ‘1996년생 3인방’ 김민재(바이에른 뮌헨)·황인범(FC포르투)·황희찬(샬케)이 태극마크를 내려놓는다는 소식이 전해졌으나 일단락됐다.
6일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9~10월 A매치 친선전이 끝난 뒤 세 선수가 국가대표팀 은퇴를 고민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세 선수는 경기가 끝난 뒤 그라운드에서 함께 사진을 찍었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선발 출전한 황희찬, 교체 투입된 황인범, 피로도 여파로 경기에 결장한 김민재가 유니폼을 갖춰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서로 격려한 뒤 다시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선수 대다수가 공동취재구역을 빠져나간 뒤 세 선수만 라커룸에 남았고, 황인범이 취재진의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부터 원했던 결과를 얻지 못하고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드렸다. 그동안 속상함이 컸다. 이번 소집에도 많은 생각이 들었다. 비행기를 타고 오던 중 종아리가 부으면서 통증을 느꼈다. 앞서 두 경기를 뛰지 못해 속상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김)민재가 부상으로 뛰지 못했지만, (황)희찬이는 꽤 긴 시간 원 없이 뛰었던 것 같다. 오늘 경기를 앞두고 ‘진짜 후배들에게 뭔가 보여주자. 최선을 다하자’고 이야기를 나눴다. 어린 선수들이 자기가 잘하는 축구를 보여줘서 보기 좋았다”라고 전했다.
황인범은 경기 후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가장 깊은 내면에서 늘 생각하는 건 팀을 돕고 싶다는 마음이다. 그런데 그러질 못했다. 오늘 경기를 마치고 왜 그런지 모르지만, 여러 감정이 많이 오갔던 것 같다. 이제 고참 나이가 되다 보니 ‘이 경기가 마지막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해서 그런 것 같다”라며 의미심장한 발언을 남겼다.
황인범은 ‘세 선수를 11월 A매치에도 볼 수 있냐’는 질문에 “감독님이 선택할 문제”라고 했다. 대표팀 은퇴설에 대해 곧바로 부정하지는 않았으나 다음 소집에도 부름을 받으면 응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책임감이 크다. 월드컵에서 너무 무기력하게 실패했다. 2022 카타르 대회보다 더 재밌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그러지 못했다. 국민들께 좌절감만 안겨드린 것 같아서 많은 생각이 들었고, 무기력했다. ‘아, 이거밖에 안 되나’라는 생각도 컸다. 몸 상태도 예전과 달리 잔부상도 많아졌다. 100%를 보여주지 못하는 모습에 마음이 무거웠다. 이제는 만으로도 서른이다. 이제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표팀뿐만 아니라 선수 생활 자체를 내려놓는 것도 잘하는 게 현명한 사람이다’, ‘마인드 컨트롤을 잘하고 미리미리 준비하자’는 생각을 늘 해왔다. 그런 의미에서 드린 말씀이다”라며 “제가 대표팀에 필요하다는 평가는 한 경기 한 경기마다 달라진다. 어느 경기에서는 ‘이제 없어도 좋겠다’는 메시지도 많이 받았고, 다른 경기에서는 ‘진짜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듣고 있다. 개의치 않고 늘 찾아주는 분들에 대한 감사함을 갖고 나아가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세 선수의 은퇴설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선수단 라커룸에서 나온 이야기에 대해서는 확인이 어렵다. 해당 소식이 있었다면 들었을 텐데, 현재로선 들은 바 없다”라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친 황인범은 다시 라커룸으로 향했다. 김민재, 황희찬과 함께 현영민 전력강화위원장과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나온 황인범은 대표팀 은퇴에 대해 묻자 “아니요. 아니요”라고 답한 뒤 경기장을 떠났다.
현재 한국 축구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한국 축구를 이끌 리더의 부재가 크다. 북중미 월드컵 후 정몽규 전 회장이 사임했고, 아직까지 차기 축구협회장 자리는 공석이다. 대표팀 사령탑 자리는 로베르트 모레노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지만, 11월까지 이끄는 임시직이다. 남은 경기 성과에 따라 2027 아시아축구연맹(AFC) 사우디아라비아 아시안컵까지 계약이 연장되는 조건이 있으나 마지막까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월드컵 참패 후 한국축구를 향한 뜨거웠던 날 선 비판도 지금은 잠시 수그러진 상태다.
복잡한 심경을 털어놓은 황인범. 김민재와 황희찬 역시 대표팀 고참급으로서 같은 생각을 공유하고 있을 터. 이제는 중심을 잡고 끌고 나갈 인물이 필요한 시점이다.
[용인=김영훈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