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의 사랑을 먹고사는 예능인의 이미지는 모래성처럼 위태롭다. 억지스러운 캐릭터 하나로 빵 뜰 수도 있지만, 치명적인 루머 한 방에 그간 쌓아온 공든 탑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기도 한다.
최근 ‘조폭 연루설’이라는 거대한 암초를 만나 활동에 적신호가 켜졌던 방송인 조세호의 롤러코스터 같은 행보가 이를 명확히 증명한다.
조세호의 최근 몇 년은 이른바 ‘꼴값’ 캐릭터의 전성시대였다. “눈 깜빡일 시간에 너 한 번 더 보고 싶다”, “오늘도 어깨운동 열심히 할게. 너 좀 더 편하게 기댈 수 있게” 등 오글거리는 사랑 글귀를 자신의 SNS에 올리며 밉지 않은 ‘꼴값’ 콘셉트로 대중의 실소를 자아냈고, 이는 그를 호감형 예능인으로 견인하는 강력한 무기가 되었다.
하지만 호사다마라 했던가. 지인을 빙자해 조직폭력배와 어울리며 고가의 선물을 받았다는 악성 ‘조폭 연루설’이 터지며 상황은 180도 반전됐다. 특유의 넉살과 웃음으로 무장했던 그의 ‘꼴값’은 순식간에 대중의 차가운 눈초리를 받았고, 방송 활동마저 눈에 띄게 뜸해지며 사실상 나락의 위기에 직면했다.
이 절체절명의 순간, 벼랑 끝에 몰린 조세호의 멱살을 잡고 끌어올린 구원투수는 다름 아닌 9세 연하의 아내 정수지 씨였다. 2009년 슈퍼모델 선발대회 출신이자 패션업계 종사자로 알려진 그는, 단순히 뒤에서 남편을 내조하는 정통적인 아내의 역할에 머물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SNS를 통해 남편의 개그감에 필적하는 유쾌한 콘텐츠를 쏟아내며 대중과 직접 소통하기 시작했다. 특히 “조폭이 남편을 소개해 줬다던데 맞냐”는 네티즌의 뼈 있는 조롱에 “아뇨, 제 친구가 소개해 줬습니다”라며 당돌하고 유쾌하게 맞받아친 대목은 압권이었다. 남편을 옭아매던 어둡고 칙칙한 루머를 아내 특유의 밝은 ‘부창부수’ 개그감으로 정면 돌파해 버린 것이다.
조세호의 이번 사태는 대한민국 예능인들이 처한 아슬아슬한 현실을 그대로 비춘다. 방송을 위해 만들어진 얄팍한 ‘꼴값’ 캐릭터는 치명적인 사생활 루머 앞에서는 아무런 방어막이 되지 못했다. 결국 무너진 예능인의 이미지를 다시 세운 것은 소속사의 거창한 공식 입장이나 법적 대응이 아니라, 아내의 위트 있고 당찬 ‘내조’라는 지극히 사적인 영역이었다.
결과적으로 조세호는 아내 덕분에 비호감의 늪에서 빠져나와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하지만 언제까지 개인의 가정사나 아내의 매력에 기대어 예능인의 수명을 연장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기막힌 아내를 둔 조세호의 천운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캐릭터 하나에 울고 웃는 연예계의 가벼운 민낯이 못내 씁쓸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MK스포츠 홍동희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