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내내 얼굴에 멍이 가시지 않을 만큼 혹독한 훈련을 견뎌낸 한 선수의 간절함이 대한민국 스포츠계에 새로운 이파리를 장식했다. 2026년 제2회 일본 아이치-나고야 하계아시안게임에서 대한민국 종합격투기(MMA) 국가대표 이보미(27·SSMA)가 여자 현대 54㎏급에서 값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한민국 종합격투기 역사상 최초로 아시안게임 메달권에 진입한 쾌거다. 남자 현대 71㎏의 최은석(20·로드FC전주)과 전통 77㎏의 윤태영(30·제주팀더킹)도 8강에 오르며 태극마크의 위상을 드높였다. 이러한 성과의 이면에는 제도적 지원의 사각지대에서 외로운 싸움을 이어온 눈물겨운 사연이 있다.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전격 채택되며 국가대표 제도가 마련되었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진천선수촌의 문은 이들에게 쉽게 열리지 않았다. 체계적인 지원 없이 선수들은 아시아종합격투기협회(AMMA)가 주관하는 국제 대회에 자신의 사비를 털어 출전하며 포인트를 쌓아야 했다.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불투명한 미래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매트 위에 올랐기에 이번 메달은 더욱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파열음처럼 터져 나온 사투 끝에 얻어낸 영광이었다.
이보미 선수의 위기 상황을 전해 들은 권아솔 수석코치는 급히 서울행을 권유했고, 파이트클럽 DOMVS(도무스)의 오인택 대표가 구원투수로 나섰다. 과거 방송 프로그램에서 친숙한 캐릭터로 큰 사랑을 받았던 오인택 대표는 현재 성공한 사업가이자 제작사 대표로 변모한 인물이다.
오인택 대표는 이보미 선수에게 서울 압구정의 훈련 장소뿐만 아니라 숙식까지 전폭적으로 지원하며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주었다. 덕분에 이보미는 3개월 동안 오롯이 훈련에만 매진하며 기량을 최고조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지극정성으로 준비한 아시안게임 무대였지만, 첫 경기부터 시련이 찾아왔다. 강력한 우승 후보를 만난 이보미는 1라운드를 내주며 패배 직전의 탈락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매트 위에서 꺾이지 않는 마음을 발휘했다.
경기장 관중석에서는 오인택 대표를 비롯한 응원단의 목이 터지라 외치는 열정적인 응원이 이어졌고, 선수와 응원단이 하나가 되어 치른 연장 접전 끝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는 명장면을 연출했다.
경기가 끝난 직후 이보미는 “나를 믿고 손을 내밀어 준 고마운 분들 덕분에 끝까지 버틸 수 있었다”라며 영광을 주변에 돌렸다.
이번 이보미의 동메달 획득은 단순한 메달 하나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종합격투기가 당당한 제도권 스포츠로서 확실히 자리매김했음을 증명함과 동시에, 대한민국 격투기 선수들이 국제 무대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음을 만천하에 입증한 것이다.
쉼 없이 달려온 국가대표 선수들의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오는 12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제6회 실내무도아시안게임이 개최된다. 이번 대회를 통해 축적한 소중한 경험과 탄탄한 후원 체계를 바탕으로, 태극전사들이 다시 아시아 정상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을지 체육계 이목이 쏠린다.
[관련 주요 일정 안내]
·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종합격투기 성료 (이보미 동메달)
· 2026년 12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실내 무도 아시안게임
· 국내외 전지훈련 및 추가 국가대표 선발전 순차 개최 예정
[서울 청담동=강대호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