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괌) 김원익 기자] “2년차 징크스는 걱정하고 두려워할 대상은 아닌 것 같다. 1년차 성적에 대해 만족하고 안주해야만 징크스가 생기는 것이 아닌가. 나는 아직 간절함을 잊지 않았다. 여전히 주전 경쟁 중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외야수 박해민(25)은 지난해 주전 중견수 배영섭의 공백을 메우며 타율 2할9푼7리 92안타 도루 36개로 활약했다. 신일고와 한양대를 졸업하고 2012년 신고선수로 삼성에 입단한 이후 첫 프로 1군 시즌. 그야말로 깜짝 활약이었다.
박해민은 비록 신인왕에는 오르지 못했다. 하지만 그만큼 값진 시즌을 보냈고, 올해 당당히 삼성의 리드오프 겸 중견수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본인의 생각은 달랐다. “아직 안주할 때가 아니다”는 것이 박해민의 이야기였다. 삼성의 1차 전지훈련이 열리고 있는 괌 레오팔레스 리조트 훈련장에서 20일 끝없는 야구 욕심을 가지고 있는 박해민을 만났다.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진행된 훈련을 마치고 클럽하우스로 들어온 그의 온 몸에서는 땀이 뚝뚝 떨어졌다. 박해민의 생애 첫 1군 전지훈련 캠프. 시즌 종료 후부터 재활과 훈련으로 바쁜 시간을 보냈다.
박해민은 “손가락 치료는 잘 돼서 이제 아무런 통증이 없다. 겨울 동안 웨이트 트레이닝도 많이 하고 훈련을 열심히 했다. 괌에 오자마자 바로 전술 훈련에 들어가서 처음에는 혼란이 왔는데 이제 감이 조금씩 오는 것 같다”며 “날씨가 더워서 힘들지만 그것 빼고는 괜찮은 것 같다”며 첫 캠프의 소감을 전했다.
생애 첫 캠프를 기다리는 마음은 벅차고 설레었다고. 박해민은 염색한 머리를 고등학생처럼 짧게 깎고 캠프에 들어왔다. 그렇다면 처음 맞았던 지난해의 프로 첫 시즌은 어땠을까.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나름대로 잘 한 것 같다”며 “영광스럽게 신인왕 후보에도 올랐고 정규 시즌 우승도 했고, 한국 시리즈 우승도 했다. KS 막바지에 부상을 당했지만 그래도 끝까지 시즌을 소화한 점이 가장 보람이 있었다”며 지난 시즌을 떠올렸다.
스스로 부족함도 느꼈다. 박해민은 “체력적인 부분과 공격적인 부분에서 아쉬움이 있었다. 풀타임 시즌을 치르다 보니 특히 여름부터 체력이 떨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공격도 마찬가지로 부족함이 있었다”며 “겨울 동안 힘도 늘리고 체력적인 부분에서도 많이 준비를 할 계획”이라고 했다.
리드오프를 맡아 3할에 가까운 타격 성적을 기록하며 준수한 활약을 했지만 내용이 아쉬웠다는 의견. 박해민은 “질이 좋은 타구를 더 많이 만들어 내야 할 것 같다. 강한 타구가 나와서 뒤로 빠진다면 발에는 자신이 있기 때문에 장타도 만들 수 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내야안타를 많이 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다 정교하게 배트의 중심에 잘 맞는 힘이 실린 타구를 이제 더 많이 때려야 된다”며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특히 한 발자국 앞에서 멈춘 목표들이 더욱 아쉽게 느껴지는 박해민이었다. “100안타, 40도루, 타율 3할을 모두 바로 앞에서 못했다. 조금씩 부족한 부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만족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올 시즌에 대한 동기부여가 더 된다”고 했다.
그 때문에 올 시즌 목표는 더 원대하게 세웠지만 위기의식은 놓지 않고 있다. 박해민은 “올해 타율 3할, 40도루보다 훨씬 더 뛰어넘는 목표는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확실한 주전 자리가 보장받았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라며 “내 자리를 먼저 확고히 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 이후에 기록은 따라올 것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숫자의 목표는 지금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
수비도 보완할 계획이다. 박해민은 “중견수 수비 부분은 만족스러운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역시 체력이 떨어지니 시즌 막바지 집중력도 함께 떨어져서 잡을 수 있었던 타구를 놓치는 실수가 있었다”며 “원래 빠른 발로 먼저 움직여 수비를 하는 스타일인데 타구 판단을 빨리 할 수 있도록 그 부분도 겨울 동안 보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야구 욕심은 끝이 없다. 박해민은 “주루도 보완하고 싶다. (김) 상수를 보면 안다치고 슬라이딩을 하는 방법을 잘 안다. 한국시리즈 때 당한 부상도 결국 그런 부분이 부족해서였다”며 “방해 동작을 하는 상대 수비를 미리 피해서 도루하는 법과 부상을 막는 주루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훈련할 것”이라고 했다.
많은 이들의 기대는 더 커졌다. “1군에 처음 올라와서도 그랬다. 부담을 가지면 결과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연습한 것들을 가지고, 그것들을 믿고 해야할 것 같다”는 것이 박해민의 똑똑한 해답이었다. 2년차 징크스도 마찬가지다. 박해민은 “걱정하고 두려워 할 대상은 아닌 것 같다. 당연히 이겨내야 하는 부분이다. 만약 내가 첫 시즌에 만족한다면 2년차 징크스도 올 수 있지만 초심을 잃지 않으면 그런 것은 오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아직 힘들었던 시절을 기억하고 있다. 경기에 나서고 싶었던 그 간절함을 잊지 않고 있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하겠다”며 올 시즌 활약에 대해 각오를 다졌다.
투지는 박해민이 내세울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이자, 기본이다. “나는 내세울 만한 것이 많지 않다. 야구를 잘 못하면 근성이라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투지를 갖고 경기를 하는 것이 나의 무기다.”
힘들었던 부상 재활과 기약 없는 신고선수 시절. “열심히 하는 건 누구나 다 할 수 있다. 그런데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서 이렇게 1군에서 뛰게 된 것 같다”며 박해민은 힘들었던 그 때를 떠올렸다.
또 박해민을 지탱해준 든든한 힘은 바로 가족이었다. “부모님이 큰 힘이 되어주셨다. 어깨 부상에 시달렸을 때 ‘야구를 그만 두겠다’고 부모님께 말씀드렸는데 ‘조금만 더 해보라’며 나를 믿고 힘을 불어넣어주셨다.”
병명은 연골 판 손상. 공을 던질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했고 제대로 된 훈련도 하지 못했다. 그 때 한 명 더 박해민에게 손을 내밀어 준 사람이 있다. 바로 삼성의 이한일 트레이너다. 박해민은 “신고선수가 입단해서 자꾸 부상을 당하고 아프면 사실 버티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그만둬야 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꺼냈더니 이한일 트레이너 님께서 ‘나를 믿고 3개월만 더 해보라’며 나를 붙잡아주면서 ‘수술 받지 않고 재활을 해도 된다’며 운동을 더 할 것을 권유했다. 그래도 나를 믿고 잡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큰 위안과 용기가 됐다”며 은인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에겐 드러난 성적이 아닌 무형의 목표가 있다. 박해민은 “언젠가는 삼성 팬들 뿐만이 아니라 모든 야구팬들에게 사랑을 받는 선수가 되고 싶다. 그래서 인성 부분이나 사생활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며 “물론 야구를 잘하면 좋아해주시겠지만 그런 부분들도 중요한 것 같다”고 했다.
박해민이 올해 보여주고 싶은 야구는 뭘까. “투지 넘치는 플레이에 욕심이 있다. 서건창 선수가 ‘경기를 마치고 유니폼이 깨끗하면 찝찝하다’는 인터뷰를 한 것을 본 적이 있다. 나도 똑같은 마음이다. 내가 홈런을 많이 치는 선수도 아니고, 출루를 해서 도루도 하고 수비를 하면서 몸도 던지고 하다보면 유니폼이 더러워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유니폼이 깨끗하면 아무리 안타를 많이 치고 좋은 경기를 해도 어딘가 마음이 불편했다. 많은 분들이 지난해와 올해 걱정하는 중견수 포지션의 걱정을 지워드리고 싶다. 겨울동안 더 실력을 업그레이드해서 팬들 앞에 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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