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아 올린 업보를 어떻게 감당하려는 걸까. 말은 그 사람의 인격을 담는 그릇이라는 말이 있다. 뉴진스의 팬덤 버니즈는, 물론 전체가 아닌 ‘일부’는 연예인을 너무도 좋아한 나머지 예의를 잊은 듯하다.
지난해부터 연예계 전반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뉴진스와 어도어의 전속계약 사태’의 결말은 멤버 전원 원소속사 어도어 복귀였다. 어도어와의 충분한 논의를 거쳐 복귀를 확정한 해린과 혜인을 시작으로, 민지, 하니 다니엘 또한 급하게 복귀를 밝히면서 길고 길었던 ‘뉴진스의 난’은 표면상 막을 내렸지만, 지난 분쟁의 과정에서 벌어진 갈등의 골이 깊은 만큼 넘어야 할 산은 많다.
가장 먼저 넘어야 할 산은 바로 민지와 하니, 다니엘(이하 ‘민하다 3인’)과 어도어의 복귀와 관련된 의견 조율이다. 해린과 혜인의 경우 멤버는 물론 멤버 가족들과 함께 심사숙고한 끝에 “전속계약을 준수하겠다”는 의견을 도출했지만, 3인은 어도어와 어떠한 협의도 거치지 않은 상항에서 복귀 의사를 법무법인을 통해 일방적으로 발표한 점에서 미묘한 온도 차이가 존재한다.
항간에서는 민하다 3인이 어도어 복귀 조건으로 민희진 어도어 전 대표의 프로듀싱을 복귀를 제기했다는 말도 들리나, 공식적으로는 확인된 바는 없다. 현재까지 민하다 3인에 대한 어도어의 공식 입장은 복귀 의사에 대한 진의 확인과 함께 “뉴진스 멤버와 개별 면담 일정을 조율 중에 있다. 원활한 논의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뿐이다.
활동 재개를 위해서는 어도어와의 협의가 먼저이며, 이번 분쟁이 하이브 내 타 레이블 아티스트들에게까지 피해가 확산됐던 만큼 이에 대한 사과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특히 쏘스뮤직의 르세라핌과 빌리프랩의 아일릿의 경우 악의적인 여론몰이와 악플 등과 관련해 폭격 수준의 극심한 피해를 당했던 만큼, 그룹 간 명확한 분리는 물론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 필수적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뉴진스 측과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는 법정 자료와 SNS 등을 통해 뉴진스를 ‘콩쥐’로 놓고, 이들보다 먼저 데뷔한 르세라핌과 후발주자였던 아일릿을 겨냥하며 이들로 인해 팀의 피해를 받아 왔다고 꾸준히 주장해 왔다. 이후 르세라핌과 아일릿은 ‘팥쥐’ ‘각종 수혜를 독차지한 하이브의 공주’ 등의 프레임이 씌워지면서 악플의 희생양이 됐으며, 실제로 당시 두 그룹의 콘텐츠에는 ‘뉴진스 파이팅’부터 시작해 각종 입에 담을 수 없는 저급한 욕설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심지어 신뢰 파탄의 원인을 어도어에게 돌리기 위해 “아일릿의 매니저가 하니에게 ‘무시해’라는 발언을 했다”고 주장, 법정에서 아일릿 일부 멤버가 말과 행동으로 조롱했다는 내용까지 적시하기도 했다. 물론 일부 멤버가 말과 행동으로 조롱했다는 것과 관련한 구체적인 증거는 없었고, 법원에서도 구체적으로 어떤 조롱을 당했는지에 대해 밝히지는 않았다.
‘증거’가 없기에 재판에서 최종 패소했으나, 뉴진스를 비롯해 두 걸그룹을 향해 악의를 분출하며 이유 없이 돌을 던졌던 버니즈는 여전히 사과도 눈치도 없이 ‘5인을 지지한다’며 목소리를 높이는가 하면, 여론 조작을 위한 글이 아닌가 싶은 글들 또한 온라인상에서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물론 팬덤 전체가 아닌 ‘일부’ 몰상식하고 몰이해하며 법도 중요하지 않은 팬들이 벌이는 일이겠지만, 일부가 전체로 치부될 수도 있는 이상 팬덤 내 자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자기 의견에 반하는 기사를 썼다는 이유만으로 ‘시XX’ ‘하X이 편에 기생하는 ㅁㄴ기자’ ‘이간질 그만’ ‘꺼저라 ㅆㄹㄱ’ 등의 모욕적 표현이 담긴 메일까지 보내고 있다. 물론 수위 대부분이 ‘양아치’라는 표현보다 더 높은 수위의 모욕성 발언이다.
실상이 이러한데 ‘복귀하겠다’고 선언했다고 벌인 일들에 대한 제재와 책임소재 여부를 따지지 않고 덥석 받아드리는 것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품에 안는 것 처럼 리스크가 커도 너무 큰 상황이다. 냉정하게 지난 1년여 간의 재판 끝에 뉴진스의 혁명은 백기 투항으로 끝났고, 이는 협상의 패는 뉴진스 멤버들이 아닌 어도어에게 있다. 만약 의견조율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어도어에게 있어 세 멤버에 대한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충분하고, 해지에 대한 책임은 3인에게 돌아가 자칫 천문학적인 수준의 손해배상이 뒤따를 수도 있다.
모든 것은 사필귀정이다. 모든 일은 반드시 바른길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그리고 팬은 가수의 얼굴이다. 긴 분쟁은 뉴진스와 버니즈에게도 상처를 남겼겠지만, 그 이상으로 영문도 모른 채 팥쥐가 되고 악마가 된 채 끌려 나와 돌을 맞고 피눈물을 흘렸던 피해자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제 자식이 귀한 만큼 남의 자식도 귀한 법인만큼, 이제 뉴진스에게 진짜 필요한 건 팬들의 무조건적인 지지와 포용이 아닌 피해자들을 향한 낮아짐과 고개 숙임, 진심 어린 사과다. 사필귀정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금빛나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