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팀이든 선발투수가 조기 강판되면 이길 확률이 낮아진다. 그 투수가 외국인 선수일 경우 사령탑의 고민은 더욱 깊어진다. 윌켈 에르난데스(한화 이글스)의 이야기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화는 15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2026 프로야구 KBO리그 정규시즌 홈 경기에서 박진만 감독의 삼성 라이온즈에 5-13 대패를 당했다. 이로써 5연패 수렁에 빠진 한화는 9패(6승)째를 떠안으며 롯데 자이언츠(6승 9패)와 함께 공동 7위에 머물렀다.
에르난데스의 부진이 이날 한화의 주된 패인이었다. 선발 등판했지만, 와르르 무너지며 승기를 완벽히 내줬다.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1회초 선두타자 박승규를 삼진으로 솎아낸 것. 하지만 곧 위기가 찾아왔다. 볼넷으로 김지찬을 출루시킨 뒤 최형우에게 1타점 우중월 적시 2루타를 맞았다. 르윈 디아즈의 볼넷과 류지혁의 우전 안타로 연결된 1사 만루에서는 강민호, 전병우에게 각각 1타점 좌전 적시타, 2타점 좌전 적시 2루타를 내줬다.
시련은 계속됐다. 이어진 1사 2, 3루에서 이재현, 홍현빈에게 1타점 좌전 적시타, 1타점 우전 적시타를 허용했다. 이후 박승규에게도 우전 안타를 헌납하며 고개를 숙였다. 1회에 선발 타자 9명이 전원 출루한 것은 2016년 6월 NC 다이노스가 마산야구장에서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를 상대로 달성한 이후 10년 만에 나온 진기록. 단 에르난데스에겐 분명 씻을 수 없는 굴욕이었다. 이후 등판한 황준서가 승계 주자 한 명에게 홈을 내주며 자책점은 총 7점이 됐다.
최종 성적은 0.1이닝 7피안타 2사사구 1탈삼진 7실점. 총 투구 수는 35구였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51km로 측정됐으나, 삼성 타선의 거센 공세에 혼쭐이 났다. 시즌 2패(1승)가 따라왔으며, 평균자책점은 무려 9.98까지 치솟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한화와 손을 잡은 에르난데스는 싱커성 무브먼트의 패스트볼이 주무기인 우완투수다. 커리어 내내 선발투수로 활약했으며, 지난 시즌에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산하 마이너리그 소속으로 트리플A 34경기(114.1이닝)에 나서 3승 7패 평균자책점 4.80을 기록했다.
한화는 지난해 11월 이런 에르난데스와 계약금 10만 달러, 연봉 65만 달러, 옵션 15만 달러 등 총액 90만 달러의 조건에 손을 잡았다. 임무는 막중했다. 오웬 화이트와 더불어 지난해 리그 최강의 원투 펀치로 군림했던 코디 폰세(토론토 블루제이스), 라이언 와이스(휴스턴 애스트로스)의 빈 자리를 채우는 것이었다.
그러나 에르난데스는 좀처럼 한화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개막전이었던 3월 28일 대전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4.2이닝 4피안타 4사사구 3탈삼진 4실점에 그쳤다. 3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는 5.1이닝 5피안타 3사사구 3탈삼진 3실점으로 KBO 첫 승을 올렸지만, 10일 대전 KIA 타이거즈전에서 5이닝 4피안타 2피홈런 2사사구 3탈삼진 4실점으로 패전을 떠안았다. 그리고 이날에는 말 그대로 최악투를 펼쳤다.
안 그래도 현재 마운드 상황이 좋지 못한 한화다. 14일 대전 삼성전에서는 무려 18사사구를 헌납했다. 이는 1990년 5월 5일 LG 트윈스가 잠실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작성한 한 경기 최다 사사구 기록(당시 17개)을 36년 만에 뛰어넘는 불명예였다. 화이트는 부상으로 이탈했으며, 김서현 또한 부진에 빠져 화이트의 6주 대체 외국인 선수 잭 쿠싱이 대신 마무리 투수를 맡고있다. 이런 와중에 에르난데스는 1이닝도 소화하지 못하며 김경문 감독의 고민을 더욱 깊게 했다.
[이한주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