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최고령 배우였던 故 이순재의 별세 소식과 함께, 그가 생전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남겼던 말들이 다시금 울림을 주고 있다.
‘유퀴즈’ 제작진은 25일 공식 SNS에 “우리에게 큰 위로와 즐거움을 전해주신 이순재 선생님께서 별세하셨다”며 깊은 애도를 전했다.
이어 “연기는 평생 해도 끝이 없고 완성이 없다던 말씀처럼, 도전을 멈추지 않으셨던 선생님을 오래도록 기억하겠다. 그곳에서 오래된 동료분들과 함께 편히 쉬시길 바란다”고 적었다.
당시 방송에서 이순재는 약 70년에 달하는 연기 인생을 되돌아보며 NG가 거의 없는 이유를 묻자 “대본을 철저히 익히고 맞춰보면 NG가 날 수가 없다. 배우에게 기억력은 자존심이다. 대사를 틀리는 건 동료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고령임에도 대본을 손에서 놓지 않던 그의 철학이 고스란히 드러난 대목이었다.
그는 여전히 ‘현재형 배우’였다. “연기는 쉬운 게 아니다. 지금도 어떤 장면을 앞두고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있다”며 “예술에는 끝이 없다. 시대마다 대가가 있을 뿐이고, 끊임없이 새로운 걸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날 재조명된 건, 그가 ‘죽음’에 대해 담담히 털어놓았던 이야기다. TBC 개국 멤버로 함께했던 이낙훈·김동훈·김성옥·김순철·오현경까지 총 6명. 이미 다섯이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회상하며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남은 건 이제 나 하나뿐이다. 내가 가면 여섯 명이 저승에서 만날 수 있다. 사람의 생사는 장담할 수 없다. 노력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가장 행복한 죽음은 공연하다가 죽는 것이다. 무대에서 쓰러지는 것, 그게 배우로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말 그대로 그는 ‘무대에 서는 존재’였다. 지난해까지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 KBS2 드라마 ‘개소리’ 등에 출연했고, KBS 연기대상에서는 역대 최고령 대상 수상자가 됐다. 말년의 건강 이상설 속에서도 마지막까지 작품을 붙들었다.
25일 새벽 향년 91세로 별세한 이순재의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0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27일 오전 6시 20분, 장지는 이천 에덴낙원. 연극·방송계 원로, 후배 배우들, 그리고 수많은 대중들이 조문하며 “한국 연기사의 거대한 기둥이 쓰러졌다”고 애도하고 있다.
그가 남긴 말처럼, 긴 세월 함께했던 다섯 친구가 있는 곳에서 이제는 편히 쉬기를 바랄 뿐이다.
[김승혜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