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방송인 이휘재가 4년의 긴 침묵을 깨고 KBS 2TV ‘불후의 명곡’ 무대에 섰다. 1990년대 데뷔 이후 최정상급 MC로 시대를 풍미했던 그가 가족과 함께 홀연히 캐나다로 떠난 뒤 감행한 첫 공식 복귀였다. 돌아온 그를 향한 대중의 시선은 여전히 엇갈리지만, 이번 복귀 무대는 도피 대신 대면을, 핑계 대신 정면돌파를 택했다는 점에서 꽤 의미 있는 ‘절반의 성공’이라 평가할 만하다.
이번 복귀 무대의 의미를 제대로 짚어보기 위해서는 먼저 대중이 그에게 등을 돌렸던 이유, 즉 그가 짊어지고 있는 ‘과거의 무게’를 설명할 필요가 있다. 그의 공백기는 단순한 재충전의 시간이 아니었다. 2021년, 아래층 이웃의 고통 호소로 불거진 ‘층간소음’ 사태는 대중의 큰 공분을 샀다. 피해 이웃을 배려하지 못한 변명 위주의 대처는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아내의 놀이공원 장난감 미결제 사건, 후배 가수가 선물한 사인 CD 중고 거래 논란 등이 연이어 터지며 그의 도덕성은 치명상을 입었다.
방송인으로서의 근본적인 자질 논란도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2016년 SBS 연기대상 등 굵직한 시상식에서 동료 연예인들에게 선을 넘는 막말과 강압적인 태도를 보여 대중의 피로감을 높였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자녀들의 외국인학교 입학 요건인 해외 거주 3년을 채우기 위한 ‘전략적 도피’가 아니었냐는 새로운 의혹까지 제기되며 그를 향한 불신의 벽은 더욱 높아져 있었다.
이토록 무겁고 차가운 여론의 장벽 앞에서, ‘불후의 명곡’ 제작진과 이휘재는 결코 우회로를 찾지 않았다. 과거의 흠집을 적당한 예능적 웃음이나 핑계로 덮으려 하지 않고, 대중의 평가를 직접 받는 정면돌파를 택했다. 비가수 연예인들이 가창력을 겨루는 자리는 그가 자신의 복잡한 심경을 온전히 털어놓고, 가장 대중적인 방식으로 다시 호흡할 수 있는 최적의 무대였다.
그가 복귀 곡으로 선택한 최호섭의 ‘세월이 가면’은 탁월하면서도 진솔했다. 가사 한 줄 한 줄에 지난 4년간 대중의 곁을 떠나 있어야 했던 자신의 처지와, 잃어버린 시간에 대한 뼈저린 반성이 상징적으로 담겨 있었다. 후배 문세윤과의 맞대결에서 보여준 진중한 자세 역시, 그가 이번 무대를 얼마나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증명했다.
무대에 오르기 전 털어놓은 심리적 압박감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했다. 녹화 3주 전부터 입이 떨어지지 않는 악몽을 꾸고 가위에 눌렸다는 고백, 다시는 방송국 무대에 서지 못할 줄 알았다며 붉힌 눈시울에는 기교로 꾸며낼 수 없는 절박함과 진정성이 배어 있었다. 관객석을 향해 거듭 “감사드리고 죄송하다”고 말하며 고개 숙인 그의 모습은 과거의 거만함을 완전히 덜어낸 얼굴이었다.
물론 단 한 번의 무대와 눈물로 지난 세월 겹겹이 쌓인 불신의 벽을 하루아침에 허물 수는 없다. 여전히 일각의 싸늘한 비판은 그가 오롯이 감내해야 할 몫이다. 하지만 카메라 뒤로 숨지 않고 대중 앞에 정면으로 나서 질타와 박수를 동시에 받아냈다는 점, 그리고 맹목적인 비난 일색이던 여론을 “무대를 보고 판단하겠다”는 유보적이고 열린 입장으로 조금이나마 이동시켰다는 점에서 이번 방송은 분명한 ‘절반의 성공’이다.
이제 남은 절반의 성공을 완성하는 것은, 일회성 사과가 아닌 앞으로 그가 방송 안팎에서 보여줄 묵묵하고 성숙한 행보에 달려 있다. 그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서는 몇 가지 분명한 과제를 스스로 풀어내야만 한다.
첫째, 특권 의식을 내려놓고 행동으로 증명하는 진정성이다. 대중이 분노했던 지점은 실수 자체가 아니라 이웃을 배려하지 않았던 태도에 있었다. 방송 밖 일상에서도 철저히 몸을 낮추고 소통해야 한다. 둘째, 시대에 맞는 진행 스타일의 확립이다. 과거에 통용되던 ‘막말 농담’이나 선을 넘는 ‘친목질’은 이제 시청자들에게 외면받는다. 타인을 존중하고 돋보이게 하는 성숙한 화법을 장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대중의 정서적 역린을 건드린 자녀 교육 관련 의혹에 대해서도 피하지 말고 명확한 입장을 밝혀 불필요한 추측을 덜어내는 투명함이 필요하다.
그에게 주어진 두 번째 기회는 과거보다 훨씬 더 엄격한 잣대 위에서 평가받게 될 것이다. 흘린 눈물이 마르기 전에, 변명 없는 반성과 달라진 태도로 대중의 차가운 시선을 따뜻한 응원으로 바꿔내길 기대해 본다.
[MK스포츠 홍동희 선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