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인 줄 알았다”…6·25 전쟁통에 핀 미군·한국 소녀의 순애보

인공지능(AI)이 그려낸 가상의 이미지나 스크린 속 각본보다 더 극적인 실제 사연이 안방극장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23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는 과거 전 세계 온라인 커뮤니티를 발칵 뒤집었던 흑백사진 한 장의 주인공 가족이 직접 출연해 눈길을 끌었다.

해방과 전쟁의 혼란 속에서 국경을 넘어 맺어진 부모의 일대기는 방송 직후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모으고 있다.

인공지능(AI)이 그려낸 가상의 이미지나 스크린 속 각본보다 더 극적인 실제 사연이 안방극장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사진=tvN ‘유퀴즈’ 캡처
인공지능(AI)이 그려낸 가상의 이미지나 스크린 속 각본보다 더 극적인 실제 사연이 안방극장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사진=tvN ‘유퀴즈’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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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인연은 해외 커뮤니티 ‘레딧’에 손녀가 할머니, 할아버지의 옛 사진을 공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화창한 날씨 속에서 미소를 짓고 있는 한국인 아내와 미군 남편의 다정한 모습은 당시 누리꾼들 사이에서 “AI가 정교하게 뽑아낸 가상 이미지인 줄 알았다”, “현실에 존재할 수 없는 완벽한 로맨스”라며 뜨거운 찬사를 받았다.

사진 너머의 실제 스토리는 더욱 파란만장했다. 1951년 강원도 원주, 피난길에서 가족을 잃고 절망에 빠져 있던 10대 소녀 박유선 씨 앞에 나타난 이는 미군 차량 정비병 랄프 스미스 상사였다. 혈혈단신이 된 아내의 곁에서 가족을 찾아주기 위해 전장을 누비던 그는 점차 깊은 연정을 품게 됐다.

랄프 상사의 행동은 말 그대로 상상을 초월했다. 아내와 단 1분이라도 더 시간을 보내기 위해 야간 통행금지를 어기다 적발돼 군사재판에 회부되어 계급이 강등당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부대 안의 자재들을 남몰래 모아 두 사람이 함께 쉴 아늑한 오두막을 직접 건축하기도 했다.

미국으로 향하는 여정 역시 가시밭길이었다. 전쟁 통에 호적과 출생 증빙 서류가 전부 소실되자, 랄프 상사는 자신의 전역 일정까지 미뤄가며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결국 타인의 신분증을 빌려 아내를 겨우 입국시키는 데 성공했고, 낯선 타국 땅에서 외로워하는 아내를 위해 직접 산을 뒤져 미역과 고사리를 구해다 주는 극진한 정성을 보였다.

백발이 성성한 노년이 되어서도 남편의 외조는 멈추지 않았다. 아내가 눈을 감는 순간까지 평생의 한이었던 북에 남은 가족들을 찾아주기 위해 수십 년간 적십자에 편지 공세를 펼쳤고, 마침내 1990년대에 극적으로 이북의 4남매와 상봉을 성사시켰다.

세상을 떠나기 전 아내가 남긴 “당신이 베푼 모든 헌신은 오롯이 나를 향한 사랑이었다”라는 마지막 고백처럼, 75년 전 포화 속에서 피어난 두 사람의 흔적은 국경과 세대를 뛰어넘어 진정한 사랑의 가치를 증명해냈다.

[진주희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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