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매된 영탁의 정규 3집 ‘GOGO’의 전곡을 완청하고 나면 대중음악 평단과 리스너들의 머릿속에는 필연적으로 한 가지 근원적인 물음표가 떠오른다. 과연 영탁을 여전히 ‘트로트 가수’라는 단일한 울타리 안에 가두어 규정할 수 있는가.
3년 만에 내놓은 이번 앨범은 총 12곡 중 무려 11곡의 작사·작곡·편곡에 그가 직접 메인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린 야심작이다. 그러나 정작 앨범의 뚜껑을 열었을 때 그 안에서 2박자 쿵짝의 전형적인 정통 트로트 문법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타이틀곡 ‘꺾어’를 필두로 일렉트로닉 댄스(EDM), 펑크 록, 컨트리, 브리티시 팝 스타일의 감성 발라드까지 거침없이 질주하는 사운드의 향연은, 그가 트로트라는 장르의 외연을 뛰어넘어 전방위적 싱어송라이터이자 팝 아티스트로 완벽히 전환했음을 웅변하고 있다.
영탁의 이러한 광폭 행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대중에게 각인된 ‘내일은 미스터트롯’ 이전, 그의 길고 험난했던 음악 여정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애초에 영탁의 음악적 뿌리는 트로트가 아니었다. 2004년 영남가요제 수상을 시작으로 가수의 꿈을 키운 그는, 2005년 영화 ‘가문의 위기’ OST로 가요계에 첫 발을 내딛었고, 2007년에는 발라드곡 ‘사랑한다’가 수록된 첫 앨범 ‘영탁 디시아’로 정식 데뷔했다.
본래 발라드와 R&B를 주로 부르는 가창력을 지닌 보컬리스트였던 그는 ‘지방아이들소울’, ‘엘클래스(L-Class)’, ‘J-심포니’ 등의 그룹을 거치며 무려 6번의 데뷔를 경험했다. 생계를 위해 보컬 트레이너와 겸임교수로 일하면서도 그는 포기하지 않고 언더그라운드에서 오랜 시간 실력을 갈고닦았다.
그가 2016년 ‘누나가 딱이야’를 발표하며 성인가요계로 발을 들였을 때도, 이는 단번에 대중적인 성공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영탁은 트로트의 기존 공식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았다. 2018년 자신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자작곡 ‘니가 왜 거기서 나와’는 그의 음악 인생을 바꾼 중요한 변곡점이었다. 일상의 위트를 담은 멜로디와 가사는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았고, 이후 2020년 ‘내일은 미스터트롯’에서 최종 2위인 ‘선(善)’을 차지하며 마침내 국민적 스타덤에 올랐다. 이미 그때부터 영탁의 트로트는 단조로운 성인가요가 아니라 팝과 록, R&B가 뒤섞인 세련된 하이브리드 음악이었던 셈이다.
정규 3집 ‘GOGO’는 이러한 음악적 혼종성을 ‘탈(脫)트로트’라는 완성형 결과물로 선언한 앨범이다. 타이틀곡 ‘꺾어’는 트로트의 전통적 창법인 ‘음 꺾기’를 연상시키는 단어를 제목으로 삼았지만, 정작 사운드는 강렬한 일렉트로닉 댄스 비트와 록 기타 사운드가 곡 전체를 주도한다.
수록곡들의 장르적 스펙트럼은 더욱 다채롭고 파격적이다. ‘PACEMAKER’와 ‘펭귄’은 펑크 록의 시원한 에너지를 분출하고, ‘Psycho World’나 ‘VIDA LOCA’는 세련된 팝 댄스의 매력을 보여준다. 반면 ‘빈티지러브’와 ‘낡은 라디오’에서는 담백한 포크와 어쿠스틱 컨트리의 질감을 취하며, ‘도시라솔파미레도’와 ‘허허(虛虛)’ 같은 곡에서는 감성적인 발라드 가수로 돌아온다. 앨범 전반을 통틀어 상투적인 뽕짝 리듬은 철저히 덜어냈고, 치밀하게 조율된 팝 사운드의 편곡이 그 빈자리를 꽉 채우고 있다.
그렇다면 영탁은 트로트를 완전히 버린 것인가. 답은 ‘아니다’에 가깝다. 영탁의 음악적 행보는 과거를 부정하고 등지는 것이 아니라, 트로트라는 가장 대중친화적인 무대를 든든한 베이스캠프 삼아 자신의 음악적 영토를 뻗어나가는 영리한 ‘영역 확장’이다. 그의 강점은 힘 있게 치고 올라가는 고음과 리듬을 타는 발성, 그리고 무대에서 관객과 적극적으로 호흡하는 능력에 있다.
이러한 재능은 굳이 트로트라는 한 장르에만 갇혀 있을 이유가 없다. 트로트 특유의 직관적인 언어 감각과 대중 소통 능력은 그가 일렉트로닉이나 록을 구사할 때도 여전히 가장 강력한 무기로 작동한다.
영탁은 ‘트로트는 반드시 이래야 한다’는 낡은 고정관념과 장르의 벽을 거침없이 허물고 있다. 그는 대중가요의 친화력과 록의 직진성, 그리고 흑인 음악의 그루브를 한 용광로에 녹여내는 독보적인 아티스트다.
따라서 “영탁은 트로트 가수인가”라는 물음은 이제 방향을 바꾸어야 한다. 그는 어느 한 장르에 묶여 있는 가수가 아니다. 음악의 문법을 자유자재로 분해하고 재조립하여 자신만의 한국형 팝(K-Pop)을 설계하는 올라운더 싱어송라이터다. 영탁이 지금 ‘GOGO’를 통해 보여주고 있는 ‘탈트로트’의 길은,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가장 유쾌하고도 치열한 장르 확장의 모범 답안이다.
[MK스포츠 홍동희 선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