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예능계에서 이경규만큼 투명하고 철저한 ‘자본주의형 인간’이 또 있을까.
40년간 안방극장을 호령한 예능 대부가 이번엔 거창한 명분 다 집어 던지고 오직 ‘조회수’를 위해 짐을 쌀까.
최근 이경규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 ‘갓경규’를 통해 돌연 여행 유튜버로의 전향을 선언했다. 공개된 영상에서 그는 “이제 여행 유튜버로 가볼까 한다”며, 수십 년 방송 짬바이브가 무색할 만큼 너무나 직설적이고 솔직한 이유를 털어놓아 구독자들을 폭소케 했다.
그의 변신 이유는 단 하나, 바로 부러움이었다. 이경규는 “원래 유튜브의 생명은 여행이더라. 몇 년 만에 깨달았다”며 “왜 여행을 하면 조회수가 많을까. 부럽기도 하고, 그럼 나도 여행을 해보자”라며 조금의 포장도 없는 날 것의 속내를 고백했다.
보통 거물급 연예인이 새로운 도전에 나설 땐 ‘새로운 문화를 탐구하고 대중과 소통하기 위해’라는 그럴듯한 포장지를 씌우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경규는 다르다. “남들 꿀 빠는(?) 거 보니 배 아파서 나도 한다”는 식의 기막히게 솔직한 출사표는, 오히려 유튜브라는 날것의 생태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무기로 작용한다.
첫 여행지 선정부터가 코미디다. 그가 조회수를 사냥할 첫 타깃은 바로 일본이다. 이경규는 1999년 일본 텔레비전을 연구하겠다며 홀연히 유학을 떠났던 시절을 소환했다. 하지만 정작 대중이 빵 터진 포인트는 숨겨진 뒷이야기였다. 당당하게 떠났던 그는 대중에게 영영 잊힐까 봐 두려움에 떨다 결국 1년을 채우지 못하고 10개월 만에 슬그머니 귀국했다는 ‘쫄보’ 같은 진실을 털어놓은 것이다.
“그래서 일본 유학 갔단 얘기를 잘 안 한다”며 멋쩍게 웃는 60대 노장의 고백은, 예능 대부라는 무거운 왕관을 내려놓은 친근한 동네 아저씨 그 자체였다.
여기에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하나 더 얹어진다. 빠니보틀, 곽튜브 등 날것의 생존력과 솔직한 매력으로 판을 장악한 2030 여행 크리에이터들의 텃밭에, 온갖 산전수전을 다 겪은 ‘예능계의 시조새’가 도전장을 내민 셈이기 때문이다.
과연 세련된 편집과 감성 대신 특유의 욱하는 호통과 날카로운 상황 판단력, 그리고 40년 묵은 노장의 짬바로 무장한 그가 젊은 여행 유튜버들을 긴장하게 만들 ‘새로운 결의 날것’을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거창한 방송국 카메라 대신 콤팩트한 렌즈 앞에 서서 ‘조회수 자본주의’에 쿨하게 항복을 선언한 이경규. 남들이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 것 같아도 밉지 않은 이유는, 시대를 읽고 끊임없이 자신을 내려놓으며 대중과 눈높이를 맞추는 그의 천재적인 감각 덕분일 것이다. 과연 철저하게 ‘조회수’를 노리고 떠난 일본 바닥에서 ‘갓경규’가 어떤 날것의 웃음을 건져 올릴지, 벌써 그의 투명한 자본주의 미소가 아른거린다.
[MK스포츠 홍동희 선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