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찢고 나온 ‘비더후드(B THE HOOD)’, 버추얼 아이돌의 2막을 열다 [전곡리뷰]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핵심으로 자리 잡은 버추얼 아이돌 생태계에 거대한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엔터테크 기업 레벨스가 선보인 5인조 버추얼 보이그룹 ‘비더후드(B THE HOOD)’가 첫 번째 미니앨범 ‘THE REAL DEAL’을 발표하며 K-POP 씬에 정식 출사표를 던졌다.

버추얼 1세대 선두주자들이 ‘친근한 이웃’ 같은 소통 방식과 청량하고 밝은 에너지로 대중의 진입장벽을 낮췄다면, 비더후드는 이 성공 공식을 철저히 빗겨 나간다. 이들은 첨단 테크놀로지에 거친 서브컬처 감성과 치밀한 내러티브를 결합한 독보적 정체성을 무기로, 버추얼 아이돌 시장의 세대교체를 과감하게 선언하고 나섰다.

비더후드. 사진=레벨스
비더후드. 사진=레벨스

‘귀여운데 수상한’ 다크 SF 세계관과 시각적 혁명

비더후드의 기저에는 한 편의 블록버스터 SF 영화를 방불케 하는 정교하고 어두운 세계관이 흐른다.

이언(Eon), 제이스(Jace), 퍼비(PER B), 기류(Kyryu), 루안(Luan) 다섯 멤버는 감정이 배제된 채 오직 효율만이 지배하는 행성 ‘노버스(NOVUS)’ 출신이다. ‘오리지널 소스코드’를 지닌 이들이 1973년 보이저호의 골든 디스크 신호를 감지하고 노버스를 탈주해 낯선 지구에 불시착했다는 거대한 서사를 품고 있다. 지구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변신한 ‘SD 저전력 모드’의 엉뚱함과, 본모습인 실사 비율(LD)의 힙한 와이드핏 스트리트 비주얼을 교차시키는 연출은 1020 세대의 시선을 강렬하게 사로잡는다.

특히 K-POP 최정상 비주얼 장인 이성식 디렉터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출신 정에녹 VFX 아티스트 등 최고 수준의 인하우스 팀이 합심해 미세한 옷의 주름과 표정까지 생동감 있게 구현하며 ‘불쾌한 골짜기’를 완전히 부쉈다.

사진설명
비더후드. 사진=레벨스
비더후드. 사진=레벨스

‘THE REAL DEAL’ 6곡의 트랙으로 직조해 낸 치밀한 감정의 서사

비더후드의 데뷔 앨범 ‘THE REAL DEAL’를 분석해 보면, 이 앨범이 음악성 면에서 타협을 불허한 치열함의 결정체임을 알 수 있다. 감성 팝부터 힙합, R&B, 발라드까지 다채로운 사운드 흐름을 통해 ‘수용–확신–각성–해방–여유–위로’로 이어지는 유기적인 감정의 여정을 훌륭하게 직조해 냈다.

먼저 ‘Lowkey’는 낯선 감정을 처음 마주하는 섬세한 떨림과 ‘수용’을 담아낸 이지리스닝 R&B 트랙이다. 이어지는 ‘The Baddest’는 곡 전반의 “I’m the Baddest”라는 선언이 후반부 “Now you’re the Baddest”로 변주되며, 자기 확신의 메시지가 듣는 이에게로 확장되는 ‘확신’의 카타르시스를 안긴다.

3번째 트랙 ‘JADED’는 ‘각성’을 상징하는 트랙으로, Shakka Philip, Taneisha Jackson, Morgan Connie Smith 등 글로벌 실력파 보컬들이 백보컬에 참여해 곡의 스케일을 키웠다. 이어 타이틀곡 ‘CHOP!’은 앨범의 백미이자 타이틀곡으로, 챈트 훅과 랩, R&B 멜로디의 절묘한 조합이 미니멀한 그루브를 빚어내며 청춘의 에너지가 폭발하는 ‘해방’을 선사한다.

비더후드. 사진=레벨스
비더후드. 사진=레벨스

또 ‘STEEZE’는 이펙트 보컬과 랩이 유려하게 오가며 트랙 특유의 질감과 플로우를 만들어 내 ‘여유’로운 힙합 무드를 뽐낸다. 마지막 트랙 ‘Up on the Moon (머물러)’ 친밀한 도입부로 시작해 시네마틱한 클라이맥스로 웅장하게 확장되며 앨범의 여정을 닫고 청자에게 깊은 ‘위로’를 건넨다.

무엇보다 눈여겨볼 대목은 멤버 기류(Kyryu)가 6곡 모두 보컬 디렉팅과 백보컬에 직접 참여했다는 점이다. 이는 6명 프로듀서진의 개성과 시너지를 내는 동시에, 버추얼 아티스트 본인의 보컬적 관점과 뚜렷한 주체성이 앨범 전반을 관통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타이틀곡 ‘CHOP!’의 미니멀한 그루브와 마지막 트랙 ‘Up on the Moon (머물러)’의 웅장함이 만드는 선명한 대비는 앨범의 극적인 입체감을 완성하는 주요 감상 포인트다.

비더후드. 사진=레벨스
비더후드. 사진=레벨스

“AI의 매끈함 대신 거친 숨소리를”… 타협 없는 ‘휴먼 크리에이티브’

비더후드가 이번 앨범에서 보여준 가장 놀라운 성취는 ‘인간적인 불완전함’의 미학이다.

피프티피프티의 ‘Cupid’를 총괄했던 이준영 프로덕션 리더의 뚝심 아래, 이들은 버추얼 음악 특유의 매끈하고 기계적인 사운드를 철저하게 배제했다. 인공지능이 생성해 낸 듯한 완벽함 대신 보컬의 거친 호흡, 음정의 미세한 흔들림, 사람의 온기를 곡 곳곳에 거칠게 남겨 청춘 특유의 카오스와 반항심을 표현해 냈다.

데뷔 전 선공개된 곡들이 이미 유튜브 쇼츠 1위 및 유튜브 뮤직 주간 차트에 진입하며 증명한 막강한 음원 파워는, 이들이 지향하는 음악적 진정성이 글로벌 리스너들에게 완벽히 가닿았음을 증명한다.

1세대 선구자들이 닦아놓은 평탄한 길을 맹목적으로 따르지 않고, 스스로 ‘다크 힙합’과 ‘서브컬처’라는 가시밭길을 개척해 낸 비더후드. 이들의 첫 번째 미니앨범 ‘THE REAL DEAL’은 이름 그대로 가요계를 뒤흔들 ‘진짜배기’의 탄생을 알리는 서막이다. 음악, 기술, 세계관이 완벽한 삼위일체를 이룬 이들의 발걸음이 글로벌 K-POP 씬에 어떠한 눈부신 도약을 이끌어낼지 몹시 기다려진다.

[MK스포츠 홍동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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