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 아닌 최승현, ‘마약’부터 ‘은퇴 번복’까지...침묵 깨고 ‘논란’과 마주하다 [MK★인터뷰]

“안녕하세요. 탑 최승현입니다. 오랜만에 인터뷰를 하게 됐습니다. 정말 신중한 마음으로 적절한 시기를 고민하다가 용기 내서 나오게 됐습니다. 그동안 송구스러웠던 점도 많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룹 빅뱅 출신 배우 최승현이 오랜 침묵을 깨고 세상에 나섰다. 무려 11년 만이다.

2006년 아이돌 그룹 빅뱅의 멤버로 데뷔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연예인이 되기까지, ‘탑’이었던 시절의 최승현은 본인 스스로 ‘찬란하고 영광스러웠던 순간’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그에게는 거칠 것이 없었다. 모두가 꿈꾸던 정상의 자리에 올랐던 최승현이었지만 의경으로 복무 중이던 2016년 대마초 흡연 혐의가 적발된 이후 추락은 순식간이었다. 몰락하는 과정 속에서 탑이라는 이름은 연예면보다 사회면에서 더 접하기 쉬웠으며, 여기에 팬들과 설전을 벌이다 불거진 은퇴 시사 발언은 많은 이들의 등을 돌리게 만들기도 했다.

사진 = THE SEED
사진 = THE SEED

연예계를 떠났던 것처럼 보였던 최승현의 이름이 연예면에 다시 거론되기 시작한 건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2’ 출연 소식이 전해지면서부터. 코인 투자 실패로 ‘오징어 게임’에 참가하게 된 타노스로 연기 복귀를 알린 최승현이었지만 여전히 그를 향한 대중의 시선은 싸늘했다. 거듭된 논란에도 침묵으로 일관하다가 갑자기 은퇴를 번복하는 형태가 좋게 보일 리 만무했으며, 과거의 리스크를 뛰어넘길 만큼 연기력이 출중하지도 못했다.

대중의 불신에 연기력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여전히 싸늘한 여론과 마주한 최승현이 이번에 선택한 방법은 정면돌파였다. 뒤늦게 기자들 앞에 선 최승현은 경직된 자세와 무거운 표정, 덜덜 떨리는 입술과 손은 물론이고 숨을 죽이고 한 자 한 자 느리게 내뱉는 단어들까지. 자신을 향한 날 선 질문과 시선에 부담을 느끼며 벌벌 떨리는 긴장감을 채 감추지 못했던 최승현이었지만, 오랜만에 마주한 논란에 더 이상 회피하지 않았으며, 적어도 내뱉는 대답만큼은 솔직해 보였다.

‘은퇴’를 시사했으면서 다시 대중들 앞에 섰다. 송구스러운 점이 많을 것 같다.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20대 때 저의 굉장히 찬란하고 영광스러웠던 순간들 그 이후에 온 추락과 몰락은 한 번도 본 적 없었던 길이었다. 그 안에서 정신도 피폐해져 있었고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기도 힘들었었다. 저의 과오로 인해서 겪게 된 추락이었기에 모든 것이 부정적이었고 자기 혐오감도 많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판단력이 없어서 실수를 많이 저질렀다. 많이 후회하고 반성하고 있다.

본인이 직접 ‘은퇴’를 언급하지 않았는가.

2020년도에 라이브 방송에서 그런 뉘앙스의 이야기를 했던 것이 조금 잘못 전달된 부분도 있는 같다. 그 당시 저는 무너져 있었고 일어설 힘도 없었기에 정말 모든 것을 그만두려고 했던 시기가 있었다.

‘탑’을 향한 부정적 반응이 10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 마음 한 켠에는 억울함이라든지 ‘이렇게까지 용서받지 못할 일인가’라는 생각도 들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전혀 그렇지 않다. 억울하다는 생각은 단 1도 없다. 화려하고 찬란했던 20대에 너무나도 많은 과분한 사랑을 받았고 덕분에 영광스러운 시간을 보냈지만, 받았던 사랑에 보답하지 못하고 많은 분들께 실망과 아픔을 드렸다. 그래서 그런 거라고 생각한다

‘오징어 게임2’과 관련된 행사에 불참하다가 갑자기 인터뷰를 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홍보 일정에 제외가 됐던 건 저의 결정 권한도 아니었고, 그렇기에 저는 모든 것에 따랐을 뿐이다. 이번 인터뷰는 제가 요청을 드렸다. 그동안 못 나눴던 대화들과 그리고 저로 인한 저의 과오에 대해 사죄드리고 싶었던 마음이 컸다. 소통의 창구가 없었기에 오해를 많이 샀던 거 같다. 명분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만나 뵐 수 있겠다 싶어서 용기를 냈다.

사진 = THE SEED
사진 = THE SEED

소통의 창구가 없었다는 다소 핑계 같은 느낌도 있는 거 같다. 명분보다는 용기의 문제라고 본다. 이번에 용기를 낸 이유가 있는가.

정말 다른 것은 없고, 제가 그동안에 있었던 일들에 대해서 사죄드리고 싶은 마음이 컸다. 저는 저의 30대를 잃어버렸다. 잃어버린 30대이지만 그만큼 많이 스스로 정신적으로도 단단해졌다. 건강한 모습을 다시 보여드리고 싶었던 마음이다.

당시 청룡영화상과 백상예술대상에서 상을 받을 정도로 배우로서 인정을 받았던 시기었다. 대마초 사건으로 그 시간이 사라져 버려서 아쉽지는 않은가.

저는 저의 멈춘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다. 그 또한 제가 겪어야 할 어둠의 시간이었다. 제가 그런 어둠의 그늘에서 느낀 건, 조금 더 성장한 제 자아를 표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거다. 좋은 배우가 된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목표다.

‘빅뱅을 지우고 싶었던 것은 아니냐’는 말도 있었다.

빅뱅을 지우고 싶었던 건 아니다. 빅뱅이라는 팀에 씻을 수 없는 피해를 준 사람으로서 저라는 ‘과오의 꼬리표’가 빅뱅에게 따라다니지 않길 바랐다. 아직도 빅뱅 멤버들에게는 미안한 마음밖에 없다. 평생 미안한 마음을 안고 살 거 같다.

빅뱅의 멤버들과 연락은 하고 지내는가.

염치가 없어서 떠난 사람이기에 연락을 안 한 지 조금 됐다. 시간이 지나 이별의 아픔이 지나가고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 그때는 다시 연락하지 않을까 싶다. 거짓 없이 말씀드리자면 아직까지는 연락하고 있지는 않다. 너무나 멋있게 무대에 서는 빅뱅의 모습을 보면서 뿌듯하면서도 미안한 마음도 컸다. 정말 저는 응원하는 마음뿐이다.

빅뱅에 합류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하나.

제가 저지른 실수가 너무나 크다. 아시다시피 횟수로 10년이라는 시간이 멈춰있었다. 그 시간 동안 여러 생각을 해봤지만, 염치가 없다. 그리고 돌아가기는 이제 너무 시간이 지났다.

앞서 ‘정신적으로도 단단해졌다’고 말한 것처럼 전보다는 멘탈이 건강해진 것 같다. 특별한 계기가 있는가.

무너지고 힘이 없었을 때, 사회와 단절하고 집과 음악 작업실을 오가며 음악 만들기에 몰입했다. 7~8년이라는 시간 동안 제가 듣고 싶은 노래를 만들었다. 악기 앞에 그리고 작업실에서 마이크 앞에 있을 때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저라는 사람의 ‘존재의 목적’에 대해 깨닫게 된 부분도 있다. 음악을 만들면서 되살아 난 부분도 많은 것 같다. 그게 아니었다면 저는 아직도 일어서지 못하지 않았을까 싶다.

사진 = 넷플릭스
사진 = 넷플릭스

원래의 직업은 가수이지 않았는가. 가수가 본업이었던 사람이 배우, 그것도 ‘오징어 게임’으로 복귀했다.

‘오징어 게임2’ 제작사로부터 오디션 제의를 받고 타노스의 시놉시스를 보게 됐다. 저의 부끄러웠던 과거와 직면해야 하는 부분이 많은 캐릭터여서 고민도 많이 했고, 우스꽝스럽다보니 글로벌적으로로 이미지 박제가 될 수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해서 정말 많이 고민했다. 감독님께서 좋게 봐주셔서 만나 뵙고 리딩을 여러 차례 해왔고, 그러던 와중에 감독님께서 한 번 더 보고 싶다고 하셨다. 영상을 찍어 보내달라고 하셔서 보내드렸고, 그렇게 캐스팅 확정이 됐다. 지난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저라는 사람을 찾아주던 사람이나 봐주던 사람이 없었다. 그런 상황 속에서 감독님께서 손을 내밀어주셨고, 그 믿음에 보답하는 것이 저의 도리라고 생각했다. 감사함으로 용기를 냈고, 그래서 캐릭터 준비부터 해서 최대한 많이 노력해서 치밀하게 준비했던 거 같다.

연기에 대해 대중의 호불호가 많이 갈렸다. 본인이 내리는 ‘오징어 게임2’에서 최승현의 연기 점수가 궁금하다.

제 연기에 점수를 매기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인 거 같다. 타노스의 랩은 시나리오상으로 나와 있었던 랩이었다. 쓰임 자체가 우수꽝스럽고 엽기적이었다. 등장 타이밍도 게임상에 들어섰을 때 마음에 드는 여자에게 플러팅을 거는 괴짜 같은 신이었다. 전형적으로 실패한 힙합 루저이기에 최대한 랩이 단순하고 직관적이고 오그라드는 것이 재밌을 거로 생각했다. 감독님이 써주신 시나리오에 있는 랩보다 글자 수를 줄이고, 쉽게 따라할 수 있는 가사로 만들었다. 웃긴 밈 짤이 됐으면 좋겠다는 배우로서 바람도 있었다. 오그라드는 부분을 싫어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타노스로도 의도된 부분도 있다. 그 친구가 근사한 랩퍼라면 ‘오징어 게임’에 참여하지 않았을 거 같다. 더욱이 약물에 의존하는 루저 같은 캐릭터기에 과한 제스처를 취하며 포인트를 주고자 했다.

약물을 사용하는 타노스는 마약 전과가 있는 과거의 본인과 닮은 부분도 있다.

타노스라는 캐릭터는 저보다 하드코어하다. 비슷한 부분을 연기할 때는 지난날의 과오를 생각하며, 절대 멋 부리지 않았다. 잘생기게 나오려 하지 않고 우스꽝스러워 보이고자 했다. 타노스는 시나리오 안에서도 만화같이 과장되게 묘사됐던 캐릭터였다. 대사도 직관적이고 만화 같은 이야기도 한다. 긴장감 넘치고 무거운 ‘오징어 게임’의 분위기를 환기시켜 주는 광대 같은 캐릭터이기에, 텐션을 많이 올리려고 했다. 감독님께서도 다른 세상에 가 있는 것 같은 하이텐션을 원하셨다.

처음 캐스팅 소식이 전해졌을 때 이병헌과 이정재 친분으로 캐스팅된 것이 아니냐는 말도 있었다.

저는 남들에게 피해주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성격인데 ‘인맥 캐스팅 의혹’을 접하고 위대한 작품에 저라는 폐를 끼치는 상황이 되는 거 같아 무너지기도 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하차를 하려는 생각도 있었다. 그런 상황 속에서 황동혁 감독님께서 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셨고, 다시 한번 배우로서 감독님의 믿음에 부응하는 것이 보답하는 길이라 생각했다.

타노스가 죽음으로서 ‘오징어 게임’에서 완전히 하차하게 됐다. 이에 대한 아쉬움은 없는가.

전혀 없다. 원래 타노스 퇴장은 그때가 맞았다. 타노스가 약물을 계속 오남용하는 캐릭터이다 보니 그 타이밍에 죽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너무 날뛰기도 하고 까불었기에 그냥 죽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사진 = THE SEED
사진 = THE SEED

‘오징어 게임’이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관심을 모았던 기대작이었다. 인기 작품에 합류하면서 내심 드는 기대감도 있었을 것 같다.

다른 기대가 있을 수가 없었다. 오히려 ‘오징어 게임’이어서 더 부담스러웠고, 압박감도 심했다. 긍정적인 생각보다 압박감이 더 컸다.

‘오징어 게임’ 말고도 다른 작품으로 복귀할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정말 중간에 작품 제안이 온 것이 없었나.

정말로 없었다. 지난 10년 동안 들어온 제안이 없었다.

어찌됐든 배우로 복귀했다. 앞으로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알고 싶다.

아직까지 어떤 캐릭터라든지 작품을 하고 싶다 하는 희망을 갖기에는 마음의 여유가 많이 없다. 뮤지션으로서도 그렇고 배우로서도 그렇고 이제보다 더 진정성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 마음이 가장 크다.

차기작 제안이 온 것이 혹시 있을지 궁금하다.

제안 온 것이 없다.

아직 사람들은 최승현을 믿지 못하고 있다. 특히 가장 염려하는 부분은 마약이다.

지금의 저는 그 누구보다도 건실하게 살고 있다. 전 그걸로(마약)로 인생이 무너졌던 사람이다. 앞으로 그럴 일은 없다.

더 이상 논란으로 마주할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제가 더요. 그건 세상 누구보다 제가 더 원하고 있다.

[금빛나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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