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 핸드볼의 살아있는 전설, 크리스티나 네아구(Cristina Neagu)가 팬들과 전 세계 스타들이 모인 은퇴 갈라 매치에서 화려하게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지난 8일(현지 시간)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의 Sala Polivalentă 경기장에는 무려 5,000여 명의 팬들이 운집, 네아구의 마지막 인사를 함께했다. 이날 경기는 ‘IHF(국제핸드볼연맹) 여자 올해의 선수’ 4회 수상에 빛나는 네아구의 은퇴를 기념하는 갈라 매치로, 세계 핸드볼계를 대표하는 스타들이 총출동해 그 의미를 더했다.
네아구는 이번 시즌 CSM 부쿠레슈티 소속으로 루마니아 리그 우승과 루마니아 컵 우승을 동시 달성한 뒤 지난 5월 말 공식적으로 은퇴했다. 하지만 자신을 아껴준 팬들과 동료들 곁에서 마지막을 장식하고자 이번 갈라를 직접 기획했다.
네아구는 국제핸드볼연맹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시즌은 제 인생에서 정말 특별했어요. 팬들이 줄을 서서 사진을 찍으려는 모습에서 그 감정과 떨림이 고스란히 느껴졌죠. 매 경기 후엔 회복이 중요했기 때문에 팬들과 충분히 교감하지 못했던 것이 항상 마음에 걸렸어요. 저는 더 이상 25살이 아니니까요”라고 말했다.
이번 갈라 매치는 특별히 세 세트(각 10분) 경기로 진행되었으며, 루마니아 대표팀의 전설들과 세계 올스타 팀이 맞붙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날 네아구는 단순히 선수로 뛰는 데 그치지 않았다. 직접 골을 넣는 것은 물론, 골키퍼, 심판 역할까지 맡으며 다채로운 모습으로 팬들의 환호를 이끌었다.
또한 경기 도중 루마니아 대통령인 니쿠쇼르 단(Nicușor Dan)이 IHF 집행위원 나르치사 레쿠샤누(Narcisa Lecușanu)의 패스를 받아 직접 페널티 슛을 성공시키는 깜짝이벤트도 펼쳐졌다. 두 사람은 관중석에서 코트로 내려와 팬들의 힘찬 박수를 받았다.
경기 종료 후, 네아구는 팬들과 동료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저는 완전히 핸드볼을 떠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여러분 마음속엔 영원히 남고 싶어요. 이렇게 많은 전 동료들이 ‘함께 하겠다’고 해준 것만으로도 제 커리어가 얼마나 의미 있었는지 느낄 수 있었어요. 낯설겠지만, 이제는 제 인생의 새로운 챕터를 시작할 준비가 되었어요”라고 말했다.
2006년부터 루마니아 대표팀을 이끌며 2010, 2015, 2016, 2018년 IHF 여자 올해의 선수상 4회 수상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크리스티나 네아구는, 여자 핸드볼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 중 한 명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녀의 은퇴는 아쉬움을 남기지만, 이날 갈라를 통해 팬들과 전 세계 핸드볼계가 함께 축하하고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의미 있는 자리가 되었다.
[김용필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