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왼손 훅이 나오기 전까지, 그의 이름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UFC 헤비급 파이터 션 샤라프, 그는 지난 20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 열린 ‘UFC 331’에서 게이블 스티븐슨을 상대했다.
경기 전 세간의 관심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으로 UFC 데뷔 두 경기 만에 메인 카드에서 기회를 잡은 스티븐슨에게 향했다. 그리고 그 상황은 12초 만에 완전히 변했다. 샤라프는 경기 시작 12초 만에 왼손 훅을 스티븐슨의 턱에 적중시켰고, 그대로 경기를 끝냈다.
12초는 UFC 헤비급 역사상 기록 토드 더피(7초) 자이르지뉴 로젠스트루이크(9초)에 이어 월트 해리스와 함께 세번째로 빠른 KO 기록이다.
“맞지 말고, 돈 가방 두둑히 챙겨서 나가자고 말했다. 다들 농담인줄 알았을 것이다.”
경기 후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샤라프는 이날 경기를 치른 기분을 묻자 웃으면서 이렇게 답했다.
이 대회에서 처음 생긴 ‘혼돈 보너스’의 주인공이 되면서 10만 달러의 보너스까지 챙긴 그는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다. 정말 감사하다. 간절히 기도했고, 내 자신을 믿었고, 내 팀도 나를 믿어줬기에 정말 행복하다. 이 순간이 너무 기쁘다”며 말을 이었다.
공약한 대로 왼손 훅으로 경기를 끝낸 그는 “이전 경기에서는 초반에 KO를 노리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그야말로 전쟁을 치를 각오로 3라운드까지 준비하고 있었다. 주님께서 펀치를 날릴 기회를 주신 것이다. 그냥 주먹을 뻗었을 뿐인데 그런 결과가 나온 것”이라며 피니시 장면에 대해 말했다.
하루아침에 유명 스타가 됐지만, 그는 “별로 실감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냥 여느 때와 다름없는 경기라고 생각했다. 상대를 특별한 존재로 여기거나 우러러보지도 않았다. 그도 똑같이 팔다리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내가 세상을 놀라게 한 것은 맞지만, 기분은 달라진 것이 없다”며 침착한 모습을 보여줬다.
자신의 이름을 검색하고 있을 팬들에게는 “직접 찾아보고 알아봐 주셨으면 좋겠다. 내 인생 이야기를 다 할 수는 없다. 정말 많은 일을 겪었다. 해병대에 입대하기 위해 70파운드(약 32킬로그램)나 감량했다. 여러 차례 표창도 받았고, 전 세계에서 복무했다. 전역 후에는 부상과 싸웠다. 아마추어 시절 마이클 비스핑, 션 스트릭랜드, 루크 락홀드같은 선수들과도 스파링했다. 많이도 얻어터졌지만, 언젠가 기회가 올 거라 믿으며 매일같이 훈련장에 나갔다. UFC에서 첫 두 경기를 졌을 때는 ‘젠장, 내가 여기 있을 자격이 있나?’라는 의구심도 들었다. 이것이 바로 내 이야기다. 그저 내 자신을 믿고 매일 훈련에 임하는 것, 그것이 전부”라는 말을 남겼다.
그는 자신이 과거 뛰었던 지역 대회에서 고생하고 있을 무명 선수들에게도 “자기 자신을 믿어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 “정말 힘든 싸움이다. 지역 대회에서는 돈도 제대로 못 벌면서 계속 얻어터지기만 한다. 어떤 선수들은 본업을 병행하기도 한다. UFC에 진출해도 상황은 녹록치 않다. 나도 올해 파산 신청을 해야 할 판이었다. 빚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다. 다들 모두 힘들게 싸우고 있다. 그러나 간절히 원한다면 인내심을 갖고 계속 나아갈 것이고, 언젠가는 노력이 보상받을 날이 올 것”이라며 후배들을 격려했다.
상대 스티븐슨에 대한 말도 남겼다. 승자 선언이 나오기도 전 케이지를 떠나며 비난받고 있는 스티븐슨에게 그는 “나도 UFC 첫 패배전까지는 무패 행진중이었다. 그 선수도 이번이 첫 패배일 것이다. 그런 경험이 사람을 더 성장하게 만든다. 나중에 되돌아보게 될 것이고, 상대를 과소평가하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자신이 무적이라거나, 상대를 그냥 짓밟고 갈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렇기에 그는 다시 돌아와 더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엄청난 재능을 가진 선수다. 분명 다시 보게될 것”이라는 위로의 말을 남겼다.
다음 일정을 묻자 그는 “해병대에서 6년간 복무하며 몸이 많이 상했고, 훈련을 거치면서 부상도 많았다”며 일단은 쉬고 싶다는 말을 전했다.
그가 가장 바라는 일은 따로 있다. “5~6년간 스폰서가 없었는데 구할 수 있으면 좋을 거 같다. 어머니께 실질적인 도움을 드리고 싶다. 올해 어머니가 은퇴하고 쉬실 수 있게 해드리고 싶다. 몸이 많이 편찮으셔서 정말 도와드리고 싶다”며 어머니를 돕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로스앤젤레스(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