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순간을 꿈꿔왔다” 편의점 알바에서 빅리거로, 레이 커의 인생 역전 [MK현장]

지난 2일(한국시간) 트루이스트파크에서 열린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의 와일드카드 시리즈 3차전은 유일하게 열린 와일드카드 시리즈 끝장 승부였다. 자연스럽게 관심이 집중됐다.

이 경기에서 가장 밝게 빛난 선수는 바로 레이 커(32)였다. 애틀란타 선발로 나선 커는 브라이스 하퍼를 비롯한 상대 타선을 완벽하게 봉쇄하며 3 1/3이닝 1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 호투했다.

이날 경기전까지 그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많이 없었지만, 상대 중심타선에 포진한 카일 슈와버와 하퍼, 두 좌타자와 두 차례 대결을 치르고 내려가면서 애틀란타 벤치에서 준비한 최상의 경우를 충실히 해냈고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4회 마운드를 내려갈 때는 4만 관중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레이 커는 3차전 승리의 주역이다. 사진= Getty Images/AFP= 연합뉴스 제공
레이 커는 3차전 승리의 주역이다. 사진= Getty Images/AFP= 연합뉴스 제공

월트 와이스 감독은 “오늘을 계기로 그의 이름이 널리 알려지기를 바란다. 그는 그럴 자격이 충분하다”고 칭찬했다.

메이저리그에 사연 없는 선수가 어딨겠냐만, 그는 다른 선수들보다 더 길고 험난한 길을 걸어왔다.

‘디 애슬레틱’에 소개된 내용에 따르면, 그는 어린 시절부터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다. 여섯 남매 중 한 명이었던 그는 어머니가 없었고, 아버지는 감옥을 들락거렸다. 위탁 가정에 맡겨져 여러 차례 이사를 다녀야 했다.

야구는 그런 그에게 탈출구가 됐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한 경기 17탈삼진을 기록하며 두각을 나타냈지만, 대학에서 학업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경기 출전이 막히기도 했다. 학교를 나와 고향으로 돌아온 뒤에는 편의점과 영화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다. 야구 선수로서 그의 커리어는 그렇게 끝난 것처럼 보였다.

레이 커가 관중들의 기립박수에 답하고 있다. 사진= Getty Images/AFP= 연합뉴스 제공
레이 커가 관중들의 기립박수에 답하고 있다. 사진= Getty Images/AFP= 연합뉴스 제공

그러나 이후 그는 새로운 학교에서 다시 재기했다. 드래프트에서 외면받았지만, 2017년 미지명 FA로 시애틀 매리너스와 계약하며 프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오랜 마이너리그 생활을 거쳐 2022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빅리그에 데뷔했다.

시련은 계속됐다. 2024년 팔꿈치 부상을 입었고 토미 존 수술 여파로 2025년을 통째로 쉬었다. 올해 빅리그에 돌아온 뒤 9경기에서 18 1/3이닝 던지며 평균자책점 1.47로 선전했고, 포스트시즌에서 기회를 얻었다. 마침내 밝게 빛날 기회를 얻었다.

레이 커는 오랜 역경을 거친 끝에 이날 무대에 섰다. 사진= Getty Images/AFP= 연합뉴스 제공
레이 커는 오랜 역경을 거친 끝에 이날 무대에 섰다. 사진= Getty Images/AFP= 연합뉴스 제공

그는 경기 후 가진 인터뷰에서 “정말 기분 좋았다”며 기립박수를 받았을 때 소감을 전했다. “긴 여정이었고, 이런 순간을 꿈꿔왔다.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 실감이 안 난다. 다음 시리즈도 이길 수 있었다면 좋겠다”며 말을 이었다.

아침에 눈을 뜬 순간부터 집중했다고 밝힌 그는 “초구를 던질 때부터 관중들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팬분들이 더 강하게, 더 많이 던질 수 있도록 동기부여해 주셨다. 스트라이크를 던질 때마다 환호해 준 팬들에게 감사하다”며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애틀란타(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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