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꾸준함을 보여줘라.
정관장 레드스파크스 아웃사이드 히터 박혜민(23)은 프로에 오기 전부터 한국 여자배구 유망주로 평가받았다. 선명여고와 청소년 대표팀서 에이스로 활약했던 박혜민은 201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3순위로 GS칼텍스 지명을 받았다. 지명 순위에서 알 수 있듯이 박혜민에 대한 기대감은 컸다.
181cm의 좋은 신장에 기본기가 탄탄하다. 리시브가 좋고, 공격이 다소 약점으로 뽑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득점을 못 올리는 선수는 아니다.
그러나 프로의 벽은 높았다. 물론 박혜민이 훈련을 하지 않은 건 아니다. 그 누구보다 많은 훈련량을 소화하고, 의지도 좋았다.
그렇지만 경기력이 나오지 않았다. 기회는 주어졌지만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특히 스스로도 늘 말하듯이 멘탈이 쉽게 흔들렸다. 예를 들어 리시브가 흔들렸을 경우 ‘흔들리고 있다’ 하는 표정이 얼굴에 다 티가 났다. 그러면 상대는 박혜민이 흔들린다는 것을 알고, 그쪽으로 목적타 서브를 집중하면 됐다. 그럼 벤치는 박혜민을 뺄 수밖에 없었다. 이 패턴이 마치 도돌이표처럼 계속 반복됐다. 약점으로 꼽히던 공격도 발전 속도가 더뎠다.
박혜민은 지난 시즌까지 단 한 번도 리그 30경기 이상을 출전한 적이 없었다. 커리어 하이 시즌은 2021-22시즌 28경기에 나서 205점 공격 성공률 35.13%로 그저 그랬다. 박혜민이 제자리를 걷는 사이 동기 이주아(흥국생명)-박은진(정관장)-정지윤(현대건설) 등은 올림픽도 나가고 아시안게임도 나가며 승승장구했다.
박혜민은 이번 비시즌 고희진표 지옥훈련을 모두 이겨냈다. 야간훈련도 빠지지 않고 소화하며 눈도장을 찍었다. 특히 에이스 이소영이 부상으로 시즌 초반 출전이 어려운 상황에서 책임감이 생겼고, 올 시즌이 끝나면 자유계약(FA) 자격까지 얻기에 동기부여도 확실했다.
아직 세 경기를 치렀을 뿐이지만, 박혜민은 꾸준하고 안정감 있는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3경기 28점 공격 성공률 50% 리시브 효율 47.54%. 함께 아웃사이드 히터 라인을 지키는 지오바나 밀라나(등록명 지아)의 리시브가 다소 흔들리는 상황에서 상대 서브를 버티고 있다.
26일 흥국생명과 경기에서는 13점 공격 성공률 52.17% 리시브 효율 56.25로 맹활약하며 팀의 3-2 대역전승에 힘을 더했다. 고희진 감독도 “확실히 예전보다 기량이 올라왔다. 세터와 호흡도 좋았고, 강타도 나와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라고 이야기했다.
연차가 쌓인 탓일까, 훈련의 효과일까. 이전에 없던 안정감이 생겼다.
이제 보여줘야 할 건 꾸준함이다. 지금의 활약이 단순히 운이 아니라는 걸 보여줘야 한다. 이소영이 돌아오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 그때까지는 이선우, 김세인, 곽선옥 등 동생들과 함께 이소영의 빈자리를 채워야 한다.
고희진 정관장 감독은 IBK기업은행과 홈 개막전이 끝나고 “박혜민은 가장 열심히 하는 선수 중 한 명이다. 투지가 있다. 솔직히 박혜민은 잘 되어야 한다. 준비한 만큼 올 시즌에 좋은 선수로 성장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만큼 열심히 훈련하고, 노력을 하는 선수가 박혜민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조금씩 알을 깨고 나오기 시작한 박혜민, 시즌 끝날 때까지 지금의 좋은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까. 박혜민은 흥국생명전 종료 후 “개인적으로 멘탈이 약해서 빨리 무너질 수도 있는데 올 시즌은 비시즌 동안 준비 잘해서 불안하지 않다. 즐기면서 배구하고 있다”라고 달라진 모습을 예고했다.
[이정원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