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인으로는 최고의 영예인 ‘스포츠영웅’에 선정돼 너무 기쁩니다. 한국 체육 발전을 위해 더욱 노력하라는 의미를 되새겨 맡은 바 임무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10월30일 대한체육회(회장 이기흥)가 발표한 ‘2024 대한민국 스포츠영웅’으로 선정된 하형주(62) 서울올림픽기념국민체육진흥공단 상임감사는 11월1일 필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차분한 어조로 소감을 밝혔다.
대한체육회는 2011년부터 한국 체육 발전에 이바지한 인물을 선정해 스포츠 영웅 명예의 전당에 헌액하고 있다. 체육단체, 기자단 등 각계에서 후보를 추천받아 최종 후보 3명을 가린 뒤 업적 평가와 국민 지지도 조사 결과를 참고해 수상자를 결정한다.
다음은 하형주 상임감사와의 일문일답.
- 먼저 대한민국 스포츠영웅으로 선정된 것 축하합니다. 예상은 하고 있었습니까.
“최종 후보로 올라오신 분들이 모두 쟁쟁한 분들이어서 반신반의하고 있었습니다. 아시안게임 우리나라 첫 금메달리스트인 이홍복(90) 선배님은 1958년 도쿄 아시안게임 사이클 2관왕으로 도쿄 하늘에 처음으로 태극기를 휘날린 체육계 원로이십니다. 당시가 일제로부터 해방된 지 10여 년밖에 안 돼 더욱 감격스러웠을 것입니다. 심권호(51) 후배도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과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레슬링 그레코로만형에서 거푸 금메달을 딴 훌륭한 선수입니다. 특히 심 후배는 세계선수권대회와 아시안게임 등에서도 48㎏급과 52㎏급 두 체급을 석권한 ‘작은 거인’이었습니다. 솔직히 제가 어렵겠다는 생각도 없지 않았습니다.”
한국선수단 기수로도 활동했던 1984년 LA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올림픽 유도 금메달을 딴 하 감사는 1985년 세계유도선수권대회(서울) 결승에서 일본의 스가이 히토시에게 빗당겨치기 한판패를 당하기도 했다. 넘치는 자신감을 억제하지 못하고 공격을 서두르다 역습을 당한 쓰라린 결과였다.
하지만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결승에서 스가이와 재격돌, 신중한 경기 끝에 모두걸기로 공략해 1년 전 패배를 설욕하기도 했다.
- 유도선수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대한민국 스포츠영웅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는데 특별한 감회가 있는지.
“유도인으로는 처음으로 스포츠영웅 명예의 전당에 들어갈 수 있어 가슴이 벅찹니다. 1936년 베를린올림픽의 영웅 손기정 선생님,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광복 후 첫 올림픽 금메달을 딴 양정모 선배님, 그리고 선수 시절 태릉선수촌에서 우리들을 자식처럼 아껴주셨던 김성집 촌장님 등을 스포츠영웅 명예의 전당에서 모실 수 있게 돼 영광스럽기만 합니다.”
화끈한 다리들어메치기가 일품이었던 하감사는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개회식에서 북한 여자유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계순희와 함께 성화 공동점화자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는 마라톤 황영조 등 5명과 함께 태극기를 들고 입장하는 등 한국 체육의 레전드로 불리고 있다.
하 감사는 평소 탁 트인 시야와 폭 넓고 원만한 대인관계로 정평이 나 있다. 하 감사는 지난 26일 태릉선수촌에서 한국체육인회(회장 진수학)가 주최한 ‘2024 은퇴체육인 화합 한마당’에도 참여, 3백여 명의 원로체육인들과 한데 어울려 줄다리기, 공던지기 등 각종 프로그램을 소화하며 회원들과 막걸리도 마시는 등 체육인들과의 소통에 힘쓰는 모습이었다.
지난 2021년 슬하의 1남 1녀가 모두 결혼, 손주까지 봤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세례명은 미카엘. 별명은 ‘왕발’. 그의 발 크기는 330㎜다.
지난해 8월 37년간 교수로 봉직한 모교 부산 동아대를 사직하고 국민체육진흥공단 상임감사를 맡은 하 감사는 지난 2월 3년 임기가 끝났으나 후임자가 임명되지 않아 아직도 이사장을 맡고 있는 조현재(64) 제13대 이사장 후임으로도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종세(대한언론인회 총괄부회장·전 동아일보 체육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