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많이 당황했다. 이제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 적응은 걱정 안 하셔도 된다.”
ABS에 서서히 적응해 나가고 있는 하준영(NC 다이노스)이 앞으로의 활약을 약속했다.
성남중, 성남고 출신 하준영은 날카로운 패스트볼 및 슬라이더가 강점인 좌완투수다. 2018년 2차 2라운드 전체 16번으로 KIA 타이거즈의 부름을 받았으며, 2021년 말 나성범의 보상 선수로 NC에 지명돼 공룡군단의 일원이 됐다. 프로 통산 181경기(156.1이닝)에서 10승 3패 22홀드 평균자책점 5.24를 적어냈다.
군 복무로 최근에는 잠시 자리를 비우기도 했다. 2023년 12월 입대했고, 지난 3일 소집해제됐다. 단 이 기간에도 야구공을 놓지 않는 열정을 보여줬다.
최근 창원NC파크에서 만난 하준영은 “마산에 있는 아동센터에서 근무했다. 좋은 곳이었다. 열심히 어린이들을 돌봐주며 지냈다”면서 “근무 끝나고는 야구장에 와 훈련을 했다. 저녁이라 늘 불이 꺼져 있었는데, 혼자 키고 운동했다. 시간이 생길 때는 트레이닝 센터에 가서도 몸을 만들었다. 오래 쉬면 다시 몸 만드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잘 안다. 감을 잃고 싶지 않았다. 빨리 복귀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마운드에 너무 서고 싶었다. 그래서 계속 야구공과 가까이 지냈다”고 배시시 웃었다.
이어 “머리 한 켠에 늘 자리했던 ‘군 복무’라는 고민거리가 사라졌다. 매우 후련하다. 진짜 야구만 하면 된다. 더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이제는 나이가 어리지 않다. 결과로 보여야 하는 나이가 됐다. (예전보다) 무조건 더 잘할 것”이라고 두 눈을 반짝였다.
워낙 몸 상태가 좋았기에 전역 후 이튿날이었던 4일 곧바로 1군의 부름을 받았다. 하준영은 “전역하고 바로 1군에 가는 것을 목표로 삼았었다.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잘 준비했는데, (이호준) 감독님이 좋게 봐 주셔서 바로 올라올 수 있었다. 목표를 달성해 기분이 너무너무 좋았다”며 “감독님이 고생했다 하셨다. 중요한 상황에 나갈 수 있다 말씀하셔서 나름대로 대비했다”고 이야기했다.
복귀전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4일 창원 두산 베어스전에서 양 팀이 3-3으로 맞선 7회초 최성영의 뒤를 이어 마운드에 오른 것. 그러나 결과는 좋지 못했다. 여동건, 정수빈에게 연달아 볼넷을 범했다. 이어 안재석, 박준순에게는 각각 1타점 우전 적시 2루타, 1타점 중전 적시타를 맞아 순식간에 2실점했다. 이후 제이크 케이브를 3루수 파울 플라이로 처리한 뒤 배재환과 교체됐다. 패전의 멍에가 따라왔다.
그는 “(복귀전) 마운드에서 좀 더 즐기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경기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 긴장했던 부분도 없지 않아 있었다”며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복귀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그러지 못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차근차근 적응하면 충분히 좋은 모습 보일 수 있을 것이다. 구속이 연습 경기 했을 때와 비슷했다. 1군에 올라오면 더 나올 것 같았는데, 긴장해서 그런지 아직 올라오지 않더라”라며 “여유가 생기면 더 좋은 공을 던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시련은 계속됐다. 5일 창원 두산전에서 0.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지만, 2개의 안타를 내줬다. 이후 7일 창원 KIA 타이거즈전에서도 0.1이닝 1피안타 1사사구 1탈삼진 무실점으로 안정감을 주지 못했다.
이런 하준영의 고전에는 ABS를 비롯해 피치클락, 피치컴 등 ‘신문물’들의 존재가 있었다. 처음 접하는 ABS 존을 좀처럼 공략하지 못했으며, 군 복무 전과 다른 타자들의 대응 방식 또한 고민거리였다.
하준영은 “다른 야구를 하는 것 같았다. 2년 동안 많이 바뀌었더라. ABS, 피치클락, 피치컴도 정식 경기에서 한 것이 처음이었다. 사실 혼란스러웠다. 적응 못한 제 잘못이다. 다 새로웠던 것 같다”며 “특히 ABS를 처음 접했다. 군대 가기 전 투구 방식을 가져갔는데, 확실히 다른 느낌이었다. 타자들의 접근 방식도 달랐다. 다르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계속해서 “처음에는 많이 당황했다. 조금만 빗나가면 볼이 되더라. 형들도 좌, 우보다는 상, 하로 많이 집중하라 조언해 주셨다. 그런 식으로 접근하니 처음보다는 많이 나아졌다”며 “어떻게 접근을 해야 할지 충분히 연구 및 고민하고 있다. 앞으로는 괜찮을 것이다. 이제 ABS 적응은 걱정 안 하셔도 된다”고 강조했다.
비록 아직까지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지만, ABS에 순조롭게 적응한다면, 하준영의 활약 가능성은 매우 높다. 군 복무 전보다 구위가 몰라보게 좋아진 까닭이다.
하준영은 “복귀 후 공 회전 수가 많이 올라왔다. 어떻게 하면 좋아질까 고민하면서 연습하다 보니 RPM(분당 회전수) 수치가 좋아졌다. 많은 분들이 패스트볼 수직 무브먼트도 좋아졌다고 하셨다. 몸 아픈 곳이 없고 자신감 있게 던지다 보니 그런 것 같다. 패스트볼 그립을 조금 수정한 덕도 있는 것 같다.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팀이 가을야구 진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끝까지 NC가 5강 싸움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되고 싶다”며 “개인적인 목표는 좀 더 적응해 시즌 끝날 때까지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내년에는 필승조 진입도 노려보고 싶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창원=이한주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