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인 부상을 딛고 다시 대표팀에 돌아온 김승규(34·FC도쿄), 그는 ‘다시 돌아왔다’는 기쁨보다는 이기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더 짙은 모습이었다.
김승규는 10일(한국시간)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의 지오디스파크에서 열린 멕시코와 A매치 선발 출전, 90분 풀타임 소화했다. 두 골을 허용했지만, 7개의 세이브를 해내며 팀이 2-2 무승부로 경기를 마치는데 기여했다.
경기 후 믹스드존에서 취재진을 만난 그는 “마지막에 아쉬운 부분이 있어서 100% 만족은 못 하는 경기”라며 후반 추가 시간 실점을 허용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날 한국은 후반 추가시간 3분 산티아고 히메네즈에게 동점골을 허용하며 승리를 놓쳤다. 아크 정면에서 히메네즈의 왼발 슈팅이 완벽하게 골문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김승규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슈팅이었다.
그는 “그런 것을 버텨야 우리가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미국과 경기도 우리가 추가 시간까지 잘 버텼기에 이길 수 있었다”고 말한 뒤 “그런 부분에서 상대가 슈팅을 잘 때렸다고 하기보다는 미리 그런 상황을 만들지 말아야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막을 수 있는 것은 더 막아줘야 팀도 힘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그럼에도 이날 경기는 대표팀에 값진 경험이 될 경기였다. 월드컵에서 만날 상대들은 대부분 한국보다 강팀들이고, 이날 경기처럼 볼 점유율을 내준 상황에서 경기할 확률이 높다. 현실적으로 이날 경기 막판처럼 일방적인 공세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그는 “전반에도 우리가 0-0 상황에서 수비하는 시간이 더 많았다. 그런 부분에서 선수들이 오늘 경기가 앞으로 강 팀을 만날 때를 대비한 좋은 공부가 됏을 것이다. 마지막에 실점한 부분도 그렇고 선수들에게 많은 공부가 됐을 것”이라며 이같은 의견에 동의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대표팀이 이번 A매치 기간 시험한 스리백에서 골키퍼는 빌드업의 시작점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상대마다 압박을 나오는 모습에 따라 많이 바뀌고 있다. 오늘같은 경우 상대의 앞선 경기를 분석했을 때 강하게 앞으로 나오고 수비 라인도 높았기에 수비 뒷공간을 노리는 훈련을 많이했다. 잘된 부분도 있었고 안 된 부분도 있었다.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고 평했다.
김승규의 이날 출전은 지난 2014년 1월 15일 AFC 아시안컵 바레인과 경기 이후 첫 출전이다. 당시 그는 훈련 도중 무릎 전방십자인대를 다쳤고 한동안 경기에 나오지 못했다. 이날은 1년 8개월 만에 A매치 출전이었다.
“그 사이 감독님도 바뀌었고, 팀이 하고자 하는 축구도 많이 바뀌었다”며 운을 뗀 김승규는 “그 부분과 관련해 빠른 시간 안에 적응하려고 노력중이다. 오늘 경기도 그런 부분에서 감독님이 하고자 하는 축구에 맞춰 도움이 되고자 열심히 했다. 오늘 결과도 그렇고, 경기력에서도 좋은 모습을 가져갔으면 좋았을 텐데 100% 만족하는 경기력은 아니라서 아쉽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승규가 부상으로 이탈한 사이, 대표팀 골문은 조현우가 지켜왔다. 이번 A매치 기간에는 두 경기를 사이좋게 나눠 맡았다.
이와 관련해 조현우는 앞서 미국전을 마친 뒤 가진 인터뷰에서 “누가 뛰든 우리는 ‘원 팀’으로 경기에 임할 것이다. 훈련할 때도 서로 격려해주고 있다. 대한민국의 골대를 지키는 선수들이기에 경쟁보다는 팀이 잘 될 수 있는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서로 노력하고 있다”는 말을 남겼다.
김승규의 생각은 어떨까? 그는 “항상 대표팀에 들어오면 경기를 나간다는 생각과 마음가짐으로 준비를 한다. 경기를 나가든 안 나가든 나로 인해 (송)범근이나 (조)현우가 조금이나마 긴장감을 느낄 수도 있다. 이런 긴장감이 대표팀에서도 항상 필요하다. 그런 부분에서 서로 경쟁을 하면서도 경기에 나가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그런 골키퍼 포지션이 되고 싶다”며 앞으로 치열해질 수문장 경쟁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내슈빌(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