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솥밥 먹던 온앤오프·유스피어 17일 동시 컴백, 엇갈려 다시 만난 뭉클한 2막 [홍동희 시선]

K팝 생태계에서 소속사 이동은 대개 ‘불안’과 ‘단절’의 언어로 소비된다. 누가 떠났고, 왜 갈라섰고, 과연 예전 같은 영광을 누릴 수 있겠느냐는 호사가들의 입방아가 먼저 따라붙는다.

그래서 오는 6월 17일, 같은 출발점의 기억을 공유했던 두 팀이 각기 다른 새 둥지에서 나란히 컴백 무대에 선다는 소식은 단순한 우연을 넘어 묵직한 서사로 읽힌다.

걸그룹 유스피어는 첫 미니앨범 ‘BITE DISTRICT’로, 보이그룹 온앤오프는 정규 2집 Part.2 ‘ONF:MY SELF’로 돌아온다. 두 팀 모두 ‘WM엔터테인먼트’라는 깊은 연결고리를 가졌다는 점에서, 이날은 단순한 발매일이 아니라 이들이 스스로 증명해 내야 할 ‘2막의 시작점’이다.

6월 17일, 같은 출발점의 기억을 공유했던 유스피어와 온앤오프가 각기 다른 새 둥지에서 나란히 컴백 무대에 선다. /사진=각 소속사

#제작자가 끝까지 책임진다… 유스피어의 뚝심

유스피어의 재출발은 K팝 산업에서 꽤 이례적이고 상징적이다. 이들은 WM엔터테인먼트의 설립자이자 수장이었던 이원민 대표가 올해 1월 새롭게 차린 MW엔터테인먼트에서 닻을 올린다. 양사 간의 원만한 협의를 거쳐 전속계약과 상표권을 양도받는 방식으로 팀의 명맥을 이은 것이다.

여기서 핵심은 소속사의 간판이 바뀌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다. 팀을 탄생시킨 제작자가 새로운 터전에서 다시 한번 팀의 다음 페이지를 책임지겠다고 나섰다는 점이다. K팝 시장에서 제작자의 이름은 종종 흥행의 도구로 쓰이다 이내 무대 뒤로 사라지곤 한다.

하지만 유스피어의 복귀는, 적어도 이번만큼은 그 ‘제작 책임의 연속성’이 어떤 기교보다 강하게 전면에 드러난 사례다.

유스피어의 재출발은 K팝 산업에서 꽤 이례적이고 상징적이다. /사진=MW엔터테인먼트

#‘새 회사’보다 ‘흔들리지 않는 팀’… 온앤오프의 증명

반면 온앤오프의 새 출발은 또 다른 의미에서 묵직한 울림을 준다. 2017년 데뷔 이후 약 8년간 WM엔터테인먼트에서 활동했던 이들은, 올해 1월 계약을 마무리한 뒤 케이아이 엔터테인먼트에 새 둥지를 틀었다.

새 소속사는 온앤오프의 ‘팀명’과 고유의 ‘정체성’을 그대로 유지한 채 멤버 전원과 동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목이 중요하다. 유스피어가 ‘제작자의 연속성’을 보여준다면, 온앤오프는 강인한 ‘팀의 연속성’을 증명한다.

멤버 한 명의 이탈도 없이 팀의 색깔을 온전히 지킨 채 새로운 환경으로 넘어간다는 것은, 수많은 그룹이 재계약의 문턱에서 이름을 잃거나 해체 수순을 밟는 냉혹한 현실 속에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온앤오프는 이번 이동을 위기나 단절이 아닌, 더 넓은 세계로의 ‘확장’으로 만들고 있다.

온앤오프의 새 출발은 또 다른 의미에서 묵직한 울림을 준다. /사잔=케이아이엔터테인먼트

#경쟁이 아닌 응원, 각자의 이름으로 다시 쓰는 2막

방법은 다르지만 방향은 같다. 한쪽은 제작자의 뚝심과 책임감이, 다른 한쪽은 흔들리지 않는 팀 자체의 결속력이 전면에 선다. 결국 두 팀 모두 이름의 지속 가능성을 대중 앞에 증명하려는 치열한 싸움이다.

더욱 흥미로운 건, 그 증명의 무대가 6월 17일이라는 ‘같은 날 쇼케이스 및 컴백’으로 겹친다는 점이다. 한때 같은 회사의 옥상 공기를 마셨던 남녀 그룹이 이제는 서로 다른 회사의 이름표를 달고, 같은 날 다시 팬들 앞에 선다. 이 드라마틱한 우연을 흔한 경쟁 구도로만 읽어내는 것은 납작한 해석이다. 이 장면은 한 시대의 제작 시스템에서 태어난 아이돌들이 변화하는 산업 환경 속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남고 진화하는 풍경에 가깝다.

더욱 흥미로운 건, 그 증명의 무대가 6월 17일이라는 ‘같은 날 쇼케이스 및 컴백’으로 겹친다는 점이다./사진=각 소속사

K팝 아이돌에게 가장 가혹하고 어려운 미션은 데뷔가 아니라 ‘지속’이다. 자신의 이름을 지키고 팬들과의 약속을 이어가며, 바뀐 환경 속에서도 무대에 서야 할 이유를 끊임없이 증명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유스피어와 온앤오프의 6월 17일은 결과표보다 그들의 단단한 ‘태도’가 먼저 보이는 날이다.

누군가는 팀을 데리고 돌아왔고, 누군가는 팀을 지켜서 돌아왔다. 두 가지 모두 지금의 가혹한 K팝 시장에서 충분히 박수받아 마땅한 선택이다. 같은 출발선의 기억을 뒤로하고, 각자의 방식으로 당당하게 다음 페이지를 열어젖힌 두 팀의 2막에 진심 어린 응원을 보낸다.

[MK스포츠 홍동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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