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월드컵 여정은 여기서 끝났지만,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대표팀은 자부심을 안고 고향으로 돌아가게 됐다.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는 2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있는 샌프란시스코 베이에어리어 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과 북중미 월드컵 32강에서 0-2로 지면서 탈락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이후 12년 만에 본선에 진출한 이들은 조별예선에서 1승 1무 1패를 기록, 32강에 진출했고 32강에서 개최국 미국에 아쉽게 졌다. 이번 대회에서만 캐나다와 미국, 두 개최국을 상대했다.
경기 후 믹스드존을 빠져나가는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선수들의 표정에는 대부분 실망감이 가득했다. 다들 아쉬움에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그렇다고 이들의 이번 대회를 실패로 단정할 수는 없는 법. 선수단을 대표해 취재진 앞에 선 수비수 니콜라 카티치는 이번 대회를 한마디로 요약해달라는 말에 “아마도 자부심일 것”이라고 답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정말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말을 이은 그는 “본선 진출 과정이나 이곳에서 우리를 대표한 모습, 막판에 미국같은 강팀을 상대로 보여준 경기력까지 말이다. 미국은 정말로 훌륭하고 뛰어난 팀이지만, 오늘 우리는 그들에게 많은 기회를 내주지 않았다”며 경기 내용을 돌아봤다.
그의 말대로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는 본선에 오르기까지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쳤다. UEFA 예선 플레이오프에서 웨일즈, 이탈리아를 상대로 연달아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을 벌인 끝에 승리를 거두며 진출권을 획득했다. 그리고 조별예선을 통과했다.
카티치는 “우리 선수들과 코치진에게 공을 돌리고 싶다. 우리는 이 결과를 위해 정말 많은 희생을 감수하며 노력했다. 또한 미래의 새로운 우상을 보며 같은 길을 걸을 아이들에게 돌리고 싶다. 더 많은 아이들이 프로 선수가 되어 훗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최고의 선수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결심하게 되기를 바란다”는 소망을 전했다.
골키퍼 니콜라이 바실은 “디테일이 승부를 갈랐다”며 이날 경기를 돌아봤다. “상대에게 많은 기회를 내주지 않았는데 전반 종료 직전 어려운 상황에 첫 골을 허용했다. 두 번째 실점도 우리가 공을 소유하며 경기를 주도하고 기회를 만들어가던 중에 갑작스럽게 내줬다. 오늘 결과는 그 두 가지 결정적인 순간에 의해 좌우됐다”며 경기 내용을 복기했다.
수적 우위에도 결과를 가져오지 못한 것에 관련해서는 “퇴장 이후 우리에게도 기회가 있었다. 무언가 해낼 수 있을 거 같은 분위기였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골만 터지면 되는 상황이었는데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골을 내줬다. 그 이후 정말 힘든 경기가 됐다. 그래도 마지막 순간까지 어떻게든 해보려고 노력했다”며 말을 이었다.
그는 이어 “이번 월드컵은 우리에게, 특히 젊은 선수들에게 중요한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오늘 경기가 어쩌면 우리가 치른 경기 중 최고였을지도 모른다. 전반에 공을 다루는 데 있어 어려움이 있었지만, 우리가 여러 차례 보여줬듯 반등하고 일어서는 모습 보여줬다. 놀라운 경험이었고, 우리가 상대하는 모든 팀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 또한 긍정적인 부분이었고, 좋은 경험이었다”며 이번 대회의 의미를 설명했다.
[산타클라라(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