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너브러더스코리아가 영화 ‘조제’ 이후 오랜만에 한국 영화 투자 제작에 복귀한 영화 ‘인턴’이 극장가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2015년 개봉해 361만 명을 동원한 낸시 마이어스 감독의 동명 할리우드 영화를 11년 만에 리메이크한 이 작품은 개봉 첫날 장기 독주 중이던 외화 ‘오디세이’를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쾌조의 출발을 알렸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자료에 따르면, 영화 ‘인턴’은 개봉 이후 5일 연속 1위를 지키며 기선을 제압했지만, 개봉 1주차 흥행성적은 누적관객 45만명 정도에 그쳤다. 이후 ‘오디세이’에도 순위가 밀리고 본격적인 추석연휴를 앞두고 개봉한 한국영화 신작 ‘암살자(들)’과 ‘타짜:벨제붑의 노래’가 개봉한 이후에는 박스오피스 순위 4위까지 하락한 상황이다. 9월27일 기준 누적관객수는 70만명대로 손익분기점인 220만명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텐트폴 영화들이 쏟아지는 명절 대진표 속에서 아쉬운 각색과 개봉 시점의 한계 또한 노출하고 있다. 하지만 영화가 가진 본연의 온기와 실관람객들의 압도적인 호평을 바탕으로 볼 때, 이 작품의 진정한 뒷심은 이제부터 시작될 수 있다.
이 영화를 든든하게 지탱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단연 배우들의 호연이다. 특히 최민식은 ‘범죄와의 전쟁’, ‘악마를 보았다’ 등 장르물에서 내뿜던 선 굵은 카리스마와 섬뜩한 이미지를 말끔히 벗어던졌다. 37년 차 실버 인턴 ‘기호’ 역을 맡은 그는 완전히 힘을 뺀 여유로운 연기로 자신의 위대한 내공을 다시금 증명한다. 어른으로서의 과장된 훈계 대신 적당한 능청을 부리며, 새로운 일터의 방식을 스펀지처럼 흡수하고 젊은 세대의 불안을 따뜻하게 보듬는 완벽한 ‘어른’의 얼굴을 그려냈다.
여기에 젊은 패션 기업 CEO ‘선우’ 역의 한소희는 당당하고 화려한 겉모습 이면에 숨겨진 서툶과 불안감을 특유의 에너지로 입체화했다. 살아온 궤적이 완전히 다른 두 사람이 직급과 세대의 경계를 허물고 동료로 성장해 가는 과정은 억지스러운 신파 없이도 훌륭한 앙상블을 빚어낸다.
배우들의 눈부신 활약에도 불구하고 서사적 측면에서는 뚜렷한 아쉬움이 남는다. 세대와 성별을 초월한 연대라는 원작의 깊은 메시지는 한국적 현실 패치를 거치며 다소 노골적이고 인위적인 갈등으로 좁혀졌다.
빌런이 없던 원작과 달리 회사 경영권을 위협하는 명백한 악역 ‘영환’을 투입하거나, 직장 내 모든 갈등의 원인을 ‘무능하거나 폭력적인 남성’으로 몰아가는 각색은 작품의 주제 의식을 얄팍하게 만들었다는 평단의 뼈아픈 지적을 받았다. 젊은 직원들에게 ‘감다뒤’(유행에 뒤처짐), ‘영크크’(젊고 감각적인) 같은 신조어를 배우는 1차원적인 에피소드로 세대 갈등을 가볍게 봉합하려 한 점도 서사의 깊이를 더하지 못했다. 원작의 깊이를 온전히 담아내지 못한 채, 훌륭한 배우들의 개인기에 빚을 져 극을 끌고 간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가장 뼈아픈 대목은 배급사의 개봉 시점 선택이다. 본격적인 추석 연휴 1주 전인 9월 16일 개봉해 입소문으로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을 세웠지만, 개봉 1주 차 누적 관객 수는 약 45만 명 수준에 그쳤다. 이후 연휴를 정조준한 블록버스터 ‘암살자(들)’과 ‘타짜: 벨제붑의 노래’가 등판하자 박스오피스 순위는 4위로 밀려났다. 현재 누적 관객 수 70만 명대 언저리에서 손익분기점인 220만 명을 달성해야 하는 상황은 분명 가시밭길이다.
하지만 영화 ‘인턴’은 단순히 비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피 튀기는 액션과 자극적인 오락 영화들이 격돌하는 명절 극장가에서, 이 작품은 유일하게 “스트레스 없이 보기 좋은 힐링 영화”로 완벽한 차별화에 성공했다. 평단의 날 선 지적과 달리 실관람객 평점은 CGV 에그지수 95%, 롯데시네마 9.1점이라는 압도적인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 “부모님이 생각난다”, “나를 위로해 주는 느낌”이라는 관객들의 열띤 호평은 2030 세대를 넘어 중장년층 가족 단위 관객을 극장으로 이끄는 강력한 동력으로 작용 중이다.
여기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최민식의 과거 명대사를 엮은 “너희 사장 남천동 살제? 내가 인마, 그 밑에서 인턴도 하고 다 했어!” 식의 패러디가 유행하며 젊은 세대의 자발적인 바이럴까지 이끌어내고 있다.
비록 시작은 험난했고 대작들의 틈바구니에서 고전하고 있으나, 주저앉고 싶은 순간에 가만히 손을 내밀어 주는 다정한 위로는 시대를 불문하고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개봉 시점의 불리함과 각색의 흠결마저도 최민식과 한소희의 경이로운 앙상블, 그리고 뚝심 있는 실관람객의 입소문으로 상쇄해 나가며 가을 극장가에서 기적 같은 장기 흥행의 온기를 피워 올리기를 기대해 본다.
[MK스포츠 홍동희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