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것은 오직 ‘지금 이 순간’ 무엇을 하느냐다” 수비 실책→동점포 반전 이끈 하퍼가 말하는 실수 털어내기 [현장인터뷰]

한때 그는 이날 경기의 역적이 될 뻔했다. 그러나 한 번의 스윙으로 모든 상황을 뒤집었다. 필라델피아 필리스 간판타자 브라이스 하퍼 얘기다.

하퍼는 1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란타의 트루이스트파크에서 열린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와 와일드카드 시리즈 2차전 경기 3번 우익수로 선발 출전했다.

1회 1사 3루 기회에서 좌전 적시타로 팀의 선취점을 낸 그는 7회말 수비에서 치명적인 실책을 범했다. 1사 1, 2루에서 드레이크 볼드윈의 평범한 뜬공 타구를 낙구 지점을 잘못 포착하면서 머리 뒤로 넘기고 만 것. 공식 기록은 2루타가 됐지만, 충분히 잡을 수 있는 타구였다.

하퍼는 스윙 하나로 역적에서 영웅이 됐다. 사진= Brett Davis-Imagn Images= 연합뉴스 제공

“당시에는 만감이 교차했다.” 경기 후 인터뷰에 나선 하퍼는 그 장면을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아주 강한 타구는 아니었고, 나한테 오는 평범한 뜬공이라고 생각했는데 공이 생각보다 멀리 날아갔다. 내가 잡았어야 할 공이었다. 산치(크리스토퍼 산체스)가 정말 잘 던지고 있었는데 그 상황에서 아웃을 잡았다면 실점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8회초 타석에 들어선 하퍼는 좌완 딜런 리를 상대로 우측 담장 넘기는 솔로 홈런을 때렸다. 앞선 타자 카일 슈와버와 함께 백투백 홈런을 때리며 3-3 동점을 만들었다. 패색이 짙었던 필라델피아는 이 홈런 덕분에 살아났고, 결국 4-3으로 이길 수 있었다.

하퍼는 “최대한 빨리 실수를 잊고 마음을 다잡아야 했다. 야유와 함성이 크게 들려오는 상황에서 내 몫을 해야했다. 슈와버가 좋은 타격 보여줬고, 나도 억지로 홈런을 치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내게는 분위기를 반전시켜준 경기였다. 어려운 상황에서 동료들이 나를 다독이고 이끌어줬는데, 바로 이것이 팀 스포츠의 묘미”라고 말을 더했다.

하퍼는 수비에서 치명적인 실책을 저질렀다. 사진(美 애틀란타)=ⓒAFPBBNews = News1

실수를 했을 때 이를 털어내고 다시 나아가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하퍼는 그 어려운 일을 어떻게 해냈을까?

그는 “솔직히 말하면, 내 아들을 생각했다. 그 상황에서 아이에게 뭐라 말해줄 수 있을지를 생각했다. 이는 나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도 배움이 되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며 생각을 전했다.

“살수는 최대한 빨리 털어내야 한다”며 말을 이은 그는 “나는 어렸을 때부터 큰 경기를 많이 치렀다. 십대 시절부터 지금까지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중요한 경기를 치른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사람들은 잘 모를 것”이라며 자신의 경험에 관해 말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마음을 다잡고 그 순간을 넘기느냐다. 곧 다시 타석에 들어서야 하고, 포스트시즌에서는 앞선 타석이나 이닝에서 벌어진 일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오직 ‘지금 이 순간’ 무엇을 해내느냐가 중요하다. 누구나 실수를 하기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다음 상황에서 어떻게 해내느냐다. 솔직히 말해 그렇게 심각한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경기를 진지하게 임하지 않는다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요즘 요즘 부모나 코치들은 아이들에게 성과를 내고 훌륭한 선수가 되어야 한다는 부담을 너무 많이 지우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내 생각에 중요한 것은, 현재 처한 상황에서 무엇을 배우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 상황에서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느냐는 점”이라며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돈 매팅리 감독은 “아마 본인이 잡았어야 할 공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타구가 생각보다 더 멀리 뻗은 거 같다”며 7회말 수비 상황에 관해 말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특히 지금 같은 순간에는 그런 선수에게 굳이 이래라저래라 할 필요는 없다. 나는 그에 대해서는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그는 지금까지 살면서 수많은 일을 겪어왔다. 어떤 상황이든 그가 잘 대처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베테랑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하퍼는 동점 솔로 홈런으로 팀의 역전승을 이끌었다. 사진= Getty Images/AFP= 연합뉴스 제공

한편, 하퍼는 10회초 결승 홈런을 때린 동료 알렉 봄에 대해서도 말했다. 한때 필라델피아에서 가장 미움받았던 선수였던 봄은 이날 경기로 영웅이 됐다.

“그가 정말 자랑스럽다”며 말을 이은 하퍼는 “올 한 해 정말 힘든 시기를 겪은 친구다. 어떤 사람도 그런 상황을 겪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정말 끈끈한 사이고, 그와 오랫동안 함께 뛰었는데 그런 상황을 딛고 이런 순간을 맞이했다는 점이 정말 자랑스럽다”며 동료를 칭찬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결국 시즌 중에 무슨 일이 있었든, 성적이 어땠든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중요한 건 ‘최근에 어떤 활약을 했느냐’다. 오늘 그는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자 필라델피아에서 가장 사랑받는 사람일 것”이라고 목소리르 높였다.

이번 시리즈 내내 애틀란타팬들의 야유를 한몸에 받고 있는 그는 “14~15년간 한결같았다. 어디를 가나 야유를 받았다”고 말하면서도 “나는 여기서 경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리그에서 가장 좋아하는 구장 중 하나”라며 애틀란타에 대한 악감정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지난 주말 정규시즌 최종전도 탈락이 걸린 승부를 했다. 이곳에 원정을 와서 이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상대는 정말 훌륭하고 홈에서 강하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은 차원이 다른 무대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매 경기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고, 그 순간이 그해 가장 중요한 경기라는 걸 이해하고 임해야 한다”며 끝장 승부에 임하는 각오를 전했다.

[애틀란타(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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