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을 찾아] 김용철 “내 인생의 퍼펙트게임? 84년 KS 7차전” 上

[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지난해 겨울 개봉했던 영화 ‘퍼펙트 게임’은 1987년 5월16일 당시 프로야구 역사상 최고의 투수였던 고(故) 최동원 한화 전 2군 감독과 선동열 KIA 감독의 치열했던 맞대결을 다룬 작품이다. 이 영화는 몇 군데 고증에 허점을 드러냈지만 지금까지 만들어진 야구 영화 중 가장 현실에 가깝다는 평을 받았다. 등장인물과 배경이 현실을 그대로 반영했기 때문이다. 특히 롯데 자이언츠 4번타자로 나온 김용철이라는 인물이 주목을 받았다. 극 중에선 에이스 최동원과 경남고 동기지만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최동원에게만 비쳐지는 것에 불만을 가진 다혈질의 선수로 묘사됐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달르다.

김용철이 롯데의 4번타자였던 것은 맞지만 최동원보다 1년 선배였고 출신고교도 부산상고(현 개성고)였다. 성격도 다혈질과는 거리가 멀었다. 영화 속 대사를 빌려 말하자면 실제로 그는 ‘최동원의 1루수’였다. 마운드 위의 최동원이 위기에 몰렸을 때 긴장을 풀어주던 자상한 선배였고, 경기 후 술잔을 부딪치는 돈독한 사이였다. 김용철 스스로도 “난 얌전했지”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롯데의 ‘구레나룻 사나이’ 김용철 전 경찰청 감독을 만났다. 프로통산 11시즌 1024경기 3415타수 968안타(2할8푼3리) 131홈런 555타점을 기록했고, 골든글러브도 2회(1984년 1루수·1988년 지명타자) 수상했던 스타 중의 스타다. 김 전 감독은 현역시절 자신의 스윙처럼 부드럽게 옛 이야기를 털어놨다. 지금은 잠시 현장을 떠나 있지만 그는 편파 관전평과 CF출연, 야구 교실 지도 등 다양한 방식으로 야구팬들과의 끈을 이어가고 있다.





- 올해 출연한 CF때문에 화제가 됐습니다. “부끄럽네요(웃음). 김성한 한화 수석코치와 같이 출연했는데 재밌게 찍었어요.”



-현역시절에도 CF에 종종 출연한 걸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 “롯데시절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뒤 단체로 빼빼로 CF를 찍었고, 저는 따로 오렌지 쥬스 CF도 찍었죠. 음, 그래서인가. 카메라 앞이 낯설지가 않아요. 시키는대로 찍고 잘 편집도 해주시니 그냥 편하게 촬영했습니다.”



- CF도 CF지만 영화 ‘퍼팩트 게임’으로 김용철이라는 선수가 다시 세상에 나오게 됐습니다. 보셨죠? “봤어요.”

- 영화에서의 김용철은 현실의 김용철과 다르게 그려졌습니다. 좀 언짢으셨을 것도 한데요. “영화는 영화니까요. 실명을 써서 그렇지, 크게 뭐…영화가 최동원, 선동열 영화인데, 내가 기꺼이 이름도 빌려줬고. 최동원 선수의 역할을 돋보이기 위해서니까 괜찮았어요. 근데 좀 씁쓸하데. 내가 그렇게 다혈질이었나? 실제로 얌전한데 말이죠.(웃음)”



- 특히 영화에서는 롯데 선수들이 해태 선수들과 벤치 클리어링을 할 정도로 신경전이 팽팽했는데, 실제는 어땠습니까. “긴장감은 있었지만 그 정도까진 아니었죠. 좀 황당했던 게 영화에서는 내가 해태의 대도로 유명한 김일권 선배와 주먹다짐을 하는 걸로 나와요. 근데 저보다 2년 선배거든. 좁은 야구판에서 어떻게 만날지 모르는데 선배하고 치고 박고라? 있을 수 없는 일이죠. 며칠 전에도 김 선배를 만났는데? 하하하.”



-그래도 당시 두 팀 간 대결은 팽팽하지 않았습니까. 특히 당대의 에이스였던 최동원과 선동열의 맞대결이라면 불꽃이 튀고도 남았을 것 같은데요. “경기에 들어가서는 그랬죠. ‘지면 안 된다’ 이런 생각이 강했지 선수 개인적인 감정은 없었어요. 그래도 영화는 영화다라는 전제를 깔고 보면 일반 관객들은 재밌게 봤을 거예요. 음(잠시 생각을 하다가), 야구 영화치고는 괜찮았어요. 내가 영화평론가는 아니지만 이전에는 야구 기술을 직접 다룬 영화는 없었거든요.”



-현역시절을 돌이켜보셨을 때, 최동원과 선동열 중 누가 위라고 생각하십니까. “둘 다 훌륭한 투수들이지만 전 (최)동원이가 한 수 위라고 생각해요.”



-팔이 안으로 굽어서 입니까. “그런 이유는 아니고, 동원이는 경기를 풀어가는 능력이 좋았어요. 그리고 무시무시한 연투능력이 대단했죠. 선동열은 200개 가깝게 던지면 그 다음날 쉬어야 됐을 거예요. 그런데 동원이는 그 다음날도 200개를 던질 수 있었다는 거죠.”



-최동원의 투구폼은 너무 와일드해 딱딱하다는 평이 많았습니다. 반면 선동열의 투구폼은 부드러웠죠. 어찌 보면 최동원은 연투에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요. “그렇게 생각할 수 있죠. 근데 동원이의 투구폼은 연투에 맞춰진 것이었어요. 그렇게 던지니까 연투가 가능했던 거죠. 한 번은 동원이가 ‘5회만 던지고 내려와야겠다’고 했는데 팔을 몇 번 돌리더니 ‘계속 던지겠다’며 완투를 한 적이 있어요. 동원이는 그런 투수였죠. 그러니 84년 한국시리즈에서 4승을 거둘 수 있던 거에요. 그해 페넌트레이스 27승까지 더하면 31승을 올린 거예요. 지금보다 경기수도 적은데 말이죠. 요새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죠.”



왼쪽부터 김용희(현 SK2군 감독), 김용철, 최동원(작고), 유두열, 이들은 1984년 한국시리즈 7차전을 극적인 승리로 이끌며 롯데에 첫 우승을 안겼다. 사진= 롯데 자이언츠 제공
1984년 롯데는 기적을 이뤄냈다. 당시 호화멤버였던 전기리그 우승팀 삼성 라이온즈는 져주기 논란을 자처하면서 한국시리즈 파트너로 정규시즌 우세한 경기를 펼쳤던 롯데를 선택했다. 하지만 시리즈 양상은 삼성의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다. 1차전을 최동원의 역투에 막히면서 꼬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삼성에는 김일융이라는 에이스가 있었다. 3차전 롯데가 다시 최동원을 내세워 승리하며 2승1패로 앞섰지만 삼성에게 2연패를 당혀며 2승3패로 몰렸다. 하지만 6차전 구원등판한 최동원의 호투에 3승3패 동률을 만든 뒤 7차전에서 최후의 일전을 벌이게 됐다.

-84년 한국시리즈 얘기가 나왔으니 묻겠습니다. 야구 하면서 가장 최고의 순간이 84년 한국시리즈였습니까. “(고개를 끄덕이며)맞아요. 그 때가 최고의 순간이었죠. 100안타, 200안타, 300안타 친 경기도 기억이 나긴 하는데 희미해요. 근데 그 해 한국시리즈 7차전은 지금도 기억이 또렷해요. 내가 잘해서 이긴 것보다는 모두가 잘해서 이긴 거니까요.”



-7차전은 롯데가 삼성에 뒤지고 있다가 극적인 스리런 홈런으로 경기를 뒤집은 명승부 중에 명승부로 꼽힙니다. “동원이가 선발로 나왔는데 너무 많이 던졌는지 초반에 공이 안 좋았어요. 그래서 먼저 3점을 내줬죠. 그런데 이대로 질 것 같지는 않겠더라고. 그래서 3-4로 쫓아갔지.”



-역전을 했던 운명의 8회에 유두열의 스리런 홈런이 나오는 데 큰 발판을 놨잖아요. “(김)용희 형이 먼저 안타를 치고 1루로 나갔어요. 그리고 4번타자인 제 차례가 왔죠. 상대 선발 김일융도 시리즈 내내 던졌어요. 그래서 공에 힘이 떨어진 상황이었죠. (머리를 쓸어 올리며)노리던 공이 들어왔고 안타가 되서 1,3루를 만들었죠.”



-유두열의 스리런 홈런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습니까? “그 때 유두열 선배가 전 타석까지 한국시리즈 17타수1안타로 부진했어요. 하지만 김일융의 구위는 확연히 떨어져 있었죠. 담장을 넘어가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습니다. 유두열 선배의 부진을 만회하는 극적인 홈런. 드라마도 이런 드라마가 없었죠. 각본 없는 드라마. 프로야구가 30년이 훌쩍 넘었지만 앞으로 그런 경기가 나오기 힘들겁니다.”



-당시 1루수였지만 마운드에 올라가 최동원과 대화를 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때는 1루수가 마운드에 올라가서 투수와 얘기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런데 올라가서 아무소리도 안했어요. 하하하.”



-그럼 그냥 내려온겁니까. “동원이는 내가 무슨 얘기할까 궁금해 하는 것 같더라고, 하지만 나는 ‘할 말 없다’, ‘그냥 쉬엄쉬엄해’라고 말하고 내려왔어요. 얘기할 때 (최동원이) 긴장한 게 아닌가 하고 봤는데 역시 긴장했더라고. 그래서 조금은 여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쉬엄쉬엄 던지라고 한 거예요. 동원이는 스스로 경기를 풀 수 있는 친구였어요. 많은 말 할 필요 없는 거죠. 결국 끝까지 던져 승리를 지키지 않았습니까.”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롯데는 삼성을 꺾고 첫 우승의 감격을 안았다. 7차전에서 8회초까지 3-4로 뒤져있었지만 김용희와 김용철의 연속안타와 유두열의 스리런으로 전세를 뒤집어 승리했다. 김용철은 역전에 발판을 놓는 역할을 했다. 사진= 롯데 자이언츠 제공
下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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