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노을 기자
꼭 붙어 있어야 할 것만 같은 존재들이 뿔뿔이 흩어져 있어도 제 나름의 시동은 걸린다. 영화 ‘시동’은 ‘따로 또 같이’의 의미를 유쾌하게 전한다.
‘시동’(감독 최정열)은 정체불명 단발머리 주방장 거석이 형(마동석 분)을 만난 어설픈 반항아 택일(박정민 분)과 의욕충만 반항아 상필(정해인 분)이 진짜 세상을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지난 2015년 ‘글로리데이’를 연출한 최정열 감독이 3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영화는 동명의 웹툰을 영화화했다. 일부 설정이 취사선택되어 약간의 변화가 생겼지만 원작과 크게 다르지 않은 스토리라인을 가진다. ‘시동’은 공부는 내 길이 아니오, 딱히 하고 싶은 건 없는 택일이 달랑 만 원 한 장 들고 발 닿는 데로 떠나며 시작한다. 택일은 낯선 도시에 도착하자마자 처음 보는 사람에게 맞으면서도 배는 고프다. 홀에서 먹으면 3000원이라는 자장면 집으로 들어가 끼니를 챙긴다. 그리고 그곳에서 미스터리한 인물 거석이 형을 비롯해 마음씨 따뜻한 사람들을 만나 난생처음 직업을 갖고 월급도 받는다.
‘시동’의 인물들은 모두 각자의 서사를 지닌다. 주요 인물을 나열하기 미안할 정도로 저마다 소중하고 애틋한, 한편으로는 먹먹하고 슬픈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서사가 있다는 건 그만큼 감정도 다양하다는 뜻이 된다. 각 서사를 모으고 감정을 끌어올리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모든 인물을 한 데 모은 뒤 관계성을 부여해 사건을 전개하는 것이다. 그러나 ‘시동’은 각 인물이 뿔뿔이 흩어져 각자의 자리에 박힌 채로 서사를 진행한다. 여기서 가장 큰 의외성과 흥미로움이 발생한다. 결국 서로 억지로 붙어 있지 않아도, 어떻게든 자신만의 의미를 발견해 살아갈 수 있고 또 한 걸음 나아갈 수 있게 된다. 주제와 의미 측면에서 뚜렷한 장점을 갖췄지만 몇몇 단점도 두드러지는 영화다. 대부분 인물이 떨어져 있다 보니 각 인물을 설명하느라 오랜 시간을 할애해 이야기가 느슨하고, 다소 유치할 수 있다는 게 흠이라면 흠이다. 흥미를 돋우다가도 금세 심드렁해지는 장면도 더러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마동석의 변주된 유머코드와 단발머리라는 외형적 장치가 웃음을 준다. 그가 속도감 있게 뱉는 대사나 의외의 장면에서 의외의 대사가 나올 때도 웃음 타율은 꽤 높은 편이다. 박정민은 안정적이다. 자신이 얼굴을 비추는 모든 장면에서 택일로서 제 몫을 다해내고 안정감을 부여한다. 18일 개봉. sunset@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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