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영화감독들이 영화관이 아닌 안방극장을 선택했다. 방송계 첫 크로스오버가 될 ‘SF8’ 프로젝트를 통해서다.
최근 MBC는 한국영화감독조합(DGK) 및 wavve와 손잡고 영화와 드라마의 크로스오버 작품인 ‘SF8’(제작 DGK·수필름)의 편성을 오는 8월로 확정하고 본격적인 제작에 나섰다.
DGK는 한국 영화감독들의 창작의 자유와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2005년 11월 만들어진 문화체육관광부 소관의 사단법인으로 이창동, 박찬욱, 이준익, 봉준호 등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감독 361명이 소속되어 있다. 이 가운데 ‘SF8’에는 김의석, 노덕, 민규동, 안국진, 오기환, 이윤정, 장철수, 한가람 감독이 참여한다.
MBC가 한국영화감독조합(DGK), wavve와 손잡고 영화와 드라마의 크로스오버 ‘SF8’ 제작에 돌입했다. 사진=DGK
‘SF8’은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기술발전을 통해 완전한 사회를 꿈꾸는 인간들의 이야기로 8명의 영화감독이 러닝타임 각 40분인 총 8편의 작품을 각각 연출한다. 한국판 오리지널 SF 앤솔러지(anthology) 시리즈를 표방한 ‘SF8’에는 AI, AR, VR, 로봇, 게임, 판타지, 호러, 데이터, 초능력, 재난 등 다양한 소재와 공포, 미스터리, 액션, 멜로,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까지 다양한 장르를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나 방송계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영화와 드라마의 크로스오버 작품이라는 점에서 업계 안팎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작품 기획부터 크리에이터로도 참여한 민규동 감독은 상대적으로 높은 예산과 좁은 시장의 한계에 부딪혀 좌절된 SF영화의 실현을 ‘SF8’의 의미로 꼽았다. 제작비나 러닝타임의 장벽에 가로막힌 창작자들이 창작 활동을 위한 길의 모색으로 최근 숏폼 영화 플랫폼을 찾고 있던 와중에 방송국, 인터넷 기반 OTT 서비스와 협업은 매체간의 경계를 허무는 데 촉진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짧은 러닝타임, 옴니버스 형식, TV 및 인터넷 기반 서비스의 영화라는 점에서 ‘SF8’ 프로젝트는 자연스럽게 넷플릭스를 연상케 한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마틴 스콜세지, 마이클 베이, 노아 바움백,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등 수많은 해외 감독들이 넷플릭스와 손잡고 오리지널 영화를 만들었다. 장편뿐만 아니라 단편, 옴니버스 형식 영화에서도 넷플릭스와 협업은 유효했다. 극장용 영화를 찍을 때 오는 제작 여건의 한계나 대중이 영상매체를 대하는 방식의 변화 등 측면에서 여러모로 괜찮은 선택이었다.
‘SF8’ 역시 변화의 흐름에 탑승한 프로젝트라고 볼 수 있다. 영화관을 찾는 관객들이 여전히 많지만 간결한 에피소드 형식의 시리즈물을 찾는 이들도 현격히 증가했듯 말이다. 어쩌면 ‘SF8’ 프로젝트는 현실적인 문제에 가로막혀 좌절된 장르 영화의 번성을 가져올 수 있는, 한국영화계에 있어 대단히 시의적절한 기회일지도 모른다. sunset@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