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황대헌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황대헌은 6일 소속사를 통해 린샤오쥔(한국명 임효준)과의 논란에 관한 입장을 밝혔다.
먼저 그는 “그동안 여러 논란과 관련해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지만, 저는 오랜 시간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제 개인의 해명을 위해 당시 상황을 다시 꺼내는 것이 저 자신뿐 아니라 다른 누군가에게도 상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고, 또한 선수로서 말보다 경기로 보여드리는 것이 먼저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실과 다른 내용들까지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왜곡된 이야기들이 반복·확산되는 상황을 보게됐다. 더 이상 침묵하는 것이 책임 있는 태도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오히려 오해를 키우고 있다는 판단에 조심스럽게 제 입장을 전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명실상부 황대헌은 한국 남자 쇼트트랙의 간판이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남자 500m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2022 베이징 대회에서도 남자 1500m와 남자 5000m 계주에서 각각 금메달, 은메달을 목에 걸었으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대회에서는 남자 1500m와 남자 5000m 계주에서 은메달을 수확했다. 한국 남자 쇼트트랙 선수가 동계 올림픽에서 3대회 연속 메달을 건 것은 황대헌이 최초다.
그러나 그는 늘 잦은 논란에 시달렸다. 2019년 6월 대표팀 훈련 도중 린샤오쥔(한국명 임효준)의 장난에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며 연맹에 신고한 뒤 고소를 진행했다.
이에 대한빙상경기연맹은 린샤오쥔에게 1년 자격정지 징계를 내렸다. 이후 린샤오쥔은 2021년 6월 법원으로부터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이미 2020년 중국 귀화를 한 상황이었다.
해당 사건에 대해 당시 여자 선수와 주먹으로 엉덩이를 때리는 장난을 치고 있었다고 설명한 황대헌은 “제가 암벽등반기구에 올라갔는데 뒤에 있던 임효준 선수가 갑자기 달려와 제 바지와 속옷을 잡아당겨 내렸다. 당시 주변에는 여러 여자 선수들과 미성년 선수도 있었다. 몇몇 선수들은 악 소리를 지르고 고개를 돌렸다. 바지는 엉덩이 골만 보이게 살짝 벗겨진 게 아니라 제 엉덩이가 다 보일 정도로 많이 벗겨졌다. 바지가 조금만 벗겨졌으면 저는 내려오지 않고 한 손으로 빠르게 바지를 올릴 수 있었을 텐데 수습 불가인 상황이었다. 급히 손을 놓고 바닥에 뛰어 내려와 바지와 속옷을 올려 입어야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동성끼리 있는 것도 아닌데 바지도 아니고 속옷까지 벗기는 건 선을 넘는 것이라 생각했다. 너무 수치스럽고 당황스러웠다. 더 힘들었던 부분은 그 이후의 상황이었다. 실수로 속옷까지 벗겨졌다고 미안하다고 사과를 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임효준 선수는 오히려 춤추면서 저를 놀렸다. 너무 수치스럽고 화가 나는 상황이었지만, 코치님이 훈련 시작하자고 하셔서 어정쩡한 상태로 러닝머신 훈련을 시작하게 됐다. 하지만 거울에 비친 임효준 선수는 또다시 저의 이름을 부르며 춤추고 놀리고 있었다. 러닝머신을 멈추고 계속 쳐다봤지만 임효준 선수는 놀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임효준 선수와는 3년이나 차이가 나고 어릴 때부터도 이런 장난은 한 번도 친 적이 없는 사이였기 때문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이렇게 기분 나쁜 티를 내는데도 계속 놀린다는 것이 저를 굉장히 무시하고 조롱하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더불어 “저는 훈련을 도저히 할 수 없는 상태였다. 감독님께 사건에 대해 말씀드리고 숙소로 들어갔다. 감독님께서 저에게 심각한 문제니 경위서를 작성하라 하셨다. 당시 저와 임효준 선수는 룸메이트이었으며, 거실이 있는 방 2개 숙소였다. 방에서 경위서를 쓰고 있었는데 갑자기 임효준 선수가 말 좀 하자면서 제 방에 강제로 들어오려고 했고 저는 지금은 아무 말도 하기 싫다고 나가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계속해서 그는 “(대학교 기말고사로 자리를 비운) 일주일 동안 임효준 선수에게는 따로 연락이 없었다. 6월 23일 선수촌에 다시 복귀했으나 임효준 선수는 저와 룸메이트였지만 사과는 역시 없었다. 오히려 임효준 선수는 제가 보일 때 방문을 쾅쾅 닫고 다니는 행동을 보여줬다”며 “6월 24일 선수촌 내 심의위원회가 열려 쇼트트랙 팀 전체가 1개월 퇴촌하게 됐다. (자극적인) 기사들이 보도되자 더더욱 수치스러웠다. 자극적인 기사들이 연이어 보도되고 사건이 너무 시끄러워지자 이를 걱정한 어머니께서 빨리 사건을 마무리하려고 임효준 선수와 저를 잘 아는 한국체대 조교님께 부탁해 임효준 선수와의 자리를 만들어 달라고 먼저 요청했다”고 이야기했다.
형사 사건으로 넘어간 것에 대해서는 본인도 잘 모르는 일이라고. 황대헌은 “7월 3일 충북청 경사님께서 저희에게 임효준 선수의 처벌을 원하냐고 연락이 왔는데 답변을 하지 않았다. 곧 만나서 사과하고 마무리 될 사건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 사건이 어떻게 경찰서에 형사 사건으로 넘어간 건지는 잘 모르겠다. 어떤 기관이나 경찰에 제가 직접 신고한 적은 없고 감독님의 지시에 따라 사건 당일 경위서를 작성한 게 전부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1차 징계위원회가 열리기 전) 임효준 선수가 저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저도 ‘형이 진심이라면 나도 괜찮다. 알겠다’고 했다. 그런데 제 말이 끝나자마자 미리 프린트 돼 있는 확인서를 내밀며 서명을 요구받았다. 사전에 전혀 이야기되지 않은 확인서였는데, 그 확인서에는 구체적으로 어떠한 잘못으로 반성하고 사과를 한다는 내용은 생략된 채, 제가 임효준 선수의 사과를 수용하고 화해하였다는 내용, 임효준 선수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내용과 함께 제가 사회적 물의를 야기한 것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저희 부모님은 ‘대헌이가 도대체 무슨 잘못을 하고 무슨 물의를 일으킨 거냐’며 사인을 하지 않고 자리를 나왔다. 이날을 기점으로 저는 임효준 선수의 사과가 하나도 진심으로 들리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0월 19일 임효준 선수 어머니가 저희 집에 갑자기 찾아왔다. 임효준 선수 어머니는 사건 이후 4개월 동안 한번도 저희 어머니에게 따로 연락을 한 적이 없었다. 사전에 연락되지 않은 방문이었고, 제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까지 받은 뒤였기 때문에 저희 어머니는 임효준 선수의 어머니에게 보고 싶지 않다고 돌아가 달라고 요청했다. 1시간 가량 계속 큰소리로 저희 집 대문을 두드리고 소리를 질러서 이웃 주민 항의가 들어와, 결국 경찰을 불러 돌려보낼 수밖에 없었다. 임효준 선수가 저희 집에 찾아와서 사과를 했는데도 왜 받아주지 않았냐는 이야기들이 있는데, 임효준 선수가 저희 집에 직접 찾아온 적은 없었고, 저도 당시 집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화해하지 못한 점은 후회하고 있다고. 그는 “끝까지 화해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제가 너무 어렸고 감정 컨트롤이 힘들었으며 성숙하지 못했던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합의 요청이 오지 않아도 먼저 손을 내밀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후회스럽기도 하다”라며 “시간이 많이 지난 일이고 최근에 인터뷰에서 임효준 선수가 저에게 나쁜 감정은 없다고 한 것처럼 저 역시도 이제는 괜찮다. 언제든지 만나 서로 오해가 있었던 부분이 있다면 또 풀었으면 좋겠다. 경기장에서도 선수로서 좋은 모습으로 경쟁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한편 황대헌은 이날 2023-2024시즌 불거진 ‘팀킬 논란’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그는 “쇼트트랙은 짧은 트랙 위에서 여러 선수가 동시에 경쟁하는 종목으로, 경기 흐름과 전략에 따라 다양한 변수가 발생하는 스포츠다. 단순한 기록 경쟁이 아니라 순위 경쟁이기 때문에, 순간적인 판단과 위치 선정, 그리고 각 선수의 전술적 선택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며 “난 승부욕이 강하고 공격적으로 추월을 시도하는 스타일이지만 고의로 누구를 해칠 생각은 한 적이 없다.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또한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당시 인터뷰 태도 논란에 대해서는 “말을 조리 있게 잘 하지 못하고 당황하면 표정이 얼굴에 다 드러나고 어쩔 줄 몰라한다. 게다가 당시에는 심리적으로도 많이 위축돼 있었다. 같은 질문이 반복되다 보니 더욱 긴장하고 당황하게 됐다. 지금 돌아보면, 웃으며 좋은 경기였다고 이야기하고 다음에도 좋은 경쟁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점이 많이 아쉽다. 이러한 논란 또한 제 부족함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다.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끝으로 황대헌은 “저에 대한 비난이 멈출 것이라 기대하지 않는다. 저는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다. 승부욕이 앞서 이기적인 모습을 종종 보이기도 한 것이 사실이다. 다만 한 가지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황대헌’이라는 사람이 동료 선수들에게 악의를 가지고 행동하는 사람은 절대 아니라는 점이다. 저는 오히려 실력 있는 선수들과 경쟁하는 것을 좋아한다”며 “스케이트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제 나이 서른이 넘어서 맞이할 다음 올림픽에도 도전하고 싶다. 앞으로 더 열심히 훈련하겠다. 경기 뿐 아니라 태도와 모습에서도 더욱 성숙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글을 마쳤다.
[이한주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