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의 예고된 멸망, 대한민국 축구 역사상 최악의 월드컵. 이 모든 잘못이 누구에게 있는지 우리는 알고 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끈 대한민국은 28일(한국시간) 콩고민주공화국과 우즈베키스탄의 2026 북중미월드컵 조별리그 K조 3차전이 끝난 후 최종 탈락이 확정됐다. 민주콩고가 우즈벡을 3-1로 꺾으면서 마지막 남은 경우의 수조차 사라졌다.
대한민국은 이번 월드컵에서 체코전 승리 후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전 패배로 최종 1승 2패, A조 3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이제는 현지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 상처 가득한 호랑이는 이제 집으로 돌아올 시간이다.
역대 최악의 월드컵이다. 1954 스위스월드컵부터 시작된 대한민국의 월드컵 역사에서 이처럼 초라한 마무리는 없었다.
한국전쟁 후 1년 뒤에 열린 스위스월드컵의 아픔은 ‘최악’이라는 표현보다 ‘아픈 첫 경험’이 더 어울린다. 1986 멕시코월드컵은 작은 희망을 봤다. 1990 이탈리아월드컵은 우물 안 개구리라는 것을 확인한 순간. 1994 미국월드컵은 투지, 1998 프랑스월드컵은 투혼으로 설명 가능하다.
2002 한일월드컵은 4강이라는 성적과 함께 성공을 맛봤고 2006 독일월드컵은 눈물, 2010 남아공월드컵은 새로운 성공으로 마무리됐다. 2014 브라질월드컵이 지금껏 가장 큰 실패였고 2018 러시아월드컵은 최종전에서 독일을 잡아내며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그리고 2022 카타르월드컵은 대한민국 축구가 발전했다는 걸 확인한 순간이었다.
대한민국은 이번 월드컵 전까지 최악이라고 불렸던 대회조차 최종전에선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투혼을 펼치는 멋진 모습을 보였다. 브라질월드컵 정도를 제외하면 좌절보다는 아쉬움 가득한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은 그렇지 않았다. 체코, 멕시코전은 오히려 괜찮았다. 남아공전에서 보여준 대한민국의 모습은 분명 실망스러웠고 투지, 투혼조차 확인할 수 없었다. 그렇게 무너졌다. 그 결과가 역사상 최초 48개국이 참가한 월드컵에서의 ‘광탈’이다.
대한민국의 일정이 모두 끝났음에도 축구 팬들은 월드컵에 더 집중해야 했다. 32강 토너먼트 진출 경우의 수가 남았고 이로 인해 크게 관심두지 않았던 나라들을 응원해야 했다. 홍명보 감독, 대한민국 축구에 대한 실망감에도 어떻게든 한 경기를 더 보고 싶은 마음에 그렇게 했다. 그럼에도 기적은 없었다. 대한민국 축구 역사상 가장 굴욕적인 순간이었다.
심지어 대한민국이 남아공전에서 보여주지 않은 월드컵에 대한 간절함, 승리에 대한 의지를 다른 나라로부터 확인하기도 했다. 미국과의 문제로 대회 준비 자체가 어려웠던 이란은 대단한 의지로 이집트를 몰아붙였다. 그 결과, 마지막까지 32강을 경쟁하게 됐다. 인구 52만명의 작은 섬나라 카보베르데는 스페인, 우루과이, 사우디 아라비아라는 만만치 않은 나라들을 상대로 패배하지 않으며 첫 월드컵에서 첫 토너먼트 영광을 누렸다. 대한민국이 보여주지 않은 모습을 다른 나라로부터 확인하는 그 순간, 어쩌면 가장 큰 허무함을 느낀 때가 아니었을까 싶다.
어쩌면 예고된 참사라고 볼 수 있다. 대한민국은 카타르월드컵 이후 위르겐 클린스만이라는 큰 실패를 경험했고 이후 외국인 지도자 선임을 위해 긴 시간을 보냈지만 최종 선택은 이미 한 번 ‘실패’했던 홍명보 감독이었다. 많은 사람이 잘못된 선택이라고 지적했지만 결정권을 가진 사람들은 외면했다. 그렇게 불안함을 가지고 시작한 북중미월드컵은 결과적으로 최악의 실패를 가져왔다.
우리는 누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잘 알고 있다. 중요한 건 책임을 질 권한이 있는 사람들도 알고 있는지다. 그들이 잘 알고 있다면 북중미월드컵이 끝난 지금부터 변화를 가져가야 한다. 홍명보 감독 경질? 당연한 일이지만 이것만 한다고 해서 모든 게 해결되는 건 아니다. 큰 변화가 필요하다. 지난 4년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선 깨끗한 새 판이 필요하다.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