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ember this voice?”
배우 안효섭이 매력적인 중저음 보이스와 함께 깜짝 등장해 홍콩의 밤을 수놓았지만, 팬들이 그토록 기다렸던 ‘비주얼 어벤져스’의 무대는 끝내 볼 수 없었다.
홍콩을 덮친 화재 참사의 비극 속에 ‘저승사자’라는 콘셉트가 자칫 고인들에 대한 결례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29일 홍콩 카이탁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MAMA AWARDS 챕터2’에서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의 스페셜 스테이지가 펼쳐졌다.
가장 큰 환호를 받은 것은 단연 안효섭이었다. 극 중 주인공 ‘진우’의 목소리 연기를 맡은 그는 스크린 속 캐릭터가 아닌 실물로 무대에 올라 압도적인 비주얼을 뽐냈다. 그는 특유의 부드러운 목소리로 “Remember this voice?”라는 내레이션을 소화하며 ‘헌트릭스’로 변신한 베이비몬스터(아현, 로라, 파리타)의 무대를 소개해 현장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
하지만 방송 직후, 팬들 사이에서는 당초 예고됐던 보이그룹 유닛 ‘사자보이즈’의 무대가 실종됐다는 의문이 쏟아졌다.
보이넥스트도어 이한, 라이즈 원빈, 투어스 신유, 제로베이스원 박건욱·한유진 등 4세대 대표 비주얼 멤버들로 구성된 ‘사자보이즈’는 당초 이번 무대에서 ‘케데헌’ 속 악귀를 잡는 사냥꾼 퍼포먼스를 선보일 예정이었다.
취소의 결정적 이유는 이들의 콘셉트가 ‘저승사자’였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6일 홍콩 타이포 지역 대형 화재로 1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해 국가 애도 기간이 선포된 상황에서, 죽음을 연상시키는 ‘저승사자’ 캐릭터를 무대에 올리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주최 측의 긴급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결국 주최 측은 대본과 큐시트를 전면 수정하며 해당 무대를 과감히 들어냈다. 안효섭의 화려한 등장은 빛났지만, 비극적인 현지 상황을 고려한 ‘사자보이즈’의 통편집은 축제 속에 드리운 짙은 애도의 그림자를 실감케 했다.
[진주희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