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위, KTX 안전 개선 기회 날렸다…이동권 본질 가린 ‘감정 폭로’

열차와 승강장을 잇는 휠체어 경사로의 구조적 안전 문제를 공론화하고 이동권 매뉴얼을 개선할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가, 일선 노동자를 향한 감정적 분노에 가려져 허무하게 빛을 잃었다.

유튜버 박위가 KTX 하차 중 겪은 낙상 사고 영상을 공개했다가 거센 역풍을 맞고 결국 영상을 삭제하며 고개를 숙였다.

박위는 지난 14일 KTX에서 휠체어를 타고 경사로를 내려오던 중 바닥으로 넘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이후 CCTV 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하며 분노를 표출했으나 여론의 반응은 싸늘했다.

열차와 승강장을 잇는 휠체어 경사로의 구조적 안전 문제를 공론화하고 이동권 매뉴얼을 개선할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가, 일선 노동자를 향한 감정적 분노에 가려져 허무하게 빛을 잃었다.사진=천정환 기자
열차와 승강장을 잇는 휠체어 경사로의 구조적 안전 문제를 공론화하고 이동권 매뉴얼을 개선할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가, 일선 노동자를 향한 감정적 분노에 가려져 허무하게 빛을 잃었다.사진=천정환 기자

사고 당시 현장 근무자가 탑승자를 돕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사고 직후에도 거듭 머리를 숙여 사과했던 정황이 드러나면서 공익적 고발이 아닌 ‘일선 직원을 향한 과도한 박제’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번 사안은 열악한 철도 역사 내 리프트 환경과 수동 경사로의 불안정성, 보조 인력의 전문 안전 교육 부재 등 고질적인 ‘장애인 이동권 안전’ 화두를 수면 위로 끌어올릴 수 있는 계기였다. 100만 구독자를 보유한 영향력 있는 창작자가 겪은 위험이었던 만큼, 코레일의 시스템적 한계와 시설 개선을 요구하는 생산적인 사회적 담론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충분했다.

그러나 영상의 초점은 구조적 결함이 아닌 ‘직원의 실수’와 ‘개인의 억울함’에 맞춰졌다. 결과적으로 제도와 인프라의 개선을 이끌어내야 할 이동권 안전 문제는 뒷전으로 밀려났고, 현장 근무자에 대한 사적 제재 논란과 비판 여론만 들끓게 됐다.

결혼식 축사 논란과 유료 멤버십 도입 등 전달 방식의 미숙함으로 연이은 구설에 올랐던 박위는 이번에도 결국 사과문을 게재했다. 시스템을 향했어야 할 화살이 애꿎은 현장 인력에게 향하면서, 정작 바로잡아야 할 이동권 안전이라는 무거운 숙제는 허공에 흩어지고 말았다.

시스템 개선 대신 개인을 겨냥한 폭로 방식으로 인해 이동권 담론의 본질이 퇴색된 점에 대해 누리꾼들은 깊은 안타까움과 비판을 표했다.

대중은 “경사로의 경사도나 리프트 안전 기준 문제를 짚었다면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을 텐데, 돕다 실수한 직원만 탓하다가 본질이 완전히 묻혔다”, “사고 자체는 아찔하고 위험했지만, 개인 유튜브 화력으로 현장 직원을 저격한 방식은 명백한 패착”, “장애인 이동권 안전 문제는 제도와 설비의 문제인데 감정적 분노만 남아 아쉽다”, “영향력이 큰 만큼 구조적인 개선을 요구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줬어야 했다”며 씁쓸한 반응을 보였다.

[진주희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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