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 프로그램이 배출한 스타가 롱런하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바로 ‘경연용 가수’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고 온전한 자신의 음악 세계를 구축하는 일이다.
가수 전유진이 자신의 스무 살 생일인 10월 10일 발매한 첫 정규앨범 ‘Adios(아디오스)’는 그 험난한 산을 넘기 위해 던진 가장 영리하고도 묵직한 승부수다.
2020년 3월 데뷔 이후 약 6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정규 앨범은 전유진이 단순히 노래 잘하는 ‘트롯 신동’을 넘어, 본인만의 감정과 서사를 책임지는 완성형 아티스트로 도약했음을 증명한다.
2019년 포항해변전국가요제 대상을 시작으로 가요계에 발을 들인 전유진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기교를 덜어낸 창법과 풍부한 성량으로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특히 MBN ‘현역가왕’에서 초대 우승을 차지하며 차세대 트롯 여제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했다. 그러나 전유진 스스로는 ‘현역가왕’ 이전의 6년을 “가수가 아닌 연습생의 마음으로 살아온 시간”이라고 회고했다.
이번 앨범 ‘Adios’는 그 치열했던 ‘연습생’ 시절에 대한 아름다운 작별 인사다. 전유진은 앨범 발매 전 프로모션 회의에서 “완전히 성장한 어른의 모습보다는 방황하는 청춘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앨범의 콘셉트인 ‘보헤미안’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정해진 틀을 벗어나 새로운 길을 찾는 방랑자처럼, 사랑하고 아파하며 성장하는 스무 살의 내면을 음악으로 풀어낸 것이다.
총 12곡(연주곡 2곡 포함)으로 꽉 채워진 트랙리스트는 성인가요 발라드부터 정통 트롯, 세미 트롯, 댄스 트롯까지 다채로운 장르를 아우른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앨범의 중심을 잡고 있는 더블 타이틀곡의 유기적인 대비다.
첫 번째 타이틀곡 ‘아디오스’가 하모니카와 스트링 선율 위로 담담하게 지나간 사랑을 ‘떠나보내는 노래’라면, 두 번째 타이틀곡 ‘사랑만하소’는 새로운 인연을 ‘맞이하는 노래’다. 특히 ‘사랑만하소’는 가요계 대선배인 장윤정이 작사, 작곡은 물론 코러스와 녹음 디렉팅까지 직접 맡아 화제를 모았다. 차곡차곡 쌓아 올린 감정을 후렴구의 고음에서 폭발시키는 전유진의 호소력 짙은 보컬이 장윤정의 프로듀싱과 만나 엄청난 시너지를 낸다. 여기에 설운도가 작사·작곡한 위로의 찬가 ‘잘될 거야 우리 모두’까지 더해져 앨범의 음악적 무게감을 확실히 다잡았다.
또한, 앨범 곳곳에 배치된 수록곡들은 청춘이 느끼는 다양한 감정의 결을 섬세하게 담아냈다. 사랑의 깨달음을 노래한 ‘가시 꽃 사랑’, 이별 후의 애틋함을 그린 ‘가지런히’, 그리고 짝사랑의 풋풋한 설렘을 담은 ‘몰라 몰라’와 ‘흥 따라 흥’ 등은 전유진의 보컬이 지닌 넓은 스펙트럼을 증명한다. 특히, 지난 3월 발매되어 큰 사랑을 받았던 ‘가요 가요’가 댄스 버전으로 수록되어, 애절한 감정을 경쾌한 비트로 승화시키는 전유진 특유의 감각을 엿볼 수 있다.
이번 앨범의 가장 핵심적인 성취를 꼽으라면, 단연 선공개곡이자 전유진이 직접 작사에 참여한 ‘나의 별들에게’를 들 수 있다.
오디션 출신 가수가 남의 히트곡을 잘 부르는 단계에서 벗어나, 자신의 목소리에 어떤 문장과 감정이 어울리는지 스스로 책임지는 단계로 넘어가는 것은 커리어의 큰 변곡점이다. 전유진은 오랜 시간 일기장에 적어 온 감정을 바탕으로, 화려한 무대 뒤의 두려움 속에서도 묵묵히 곁을 지켜준 팬(별)들을 향한 고백을 직접 노랫말로 풀어냈다. 사적인 언어가 노래의 재료로 쓰였다는 것은 전유진의 음악이 ‘밖에서 주어진 것’에서 ‘안에서 꺼낸 것’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단순히 가창력이 뛰어난 가수를 넘어, 대중은 이제 ‘전유진의 노래’ 하면 그녀만의 고유한 서사와 감성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이는 특정 프로그램의 한 시즌을 넘어, 오랫동안 대중과 호흡하며 기억되는 대형 아티스트로 성장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다.
전유진은 이제 갓 스무 살이 되었다. 단기적인 화제성이나 자극적인 노출에 기대지 않고 무대와 음원이라는 가수의 기본 축을 차분하고 단단하게 쌓아 올리는 중이다. 남의 노래를 훌륭하게 해석해 내던 ‘경연 신동’은 이제 자신의 서사를 직접 노래하는 ‘아티스트’로 피어났다. 전유진의 첫 정규앨범 ‘Adios’는 결론이 아닌, 대한민국 가요계를 이끌어갈 대형 보컬리스트가 내딛는 가장 눈부신 출발점이다.
[MK스포츠 홍동희 선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