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착역`…흔들리는 여인의 심리묘사 압권 [김대호의 옛날영화]

MK스포츠 김대호 기자

기차가 로마역 플랫폼에 미끄러져 들어온다. 중년의 미국 여인(제니퍼 존스)이 황급히 기차에 오르자 이탈리아 청년(몽고메리 클리프트)이 따라 탄다. 이 청년은 미국 여인에게 로마에서 같이 살자며 애걸한다. 미국 여인은 잠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다 끝내 거절한다. 이탈리아 청년은 여인의 따귀를 때리고 기차에서 뛰어 내린다.

여인은 흐느끼며 기차에서 내린다. 다시 만난 두 사람은 아무도 없는 대기 열차 칸에 올라 격정적인 키스를 나눈다. 풍기문란으로 기차역 내 파출소로 연행된 두 사람. 황당하면서도 서글픈 장면이다. 여인은 미국에 있는 남편과 딸을 떠올리며 파리행 마지막 기차를 태워달라고 호소한다. 청년은 떠나가는 기차를 따라가다 넘어진다.

흔들리는 여인의 심정을 사실적으로 연기한 제니퍼 존스와 정열적인 이탈리아 청년역을 맡은 몽고메리 클리프트.
흔들리는 여인의 심정을 사실적으로 연기한 제니퍼 존스와 정열적인 이탈리아 청년역을 맡은 몽고메리 클리프트.
1953년 리얼리즘의 대가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이 만든 <종착역>은 로마를 방문한 한 미국인 유부녀와 이탈리아 통역 청년과의 짧은 외도를 그린 작품이다. 제니퍼 존스의 아슬아슬한 외줄타기 연기가 일품이다. 겉으론 기품 있는 미국의 전형적인 중년 여인이지만 이탈리아 청년의 저돌적인 구애에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는 애끓는 심정을 사실적으로 연기했다. 또한 갈피를 잡지 못하는 여인에게 열정적으로 사랑을 갈구하는 이탈리아 청년 역의 몽고메리 클리프트의 표정연기도 압권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이탈리아에 여자 혼자 여행을 보내면 안 된다는 우스갯소리가 떠오른다.

재밌는 점은 영화의 러닝타임과 실제 영화 안에서의 시간이 똑같이 흘러간다는 설정이다. 영화의 배경시간은 6시40분부터 8시30분까지 정확하게 1시간50분으로 러닝타임과 일치한다.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의 실험정신이 잘 녹아 있다. 또 모든 촬영이 기차역 한곳에서만 이뤄졌다는 점도 특이하다. MK스포츠 편집국장 daeho90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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