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아버지 이름 ‘춘길’로 노래하니까 제가 되게 효자인 줄 아세요. 사실은 불효했던 게 너무 미안해서, 아버지 이름이라도 세상에 남겨드리려고 부르는 피눈물의 사부곡입니다.”
발라드 가수 모세에서 트로트 가수 ‘춘길’로 변신해 TV조선 ‘미스터트롯3’ 최종 4위에 오르며 20년 만에 인생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한 춘길.
오디션장이 아닌 인터뷰 현장에서 만난 그는 거창한 야망이나 욕심 대신, 사선(死線)을 넘어선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깊은 담담함과 팬들을 향한 맹목적인 감사를 전했다.
‘모세’를 지우고 ‘춘길’로 선 무대
2022년 ‘불타는 트롯맨’을 거쳐 ‘미스터트롯3’에 도전하기 전, 춘길은 가요계 미련을 완전히 접고 서울 집의 이삿짐을 싸며 귀농을 준비하고 있었다. 생활고와 공백기로 인해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래전부터 “TV에서 노래하는 모습을 다시 보고 싶다”고 소망하던 팬들의 목소리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
“어차피 은퇴한 마당에 더 내려갈 곳도 없었습니다. ‘이래 죽나 저래 죽나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내 모든 걸 갈아 넣은 무대를 남기자’라는 각오로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춘길은 혹여나 남아있을 ‘모세’의 발라드 색채와 선입견을 지우기 위해 첫 예심부터 정통 트로트곡인 현철의 ‘당신의 이름’을 선곡했다. 과감하고 호소력 짙은 보컬은 심사위원들을 사로잡으며 해당 시즌 최단 시간 ‘올하트’라는 상징적인 기록을 세웠다.
독기를 품고 도전한 ‘미스터트롯3’
경연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1대1 데스매치에서 발라드 선배 이지훈과 맞붙어 단 1표 차로 탈락 위기에 몰렸으나 관객 판정단의 선택으로 기적적으로 생환했다. 배수의 진을 친 그는 팀 메들리 미션에서 아무도 예상치 못한 승부수를 던졌다. 보컬리스트인 자신이 댄스 전문 팀 ‘펑키로컬스’ 등을 직접 지목해 ‘위대한 춘길단’을 결성하고, 직접 발에 불을 붙이는 사투 수준의 ‘불쇼 퍼포먼스’를 감행한 것이다.
“여기서 생존하려면 미친 짓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카드를 꺼내야 했죠.”
실제로 실제 발에 불을 붙인 역대급 퍼포먼스에 마스터 장윤정은 “노래와 무대를 완전히 갖고 논다. 경지에 올랐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결승전 인생곡 미션을 앞두고 아버지가 모셔진 산소를 찾았던 춘길. 그는 정의송의 ‘못 잊을 사랑’을 부르며 마스터 점수 최고점인 100점(장윤정, 영탁 등)을 받아내며 공동 2위에 올랐다.
“가수가 되겠다고 9년을 헤매고, 데뷔 후에도 생계에 짓눌려 일반적인 삶의 행복이나 기회들을 너무 많이 걷어차며 살아왔습니다. 가사를 부르며 살아온 인생에 대한 후회와 결핍을 완전히 털어내고 싶었습니다.”
발라더 모세의 애절한 감성과 트로트 가수 춘길의 간드러진 꺾기가 만난 그는 스스로를 ‘원 플러스 원 하이브리드 가수’라 칭하며 전무후무한 보컬 캐릭터를 완성해냈다.
“내일을 장담하지 않고 오늘 팬들과 행복할 것”
트로트 가수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춘길. 고향인 여주시 홍보대사로 위촉된 그는 팬카페 ‘스프링모세(기적)’와 함께 초록우산, 사랑의 열매 등에 수천만 원의 성금을 기탁하며 기적 같은 선한 영향력을 펼치고 있다.
“생사의 사선을 넘어본 이후 제 삶의 좌우명은 ‘내일을 장담하지 말고 오늘에 충실하자’로 바뀌었습니다. 지금 저에게 주어지는 모든 활동은 덤이자 보너스입니다. 나를 다시 태어나게 해준 팬분들에게 매 순간 최선의 무대로 행복을 돌려드리는 것, 그것이 가수 춘길이 걸어갈 유일한 꽃길입니다.”
[MK스포츠 홍동희 선임기자]
*해당 기사는 홍동희 기자의 트로트 인터뷰 유튜브 채널 ‘트로트 테레비’에서 영상 인터뷰로도 보실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