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피에(푸른 피의 에이스)’ 원태인(삼성 라이온즈)이 에이스의 품격을 보여줬다.

원태인은 1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리그 LG 트윈스와 원정경기에 삼성의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이번 경기 전까지 삼성의 분위기는 좋지 못했다. 4연패에 빠져 있었던 까닭이다. 자연스레 원태인의 어깨가 무거워 질 수 밖에 없었던 상황. 이에 사령탑은 부담을 가지지 말 것을 강조했다.

15일 경기를 앞두고 박진만 삼성 감독은 “(원태인이) 워낙 경험을 많이 했다. 연차도 있고 어린 선수가 아니다. 그만한 능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팀 분위기도 잘 알고 있다”며 “(원태인이) 부담을 안 가졌으면 좋겠다. 시즌 초반이다. 타격 페이스가 많이 떨어져 있지만, 올라갈 때는 걷잡을 수 없이 올라갈 수 있다. 부담감 내려놓고 하던 대로 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사령탑의 이런 당부를 들었을까. 원태인은 1회말부터 좋은 투구를 펼쳤다. 홍창기에게 중전 안타를 맞았지만, 김현수(좌익수 플라이), 오지환(1루수 파울 플라이), 문보경(2루수 땅볼)을 차례로 잡아냈다. 2회말에는 박동원(좌익수 플라이), 송찬의(1루수 플라이), 이주헌(삼진)을 돌려세우며 이날 자신의 첫 삼자범퇴 이닝을 완성했다.

첫 실점은 3회말에 나왔다. 박해민의 우전 2루타와 신민재의 희생 번트로 연결된 1사 3루에서 홍창기에게 좌익수 방면 희생플라이를 허용했다. 후속타자 김현수를 1루수 땅볼로 처리하며 추가 실점은 하지 않았다.

4회말에는 위기관리 능력이 돋보였다. 오지환을 투수 땅볼로 이끈 뒤 문보경에게 볼넷을 범했다. 이어 박동원을 좌익수 플라이로 유도했으나, 송찬의의 좌전 안타로 2사 1, 2루에 봉착했다. 다행히 이주헌을 중견수 플라이로 묶으며 실점은 막아냈다.

5회말에도 실점은 틀어막은 원태인이다. 박해민의 번트 안타와 신민재, 홍창기의 진루타, 김현수의 사구로 2사 1, 3루에 몰렸지만, 오지환을 1루수 땅볼로 요리했다.

6회말 역시 쾌투가 계속됐다. 문보경, 박동원을 각각 2루수 땅볼, 삼진으로 물리쳤다. 후속타자 송찬의에게는 중전 2루타를 헌납했으나, 이주헌을 삼진으로 솎아냈다. 도중에는 잠시 왼쪽 엉덩이 통증을 호소하기도 했지만,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임무를 끝까지 수행했다.

최종 성적은 6이닝 5피안타 2사사구 3탈삼진 1실점. 총 88개의 공을 뿌린 가운데 패스트볼(35구)과 더불어 슬라이더(25구), 체인지업(24구), 커브(4구)를 구사했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50km까지 측정됐다.

팀이 5-1로 앞선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온 원태인은 결국 삼성이 6-3 승전고를 울림에 따라 시즌 2승(무패)과 마주하게 됐다. 팀 4연패 탈출을 이끄는 승리라 기쁨이 더했다.

경기 후 박진만 감독은 “연패를 끊는 에이스의 역할을 역시 원태인이 해줬다. 평소보다 부담이 많았을텐데, 흐트러짐 없이 본인 공을 잘 던졌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원태인은 “우리 분위기가 너무 안 좋았다. LG 타선이 너무 센 것을 스스로 인정하고 들어갔다. 초구부터 무조건 결정구라고 생각했다. 한 점도 안 주겠다는 마음으로 마운드에 올라갔다”며 “3회말 (박)해민이 형에게 슬라이더로 카운트 잡으려 들어가다 장타를 허용하고 선취점을 내줬다. 그게 스스로에게 너무 화가 났다. 경기 전 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었는데, 선취점을 뺏겼다는 게 스스로에게 너무 화가 났다. 그 뒤로 좀 더 집중해서 피칭한 것이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밝은 미소를 지었다.

이어 “사실 올해는 욕심이 정말 없다. 제가 나가는 경기에 팀이 이길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하는데, 오늘 경기는 사실 분위기가 너무 안 좋았다. 제가 버틸 수 밖에 없다 생각했다. 다행히 (르윈) 디아즈가 (4회초) 바로 역전 (2점) 홈런을 쳐줘서 그 점수를 무조건 지켜야겠다는 생각이었다”고 덧붙였다.

다행히 몸 상태는 이상이 없다고. 그는 “괜찮은 것 같다. 박동원 선배를 너무 잡고 싶었다. 커브를 확실히 낮게 던지려고 세게 던졌다. 그 전에 살짝 근육이 좀 올라온 느낌이었다. 갑자기 올라오는 느낌이 들어서 잠깐 스톱을 했다. 다행히 근육이 내려가 잘 마무리 할 수 있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2019년 1차 지명으로 삼성의 부름을 받은 원태인은 명실상부 사자군단의 에이스다. 지난해까지 통산 160경기(885.2이닝)에서 56승 46패 2홀드 평균자책점 3.87을 마크했다. 2024시즌에는 28경기(159.2이닝)에 나서 15승 6패 평균자책점 3.66을 기록, 곽빈(두산 베어스·15승 9패 평균자책점 4.24)과 더불어 공동 다승왕에 오르기도 했다.

올해에도 원태인의 활약은 이어지고 있다. 이번 LG전 전까지 3경기에 출전해 1승 평균자책점 1.59를 써냈다. 이후 이날도 쾌투하며 삼성의 4연패 탈출에 앞장섰다.

원태인은 “모든 공에 전력 투구 하겠다는 마인드를 가지고 올라간 것이 주효했다. 제가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도 던져봤지만, 한 시즌을 풀어가는데 정말 중요한 포인트가 몇 가지 있다. 저에게는 그 경기가 오늘이었다 생각한다. (18일부터) 홈에서 (롯데 자이언츠와) 클래식 시리즈라는 큰 이벤트 경기가 있다. 그 경기를 앞두고 원정 4연패 중이었는데, 무조건 끊고 가야겠다는 생각이었다. 포스트시즌 하듯이 모든 공에 최선을 다해 던졌다”고 두 눈을 반짝였다.

지난해 가을야구 때 당한 어깨 부상은 털어버린지 오래다. 그는 “부상당한 선수로 보이고 싶어 비시즌 정말 많이 준비했다. 밸런스 적인 부분도 저 스스로 많이 바꿨다. 스피드가 생각보다 잘 올라왔다는 것에 만족한다. 날씨도 점점 풀려가고 있다. 저의 좋았던 시즌보다 올해가 더 좋은 시즌으로 남을 것 같다는 기대감이 든다”고 배시시 웃었다.

[잠실(서울)=이한주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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