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온다습한 날씨 또한 선수들의 부상 위험도가 높아진다. 이어지는 폭염 속 정상 진행되는 K리그에도 변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장마가 지나가고 본격적인 가마솥더위가 시작됐다. 전국적으로 최고 기온 32~37℃로 예보됐다. 폭염주의보, 폭염경보가 발효됐고, 온열질환자까지 속출하고 있다.
제대로 눈뜨기 힘들 정도로 따가운 햇볕이 내리쬐는 가운데 K리그는 26~27일 동안 1부 6경기, 2부 7경기를 정상적으로 소화했다. 이 기간 최저기온은 22~25℃, 최고기온은 30~36℃였다.
기상청의 폭염특보는 주의보, 경보로 나뉘는데, 폭염주의보는 ▲일 최고 체감온도 33℃ 이상이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급격한 체감온도 상승 또는 폭염 장기화 등으로 중대한 피해가 예상될 때 내려지고, 폭염경보는 ▲일 최고 체감온도 35℃ 이상이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급격한 체감온도 상승 또는 폭염 장기화 등으로 광범위한 지역에서 중대한 피해가 예상될 때 발효된다.
K리그 일정 내내 폭염경보가 내려진 상황.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이를 고려해 여름에는 오후 7시 혹은 오후 7시 30분에 경기를 배치했다. 하지만 여름철 일몰 시각을 완전히 피하지는 못했다. 지난 이틀 동안 서울 기준 일몰 시각은 오후 7시 45분이었다. 오후 7시에 킥오프하는 주말 경기 동안 선수들은 전반전 내내 뙤약볕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선수들은 신체 부위가 비춰 보일 정도로 유니폼이 땀에 흠뻑 젖은 상태였다. 전후반 각 한 차례씩 선수들의 탈수 증세를 막기 위해 쿨링브레이크가 실시되기도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경기 종료 후 대다수 선수는 그대로 경기장에 드러누워 숨을 고르는 모습을 보였다.
선수들의 부상 위험도 또한 자연스레 높아졌다. 더위 질병에는 열사병, 열탈진, 열경련, 열실신, 열부종, 열발진 등이 있다. 추가 시간까지 포함하면 90분 이상 에너지를 소모하는 선수단에 큰 위험이다.
기온 34℃, 습도 63%였던 26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수원FC와 FC안양의 리그 24라운드가 열렸다. 경기 전후로 양 팀 감독은 무더위 속 경기를 치른 선수단 걱정을 이어갔다.
안양 유병훈 감독은 경기 전 “날이 덥다. 현재 원정 라커룸에 에어컨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렇게 더운데 선수들의 경기 전부터 지칠 수 있다. 경기력에 피해가 있을 것 같아 걱정이다. 염려되는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경기 후에는 수원FC 김은중 감독이 “솔직히 날씨가 가장 걱정이다”라며 “조심스럽게 제안하자면, 경기 시작을 1시간이라도 늦췄으면 좋겠다. 선수 보호를 위해서다. 컨디션, 경기력은 물론이고 날이 더워지면서 선수단 부상 위험도도 높아졌다”라고 요청했다.
이날 경기에서 선발 출전했던 수원FC의 안현범은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취재진을 만나 “너무 힘들었다. 후반전에는 해가 떨어져서 조금은 괜찮았는데, 뛰는 내내 진이 빠지는 기분이었다”라며 “축구에는 전력 질주를 해야 하는 상황도 있는데, 오늘같이 너무 더운 날은 킥오프 시간이 조정되면 좋을 것 같다”라고 김은중 감독의 의견에 동조했다.
구단, 선수단을 응원하는 팬들의 건강까지 이어지는 문제다. 매 시즌 치열한 순위 경쟁을 이어가는 K리그는 20일 278경기 만에 누적 관중 수 200만 명을 돌파했다. 2013년 승강제 도입 이후 최소 경기 200만 관중 돌파 기록을 세웠다. 2023년 324경기, 2024년 282경기에 이어 3년 연속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다만 찜통더위가 계속된다면, 각 구단, 선수들과 함께 달리는 팬들 또한 더위질병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킥오프 시간 조정에 대해 “주말 경기에서 나온 의견이라 곧바로 가능 여부를 답하기 조심스럽다”라며 “주말 경기에 배정된 경기 감독관, 각 구단의 의견을 다양하게 취합하고 검토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중계사와도 시간 조정에 대해 논의할 부분도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수원=김영훈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