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상호 영입 위해 일본행? 김기동 감독 “저 한국에 있었는데요?” [MK인터뷰]

“‘김기동은 포항 스틸러스였기 때문에 잘됐다’는 인식을 바꾸겠다.”

김기동 감독이 2024년 1월 3일 FC 서울 감독 취임 기자회견에서 남긴 말이다.

김기동 감독의 서울 3년 차. 서울이 리그 우승을 바라본다. 서울은 올 시즌 K리그1 전반기를 단독 선두로 마쳤다. 2016년 마지막 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린 뒤 우승 경쟁은커녕 K리그1 잔류에 사활을 걸어야 했던 서울의 놀라운 변화다.

FC 서울 김기동 감독. 사진=이근승 기자
FC 서울 김기동 감독. 사진=이근승 기자
FC 서울의 변화. 그래픽=이근승 기자
FC 서울의 변화. 그래픽=이근승 기자

이 변화는 김기동 감독이 서울 지휘봉을 잡으면서 시작됐다.

김기동 감독의 서울은 9년 동안 한 번도 이기지 못했던 ‘천적’ 전북 현대 징크스를 깼다. 울산 HD를 상대로는 8년 만에 무승 징크스에서 벗어났다. 울산 원정에선 무려 10년 동안 승리하지 못했던 악연도 끊어냈다. 이러한 변화가 모여 이젠 우승까지 넘본다.

김기동 감독이 6월 22일 서울의 전지훈련지인 강원도 양양에서 취재진과 나눴던 이야기다.

2026시즌 K리그1 전반기 순위표. 그래픽=이근승 기자
2026시즌 K리그1 전반기 순위표. 그래픽=이근승 기자

Q. 전반기를 단독 선두로 마쳤다.

서울에 올 때부터 생각한 게 있었다. 3년 차엔 무언가 변화를 주면서 좋은 결과물을 내야 한다는 계획이었다. 올해는 분명히 잘될 거라고 봤다. 올해 초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를 준비하면서 나쁘진 않았지만 결과물을 가져오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그 경험이 리그로 들어가면서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그게 나와 선수들에게 자신감으로 다가왔다.

Q. 선수들에게 제일 강조하는 건 무엇인가.

선수들에게 “초심으로 돌아가라”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나는 선수들을 더 성장시키기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하는 자리에 있다. 늘 좋은 얘기만 할 수 없다. 선수들을 더 발전시키기 위해선 싫은 소리를 해야 할 때가 있다. 선수도 사람이다 보니 자기도 모르게 제자리로 돌아가려는 모습이 나오는 까닭이다.

Q. 월드컵으로 휴식기가 길지 않나. 휴식기 때도 그런 모습들이 종종 나왔던 건가.

전반기에 좋은 결과를 내고 휴식기에 들어왔다. 훈련하면서 집중력이나 생각이 조금 풀어진 느낌이 있었다. 나태한 느낌도 들었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한두 번 싫은 소리를 했다. 아직 다 조여진 상태는 아니다. 늘 강조하지만 자신의 기분이 축구를 대하는 태도로 이어져선 안 된다. 늘 겸손하고 성실해야 한다. 그런 부분을 고치려고 노력하고 있다.

FC 서울 김기동 감독. 사진=이근승 기자
FC 서울 김기동 감독. 사진=이근승 기자

Q. 쓴소리를 한다고 해서 100% 바뀌는 건 아닐 거다. 지도자는 그럴 때 어떻게 해야 하나.

한두 번 싫은 소리를 했다. 이야기를 강하게 하기도 했고, 영상 미팅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짚기도 했다. 세 번째 단계로 오고 있다. 듣기 싫은 말을 계속하면 잔소리가 될 거다. 약간 변화를 줘서 포용하려고 한다. 안고 가는 형태로 가려는 거다. 오늘은 외국인 선수들을 모아서 미팅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마음이 어땠는지 물었다. ‘성공해야겠다’, ‘잘해야겠다’, ‘팀에 보탬이 되겠다’는 마음이었다. 처음엔 훈련 태도와 경기에서 보여주는 적극성이 아주 좋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제 좀 됐구나’ 하는 마음이 보인다. 나는 그걸 보고 있다. 그런 부분을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선수들도 공감했다. ‘다시 집중하겠다’는 답도 받았다. 내국인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계속 미팅하면서 바꿔가려고 한다.

Q. 올해부터 K리그1에선 외국인 선수 보유가 무제한으로 바뀌었다. 변화를 체감하나.

관리하는 데 있어서 체감하는 건 크지 않다. 우리 외국인 선수들은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개개인의 능력이 특출나서가 아니다. 팀에 잘 녹아들었기 때문이다. 우린 함께 땀 흘리고 함께 고민한다. ‘어떻게 하면 팀이 더 잘할 수 있을지’ 매일 생각한다. 그런 일상이 팀에 잘 자리 잡도록 하지 않았나 싶다. 외국인 선수들에게 이런 이야기도 했다. 한국 선수들이 훈련하는 걸 보고 ‘저 선수들은 왜 저렇게 하지?’라고 느낄 수 있다. 그런데 그걸 보고 ‘나도 저렇게 해야지’ 하면 안 된다. 외국인 선수는 내국인 선수보다 큰돈을 받는다. 내가 외국인 선수들에게 분명하게 얘기했다.

Q. 어떤 얘길 했나.

외국인 선수들에게 “너희들이 더 잘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영입한 거다. 너희들이 내국인 선수들과 큰 차이가 없다면 여기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 외국인 선수는 내국인 선수보다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훈련 태도, 경기장에서의 역량 등 모든 부분에서 월등하게 앞서야 한다. 초심으로 돌아가서 다시 준비하자”고 했다.

FC 서울 주장 김진수. 사진=이근승 기자
FC 서울 주장 김진수. 사진=이근승 기자

Q. 김기동 감독은 21년 동안 선수 생활을 했던 철인 미드필더였다. 베테랑 선수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도 많을 것 같은데.

내가 선수로 뛸 때만 해도 32살 정도 되면 은퇴를 바라봤다. 그때는 감독들도 “이제 은퇴할 때 되지 않았느냐”라고 이야기했다. 조언이라는 건 자신이 경험하고 느꼈던 감정을 이야기해줘야 한다고 본다. ‘체력적으로 잘 준비해야 한다’, ‘몸에 안 좋은 걸 하지 말아야 한다’, ‘일찍 자고 운동에 전념해야 한다’ 이런 기본적인 건 누구나 얘기할 수 있다.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하며 그 안에서 느낀 것들은 경험하지 않으면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Q.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준다면.

40살까지 선수 생활을 하면서 힘든 과정을 거쳤다. 심리적인 압박을 받았고, 팬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 미디어가 나를 평가하는 시각 등을 경험했다. 20대 땐 한 경기에서 조금 부진하면 ‘피곤했나’라거나 ‘어디 안 좋은가’라고 생각한다. 베테랑이 돼서 경기에서 부진하면 ‘김기동도 다 됐구나’, ‘체력이 안 되는구나’라고 평가한다. 그런 평가와 부담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서 나는 (김)진수와 같은 베테랑 선수에게 자세하게 이야기해줄 수 있다.

Q. 어떤 이야기를 해주나.

30대가 넘어가면 근력과 파워가 약해진다. 축구는 저강도로만 할 수 있는 운동이 아니다. 고강도가 필요하다. 근육이 버티지 못하면 어려움이 생긴다. 그런 부분을 계속 이야기해주고 있다. 진수의 선수 생활을 돌아보면 자기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때가 거의 없었다. 진수는 어릴 때부터 대표팀 차출이 많았다. 대표팀은 경기 준비에 몰입하는 곳이다. 컨디션 조절이지 몸을 만들어주는 형태의 훈련은 아니다. 대표팀 일정을 마치면 소속팀으로 돌아와 리그 경기를 뛰어왔던 거다. 진수가 햄스트링으로 고생한 경험이 많았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본다. 진수 얘길 들어보니 지난해가 프로 데뷔 후 리그에서 가장 많은 경기를 소화한 해라더라. 이 부분이 올 시즌을 온전히 소화하는 데 변수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더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선수들에게 무언가를 설명하고 있는 FC 서울 김기동 감독. 사진=이근승 기자
선수들에게 무언가를 설명하고 있는 FC 서울 김기동 감독. 사진=이근승 기자

Q. 후반기엔 리그뿐만 아니라 AFC 챔피언스리그2(ACL2), 코리아컵, 아시안게임 대표 차출 등의 변수가 있다. 보강이 필요하지 않나.

필요하다. 우리는 선수단을 줄였다. 골키퍼 포함 29~30명 정도로 운영하고 있다. 모든 대회를 치르기엔 어려운 상황이다. 아시안게임 차출도 있다. 손정범, 황도윤, 박성훈 등이 U-23 대표팀의 부름을 받고 있다. 그 선수들이 빠지고 부상자도 한두 명 나올 수 있다. 분명히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구단에서 잘 해주시지 않겠나(웃음). 기대하고 있다. 두세 포지션에서 한두 명 정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물론 즉시 전력감 영입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 시즌이 한창 진행 중이다. 각 팀 핵심 선수를 쉽게 내줄 리 없다. 비용도 크다. 여름 보강이 생각처럼 쉽지 않은 건 분명하다.

Q. 어느 포지션이 필요한지는 말하기 어렵나.

지금 내가 ‘어디가 필요하다’고 하면 선수들이 ‘내가 못하고 있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 내가 여기서 ‘오른쪽 풀백’이라고 말하면, 최준은 ‘내가 너무 많이 뛰어서 배분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런데 그 밑에서 준비하는 선수는 ‘내가 준비가 안 됐나’, ‘내가 못하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 공식적으로 말하고 싶지 않다. 걸려들 뻔했다(웃음).

Q. 올 시즌 전반기 서울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선수를 꼽으라면 손정범을 얘기할 수 있다. 손정범은 지난해까지 고등학생이었다. 어린 나이에 큰 주목을 받으면 초심을 잃을 수도 있지 않나. 어떻게 관리하고 있나.

안 그래도 신경 쓰고 있다. 지난 연습경기를 보니 벌써 프로 10년 차가 하는 행동을 하더라. (손)정범이가 U-23 대표팀에 다녀오더니 조금 바뀌었네 싶었다. 요즘 선수들은 말로만 하면 모른다. 선수 입장에선 ‘나는 열심히 잘하고 있는데 왜 그러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 당연한 거다. 객관적인 자료가 필요하다. 그게 영상이다. 영상을 보여주면서 확실하게 인지시켜야 한다. 올라간 어깨를 조금 내려줄 필요가 있다.

FC 서울 미드필더 손정범. 사진=이근승 기자
FC 서울 미드필더 손정범. 사진=이근승 기자

Q. 손정범이 주전급으로 떠오르면서 황도윤의 출전 시간이 작년보다 줄었다. 황도윤도 어린 선수다. 황도윤에겐 어떤 동기부여를 주나.

(황)도윤이와는 수시로 이야기한다. 성격이 좋은 친구다. 기회가 되면 경기에 내보내려고 한다. 작년보다는 비중이 떨어졌지만, 경쟁력을 계속 가져가려면 경기에 나가야 한다. 아시안게임도 생각하고 있다. 팀에서 경기를 못 뛰면 대표팀에 가기 어렵다. 미리 이야기한다. 도윤이에게 “다음 경기 나가니까 이렇게 준비하자”고 한다. 부족한 부분도 계속 피드백한다. 훈련 때부터 높은 집중력을 가질 수 있도록 신경 쓴다. 관심이 정말 중요하다. 경기에 못 나가더라도 ‘감독이 나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해줘야 한다. 그래서 농담도 다른 선수보다 더 많이 하려고 한다.

Q. 김기동 감독은 서울 지휘봉을 잡고 서울 팬들의 한을 풀어줬다. 전북, 울산을 상대로 한 오랜 징크스를 깬 거다. 비결이 있나.

이번 월드컵에서 인상 깊게 본 경기 중 하나가 브라질-모로코전이다. 축구는 개인 스포츠가 아닌 팀 스포츠라는 걸 그 경기가 증명했다. 과거 서울은 팀으로 움직인다기보다 개개인의 움직임이 많은 느낌이었다. 개인의 성향이나 무언가 때문에 팀이 만들어지고 흔들리는 부분이 있었다. 현재의 서울은 하나의 팀이다. 우린 팀으로 싸운다. 그래서 더 단단하다. 아직 100% 만들어진 건 아니다. 계속 그렇게 만들어가려고 한다. 선수 한 명에게 맞추는 게 아니라 팀이 같이 할 수 있는 축구를 하려고 한다. 그래야 어려운 순간을 버티고 이겨낼 수 있다.

Q. 오늘 인터뷰 전에도 월드컵 경기를 챙겨보지 않았나.

우루과이와 카보베르데의 경기였다. 진짜 인상 깊었다. 경기가 정말 재밌지 않았나. 축구는 저렇게 해야 한다. 축구는 총성 없는 전쟁이다. 시작 휘슬이 울리면 끝날 때까지 끊임없이 부딪혀야 한다. 섬세하게 하나하나 만들어가는 축구도 좋다. 하지만, 축구는 골을 넣고 이겨야 한다.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절실함이 없으면 안 된다. 팬들이 왜 축구에 열광하는지 우루과이-카보베르데전을 보면서 또 한 번 느꼈다.

Q. 후반기 서울 축구에서 그런 느낌을 기대해도 될까.

장담은 못 하겠다(웃음). 다만 항상 선수들에게 이야기한다. 선수들에게 “승패를 떠나서 지든 이기든 팬들을 감동시키는 축구를 해야 한다. 졌지만 박수받을 수 있는 축구를 해야 한다. 그래야 팬들도 수긍하고, 관중도 더 많아질 것”이라고 얘기한다.

FC 서울 김기동 감독. 사진=이근승 기자
FC 서울 김기동 감독. 사진=이근승 기자

Q. 서울의 올 시즌 목표는 우승 아닌가.

분명히 하자. 내가 내 입으로 우승을 이야기한 적은 없다(웃음). 아직 15경기만 했다. 계속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조심스럽다. 한 경기 한 경기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나태해지지 않고, 방심하지 않고,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서 우리 모든 구성원의 바람이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 내가 해야 할 일, 우리가 해야 할 것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우리의 바람에 조금씩 다가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Q. 만약 서울이 모두가 원하는 결과로 시즌을 마친다면, 김기동 감독에게도 큰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당연하다. 나는 아직도 서울 감독 취임 첫 기자회견을 기억한다. 그때 내가 했던 말이 있다. ‘김기동은 포항이기 때문에 됐다’는 인식을 바꾸고 싶다는 것이었다. 서울은 그동안 어려움이 있었다. 서울은 K리그를 주도해 나가야 하는 팀이었다. 하지만, 지난 몇 년 동안엔 그러질 못했다. 내가 이 팀을 맡으면서 ‘바꿔놓겠다’고 했다. 그런 것들이 현실로 다가온다면 서울의 역사는 물론 내 경력에도 많은 것이 바뀔 수 있다. 다만 올해가 끝이 아니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어렵게 팀 문화를 바꿔놨다. 지금 잘 가고 있다. 이걸 계속 이어가고 계승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여기서 몇 년을 더 할지, 새로운 사람이 오게 될지 사람 일은 아무도 모르는 것 아닌가. 서울이란 팀은 어떤 지도자가 오든 계속해서 K리그를 이끌어가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1년 잘했다’, ‘2년 잘했다’가 아니라 계속 잘할 수 있는 명문이 됐으면 한다.

Q. 서울에 처음 왔을 때부터 3년의 장기 계획을 세우고 나아갔던 건가.

내 계획대로 가고 있다고 본다. 계획을 그렇게 하고 왔다. 취임 기자회견장에서도 이야기했다. 한국과 유럽은 다르다. 유럽은 감독이 원하면 원하는 선수를 최대한 데려올 수 있다. 재정적인 부분에서 차이가 크다. 나는 혼자 왔다. 서울이란 팀에 나 혼자 들어온 거다. 그러니 상당히 힘든 과정이 있었다. 처음부터 ‘1~2년 고생하면 3년 차엔 이렇게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작년에도 더 좋아질 수 있는 부분은 충분히 있었다. 초반엔 1위와의 승점 차가 크지 않았다. 한 경기 결과에 따라 순위가 확 바뀔 수 있었다. 그런데 어떤 변수에 의해서 팀이 많이 흔들렸다. 그래서 ‘버텼다’는 표현을 썼다. 계획이 조금 틀어진 부분이 있었다. 그래도 최대한 계획대로 흘러가고 있지 않나 싶다.

Q. 서울이 K리그 리딩 구단으로서 지향해야 할 모델이 있을까.

구단의 모델을 말하려면 행정적인 부분도 다 알아야 한다. 조심스럽다. 일본 축구가 요즘 큰 주목을 받는다. 일본 대표팀도 그렇고, 우리와 ACLE에서 만난 일본 팀들도 그렇다. 확실히 우리보다 앞서 있는 부분이 많다고 느꼈다. 구단 운영 방식, 전체적인 행정, 시스템, 코칭스태프, 피지컬 파트, 의료진 등 규모부터 다르다. 선수 활용도 그렇다. 일본 선수를 많이 활용하고, 외국인 선수는 팀 색깔에 맞게 뽑는다. 일본 팀은 가져가야 할 방향성이 명확하다. 한두 팀 정도를 제외하면 거의 비슷한 방향의 축구를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FC 서울 김기동 감독. 사진=이근승 기자
FC 서울 김기동 감독. 사진=이근승 기자

Q. 포항 감독 시절에도 일본 팀들과 여러 번 붙어봤다. 일본 팀을 상대하면서 어떤 변화를 느꼈는지도 궁금하다.

와닿은 게 있다. “저렇게까지 압박을 계속한다고?”, “저렇게까지 많이 뛴다고?”, “안 지친다고?” 이런 느낌이 있었다. 기술이 없어서 많이 뛰는 게 아니다. 기술 있는 선수들이 많이 뛴다. 그러니 시간이 갈수록 작은 틈이 커진다. 후반으로 갈수록 우리가 공간을 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긴다. 일본이 정말 많이 성장했다고 느꼈다.

Q. 후반기 때 유독 더 기대하는 선수가 있을까.

안데르손이 아닐까 싶다. 안데르손이 살아나야 한다. 전반기에 잔부상이 많았다. 몇 경기를 쉬었고, 이후에도 큰 활약을 보여주진 못했다. 아직 100% 컨디션은 아니다. 걱정은 된다. 안데르손에게 “너는 언제 100%가 되느냐”고 웃으면서 얘기했다. 내가 안데르손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빨리 100% 컨디션이 됐으면 한다.

나상호. 사진=이근승 기자
나상호. 사진=이근승 기자

Q. 서울 팬들이 제일 궁금해한 게 아닐까 싶다. 김기동 감독이 나상호를 영입하기 위해 일본으로 향했다는 소문이 있었다.

안다. 한 기자에게 전화가 왔다. 뜬금없이 “감독님, 일본 갔다 오셨어요? 나상호 영입하러 갔다던데”라고 하더라. 나는 최근 일본에 다녀온 적이 없다. 한국에 있었다. 나상호가 오면 좋지. 팀에 분명 도움이 될 거다. 이곳저곳에서 들어본 얘기를 종합하면, 본인이 일본 생활에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선수의 마음도 정말 중요하다.

Q. 서울은 K리그1 1위 팀이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에 나선 선수는 한 명도 없다. 실망한 선수들이 있었을 것 같은데.

편하게 차 한잔 마시면서 이야기했다. 송민규가 대표적 아닌가. 2022 카타르 월드컵에 다녀왔던 선수다. (최)준이를 비롯한 몇몇 선수도 기대가 있었을 거다. 그런데 다 이유가 있다. 감독이 자기 스타일에 맞게 선수를 구성했을 것이다. 나는 우리 선수들에게 “거기에 맞게 했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송)민규에겐 “다음 월드컵까지 노릴 수 있지 않느냐”고 했다. 리그에서 더 잘하면 본인이 원하는 해외 진출도 할 수 있고, 다음 월드컵도 갈 수 있다. 여기서 실망하고 좌절할 게 아니라 계속 발전해야 한다.

훈련에 임하고 있는 송민규. 사진=이근승 기자
훈련에 임하고 있는 송민규. 사진=이근승 기자

Q. 송민규는 “우리 팀에서 김기동 감독께 제일 많이 혼나는 선수가 나”라고 하더라.

이유가 있으니까 그렇지(웃음). 아무나 욕하겠나. 민규가 더 잘됐으면 하는 마음에 쓴소리를 하는 거다. 내가 항상 이야기하지만 제일 무서운 건 무관심이다. 쓴소리를 한다는 건 가능성이 있고, 더 잘할 수 있는데 안 하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그런 가능성조차 없으면 아무 말도 안 할 거다. 무관심일 거다. 관심이 있으니까 더 신경 쓰고, 더 잘할 수 있는 부분을 끄집어내려고 하는 것이다. 너무 아쉬워서 그렇다.

Q. 김기동 감독과 송민규는 포항 시절부터 깊은 관계를 맺어왔다. 애정이 크다는 게 그라운드 안팎에서 느껴진다. 전반기만 봐도 송민규 영입 효과가 큰 것 같았는데.

선수들은 장단점이 명확하다. 민규가 오면서 턴오버가 줄었다. 지난해 그 자리에서 뛰었던 루카스는 저돌적이었다. 한 번 걸리면 상대를 비집고 들어가 페널티킥을 얻어내거나 골을 넣었다. 대신 잃어버리는 공이 많았다. 공격으로 나가다 역습을 허용하는 상황이 많았다. 그걸로 실점한 적도 있다. 민규에게 공이 가면 상대 페널티박스까지 나아간다. 그곳에서 우리가 더 많은 기회를 만들 수 있다. 공격 전개가 편안해졌다. 민규는 수비할 때도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안다. 민규가 오면서 팀이 안정감을 갖게 됐다.

Q. 클리말라가 팀을 떠날 수도 있다는 소문도 있었다.

요즘 팬들 무섭다(웃음). 팬들이 우리 팀 사정을 나보다 빨리 아시는 것 같다. 사실관계를 떠나서 어떻게 그런 얘기를 알게 되시는 건지 모르겠다. 클리말라가 나를 찾아와서 이야기했다. 오해가 생길 것 같아서 왔다더라. 클리말라가 “나는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고 분명하게 말했다. 대전하나시티즌전을 마치고 휴가가 있었는데, 휴가가 끝나자마자 찾아와서 이야기했다. 클리말라가 “오해 없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FC 서울 김기동 감독. 사진=이근승 기자
FC 서울 김기동 감독. 사진=이근승 기자

Q. 클리말라와 후이즈는 어떤 차이가 있나.

성향이 다르다. 클리말라는 힘이 있다. 저돌적으로 공간을 공략한다. 밀고 들어가는 스타일이다. 후이즈는 계속 돌아다니며 볼을 연결해준다. 마지막엔 페널티박스 안으로 들어가 떨어지는 공을 잘 잡는다. 세컨드 볼 냄새를 잘 맡는 유형이다. 상대 팀의 성향에 따라 선택하고 있다.

Q. 후이즈는 올해 초 페널티킥을 실축하는 등 첫 득점이 늦었다. 따로 해준 말이 있나.

그 뒤 햄스트링 쪽에 문제가 생기는 불운이 있었다. 컨디션이 페널티킥 실축 때문에 떨어진 게 아니라 부상 때문에 3주 정도 쉰 것이 문제였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그런 부분 때문에 떨어질 필요는 없다고 이야기했다. 그때는 사실 안데르손에게 페널티킥을 맡기고 싶었다. 그런데 선수들이 후이즈도 빨리 골을 넣어야 팀이 살아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후이즈가 자신 있게 ‘차겠다’고 했는데 내가 거기서 ‘차지 마’라고 할 순 없지 않나(웃음). 맡긴 것이다. 그건 내 책임이다. 내가 결정한 것이다. 후이즈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Q. 여름 일정이 빡빡하다. 선수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선수들이 잘 먹고 잘 쉬어야 한다. 로테이션을 어떻게 돌릴지가 중요하다. 완전히 다 바꿀 것인지, 시간 배분을 할 것인지, 한 경기씩 바꿀 것인지 여러 방법이 있다. 조화를 잘 맞춰야 한다. 냉정하게 두 팀 스쿼드가 나오진 않는다. 계속 뛰어야 하는 선수들이 있을 수밖에 없다. 다른 선수들은 어느 정도 시간 배분을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걱정은 된다.

Q. 선수들을 세심하게 관리한다. 김기동 감독은 누가 관리해주나.

인생 뭐 있나. 독고다이다(웃음). 포항에 있을 땐 아내가 많이 해줬다. 포항에 있을 땐 옆에 있으니까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 내가 서울로 온 뒤엔 전화 통화를 많이 한다. 그런데 전화로는 한계가 있더라. 사람을 보고 이야기하는 것과 전화는 다르다. 아내가 해줬던 이야기들을 선수들에게 인용할 때가 있다. 아내가 항상 많은 역할을 해준다. 서울에 와서는 조금 외롭다는 생각도 든다. 아내가 자주 못 온다. 그래서 이번 훈련 끝나면 바로 올라오라고 했다.

FC 서울 김기동 감독. 사진=이근승 기자
FC 서울 김기동 감독. 사진=이근승 기자

Q.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나.

내가 받는 스트레스는 승패, 선수들과의 관계, 구단과의 관계 등에서 올 것이다. 그중 가장 큰 건 이기고 지는 것이다. 성적이 좋지 않거나 경기력이 좋지 않으면 스트레스가 있다. 그런데 스트레스는 다음 경기에서 이기면 풀린다. 그다음 경기에서 지면 다시 쌓인다. 스트레스를 풀려고 좋아하는 걸 하러 가도 다음 경기 생각이 난다. 예를 들어 내가 골프를 좋아하지 않나. 경기에서 지면 골프 연습장도 안 가게 된다. 가도 경기 생각만 하니까. 그런데 이기면 나도 모르게 연습장에 가 있더라. 희한하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 움직이게 된다. 스트레스가 심할 땐 코인 노래방이라도 가서 소리라도 지르고 와야 하나 생각도 한다(웃음).

Q. 감독이라는 직업이 참 쉽지 않다.

쉽지 않다. 계약 기간은 진짜 숫자에 불과하다. 3~4년 계약이 무슨 의미가 있나. 성적이 좋지 않으면 바뀌는 자리다. 정말 쉽지 않다. 감독이 팀을 선택할 땐 자리만 보고 가는 것보다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이야기가 돼야 한다. 사비 알론소 봐라. 알론소 감독도 레버쿠젠에서 독일 분데스리가 무패 우승을 달성한 뒤 레알 마드리드에선 실패하지 않았나. 알론소 감독만 레알의 문화 안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그 안의 문화를 바꾸지 못한 거다. 감독 혼자 그 문화로 들어가서 팀을 바꾸는 건 쉽지 않다. 나만 들어가면 바위에 부딪히는 것과 같다. 밖에서는 ‘좋은 선수 가지고 왜 못하느냐’, ‘능력이 없느냐’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런데 안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혼자 바꾸는 건 정말 쉽지 않다.

김준호.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김준호.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Q. 아들인 김준호도 전역해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축구인 부자 아닌가. 아들 경기도 종종 챙겨보고 조언도 해주는 편인가.

아들에게 크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진 않는다. 그 팀의 전술적인 부분이 있다. 다만 미드필더로서 공을 받을 때 반응이나 움직임, 공을 좀 더 쉽게 처리하는 법을 이야기해준다. 시간과 장소가 맞으면 운동장으로 가서 얼굴도 본다.

Q. 프로축구 선수 아들을 바라보는 눈은 감독의 눈인가 아버지의 눈인가.

감독인 것 같다(웃음). 나는 객관적으로 보려고 한다. 평가가 냉혹하다. 그래서 아내가 별로 안 좋아한다. 그래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훈련 중인 FC 서울 선수들. 사진=이근승 기자
훈련 중인 FC 서울 선수들. 사진=이근승 기자

Q. 김기동 감독이 생각하는 ‘좋은 축구’란 무엇인가.

좋은 축구를 논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게 있다. 결과가 나와야 한다. 과정이 아무리 좋아도 결과가 없으면 좋은 축구라고 말할 수 없다. 축구가 좋아 보이지 않아도 우승하면 ‘좋은 축구’다. 팬들도 그렇게 생각한다. 언론도 그걸 나쁜 축구라고 하진 않을 것이다. 프로는 성적이다. 성적이 따라와야 좋은 축구라고 할 수 있다. 단, 내가 추구하는 건 있다.

Q. 그게 무엇인가.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즐거워야 한다. ‘이걸 왜 할까’가 아니라 ‘재밌네’, ‘새롭네’, ‘해볼 만한데’라고 느껴야 한다. 우린 그런 과정을 지켜보는 팬들을 감동시킬 수 있어야 한다. 거기에 결과가 나오면 좋은 축구가 아닐까 싶다.

FC 서울 김기동 감독. 사진=이근승 기자
FC 서울 김기동 감독. 사진=이근승 기자

Q. 마지막으로 서울 팬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서울에 와서 좋은 일도 있었고 정말 힘든 일도 있었다. 이제 3년 차를 맞았다. 전반기 15경기까지 팬들의 응원 덕분에 잘 왔다고 생각한다. 그 응원이 나와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됐다. 후반기엔 팬들도 더 큰 기대를 하실 것이다.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선수들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 땀이 헛되지 않도록 하겠다. 서울의 모든 구성원이 기대하는 결과물을 내기 위해 노력하겠다. 기대해 주셨으면 한다. 완연한 서울의 봄을 만들어가겠다.

[양양=이근승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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