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태국, 방콕) 이상철 기자] 결전의 날이 밝았다. 홍명보호는 1월15일 킹스컵 개최국 태국을 상대로 첫 단추를 잘 꿰고자 한다.
홍명보 감독이 누차 강조했듯이, 이번 대회는 ‘결과’보다 ‘과정’에 초점이 맞춰진다. 승리든, 실전 감각 회복이든, 골 결정력 향상이든, 부상 방지든, 이번 대회에서 원하는 목표를 얻어 7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을 향한 발걸음을 가벼이 해야 한다.
안전 운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올림픽 중동 원정 2연전이 3주가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이 레일을 달리는 과정에서 ‘이탈’이라도 발생하면 곤란하다.
그런데 이번 태국전을 앞두고 홍명보호가 조심해야 할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절대 방심해서는 안 된다. 1998년 방콕아시아경기대회 8강전처럼 상대를 얕잡아 봤다가, 한 방을 얻어 맞을 수 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태국이 올림픽대표팀보다 훨씬 낫다고 볼 수 없지만 그렇다고 많이 뒤처진다고 보기도 어렵다.
게다가 콕 집어, 킹스컵에서의 태국은 더욱 강해진다. 태국은 12회로 킹스컵 최다 우승국이다. 한국은 태국과의 역대 A매치에서 30승7무9패로 크게 앞서 있다. 그렇지만 킹스컵으로 범위를 좁히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11번 겨뤄 5승2무4패(승부차기 패배 포함)로 근소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과거 킹스컵에 참가했던 한 축구인은 지나친 홈 텃세와 극성스러운 태국팬의 일방적인 응원, 익숙하지 않은 그라운드를 이유로 들었다. 그 관계자는 “태국의 홈 텃세는 심하다. 주심의 편파 판정도 많았다. 선수들이 자제력을 잃고 흥분해 제대로 경기를 망쳤다. 잔디가 긴 그라운드 적응도 쉽지 않은데 공격과 수비라인을 왕복하는 게 평소보다 배로 힘들었다”고 옛 기억을 떠올렸다.
경기가 열릴 라자망갈라 국립경기장은 6만5,00만석 규모다.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경기장이나 그 웅장함은 대단하다. 김영권(오미야 아르디자)은 “경기장이 매우 크더라. 사람들로 꽉 찬다면 엄청날 것 같다”고 말했다.
태국 방콕 라자망갈라 국립경기장의 잔디는 물기가 있어 매우 미끄럽다. 태극 전사들은 물론, 홍명보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도 생전 처음 보는 유형의 잔디다. 사진(태국, 방콕)= 김영구 기자
그라운드 사정도 딱히 좋다고 말하기 어렵다. 올림픽대표팀은 13일과 14일, 이틀에 걸쳐 라자망갈라 국립경기장을 찾아 그라운드 적응 훈련을 가졌다. ‘떡 잔디’로 불리는 잎이 넓은 유형은 아니지만 여전히 전반적인 그라운드 사정이 고르지 않다. 움푹 패인 곳이 적지 않다. 홍명보 감독은 “경험해보지 못한 잔디”라고 했고, 한 코칭스태프도 “물기가 있어 매우 미끄럽다”라며 고개를 가볍게 흔들기도 했다. 여기에 한국과 태국의 경기에 앞서, 덴마크-노르웨이전을 치러 그라운드 사정은 더욱 엉망이 될 게 뻔하다.
태국팬의 열띤 응원은 예나 지금이나 유명하다. 그리고 그 지지에 보답하고자 태국 선수들도 열심히 뛴다. 특히, 태국은 킹스컵에 대한 의미를 크게 부여한다. 킹스컵을 통해 자국 축구의 자부심을 심어주고자 한다. 평소 상대하기 어려운 팀인 한국은 ‘좋은 먹이’일 수 밖에 없다.
태국의 현지 열기도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잉럭 친나왓 태국 총리는 태국 훈련 캠프를 찾아, 선수들을 격려했다. 그러면서 정정당당하게 이길 것을 당부했지만 그건 모를 일이다.
태국은 현재 칼을 갈고 있다. 2007년 대회 이후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가장 최근에 열린 2010년 대회에서는 1승2패로 3위에 그쳤다. 한 수 아래인 싱가포르에게만 1-0으로 이겼을 뿐, 폴란드와 덴마크에게는 3골씩 내주며 무릎을 꿇었다.
태국 선수들은 5년 만의 우승으로 지난해 홍수로 시름을 앓았던 자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선 한국을 먼저 잡아야 하는데, 거친 경기와 편파 판정이 나올 여지가 있다. 빈프리트 쉐퍼 태국 감독도 “경기에 나서면 우린 언제나 승리만을 갈망한다. 우승은 우리 차지다”라며 의지를 불태웠다.
홍명보 감독은 이에 대해 “그라운드 사정은 (한국이나 태국이나)같은 조건이다. 특별히 중요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태국팬의 극성스러운 응원 또한 크게 우려하지 않았다. 이런 것들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선수들이 잘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깔려있다.
그래도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야 하며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또한 올림픽대표팀은 비시즌 중이고 2012런던올림픽 최종 예선 중동 원정 2연전을 대비하고 있어, 아직 100% 경기력까지 끌어 올리지 않았다. 킹스컵에서 태국을 상대할 때 경계심을 늦춰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