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잠실 NC-LG전. 승승장구하던 LG가 50일 만에 3연패의 늪에 빠져 위기론에 휩싸인 날이었다.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던 LG를 위기에서 구한 것은 LG 외야수 이진영이었다.
이진영은 연장 10회말 끝내기 한 방으로 3연패 탈출과 함께 위기론을 날렸다. 이진영의 개인 통산 세 번째 끝내기. 그라운드에서 기뻐하고 있는 이진영에게 빠질 수 없는 것은 세리머니였다. 더그아웃에 있던 선수들은 동시에 뛰어나가 손에 들고 있는 물통에 물을 뿌리며 ‘물벼락’ 세리머니를 했다. ‘캡틴’ 이병규도 ‘수호신’ 봉중근도 달려들었다.
LG 트윈스의 동갑내기 정성훈(왼쪽)과 이진영이 환하게 웃으며 승리를 만끽하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하지만 이날 정작 화제를 모은 세리머니는 따로 있었다. 이진영이 경기 후 수훈선수 방송 인터뷰를 할 때였다. 차분하게 극적인 승리 소감을 말하고 있는 이진영 앞으로 한 남자가 터벅터벅 걸어왔다. 세리머니라고 느끼지 못할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먹기 좋게 껍질을 벗긴 바나나 하나를 건네고 유유히 사라졌다. 내야수 정성훈이었다.
순간 이진영이 어쩔 줄 몰라하며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웃었고, 인터뷰를 진행하던 아나운서도 당황하긴 마찬가지였다. 결국 이진영은 한 손에 바나나를 든 채 인터뷰를 무사히(?) 마쳤다.
정성훈의 즉흥적인 재치였다. 정성훈은 끝내기 안타를 친 동갑내기 이진영에게 특별한 세리머니를 하고 싶었다. 정성훈은 “뭔가 다른 걸 해주고 싶었는데 내 주변에 있는 게 바나나더라”며 “특별한 의미는 없이 그냥 바나나를 들고 가서 줬다”고 했다. 하지만 정성훈이 노린 세리머니는 바나나를 건네는 것이 아닌 이진영의 다음 행동이었다. 정성훈은 “난 진영이가 바나나를 들고 마이크처럼 인터뷰를 하기를 기대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더라”며 실망한 눈치를 보인 뒤 “내 센스를 진영이가 받아주지 못했다”고 웃었다.
이진영도 황당했던 당시 심정을 전했다. 이진영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세리머니였다. 내가 그날 수건을 들고 있었기 때문에 물을 뿌릴 줄 알았는데 갑자기 바나나를 주더라. 바나나를 들고 인터뷰를 할 생각도 못했다”며 “다음부터는 그런 세리머니는 사양하겠다. 그냥 얌전하게 인터뷰만 하도록 내버려 달라”고 싱글벙글 웃었다.
LG는 지난 5월 ‘물벼락’ 세리머니로 한바탕 논란을 일으켰다. 정성훈의 ‘바나나’ 세리머니는 그래서 더 신선했다. 엉뚱한 행동으로 ‘4차원’라는 별명도 갖고 있는 정성훈이 또 어떤 돌발 세리머니를 준비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