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함은 잠시 접었다. 레드카펫을 장식하던 과감한 실루엣 대신, 배우 전종서는 한소희와 함께 ‘눈빛’으로 무대에 섰다. 노출도, 과장도 없는 차분한 차림 속에서 두 배우는 영화 프로젝트 Y가 택한 방향을 분명히 보여줬다. 이번 작품의 승부수는 비주얼이 아니라 연기였다.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영화 프로젝트 Y 제작보고회에는 배우 한소희, 전종서, 김신록, 정영주, 이재균, 유아와 이환 감독이 참석했다. 이날 현장은 이전 공식석상에서 보여줬던 화려한 이미지와는 결이 달랐다. 특히 전종서는 ‘황금골반’이라는 별명으로 회자되던 과거의 강렬한 이미지 대신, 절제된 스타일링과 안정적인 태도로 시선을 모았다.
네이비 톤의 니트 상의와 블랙 스커트, 군더더기 없는 실루엣은 의도적으로 시선을 분산시키지 않았다. 포즈 역시 과장 없이 정면을 응시하거나 짧은 미소로 마무리됐다. 대신 눈빛과 표정의 밀도가 자연스럽게 강조됐다. 이날 전종서의 선택은 ‘보여주는 몸’이 아니라 ‘말하는 얼굴’이었다.
함께한 한소희 역시 같은 흐름 위에 있었다. 두 배우는 제작보고회 내내 나란히 서 있을 때도 서로를 압도하려 하지 않았다. 톤을 맞춘 차분한 스타일링 속에서 각자의 캐릭터를 설명할 때는 눈빛과 말의 리듬으로 존재감을 쌓아 올렸다. 자연스럽게 ‘투샷 시너지’는 외형이 아닌 호흡에서 만들어졌다.
이는 지난 9월 부산국제영화제 레드카펫에서의 모습과도 대비된다. 당시 두 배우는 과감한 드레스와 실루엣으로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레드카펫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했다. 반면 이번 제작보고회에서는 그 화려함을 내려놓고, 작품 속 인물에 집중하는 방향을 택했다.
특히 전종서는 과거 시구 장면을 통해 ‘황금골반’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글로벌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그러나 이날만큼은 그 상징을 스스로 뒤로 미뤘다. 대신 프로젝트 Y 속 ‘도경’이라는 캐릭터를 설명하는 데 집중했고, 한소희와의 관계성 역시 감정과 서사 중심으로 풀어냈다.
프로젝트 Y는 화려한 도시 한가운데에서 다른 내일을 꿈꾸는 미선과 도경이 인생의 벼랑 끝에서 검은 돈과 금괴를 훔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감독과 배우들이 한목소리로 강조한 키워드 역시 ‘관계’, ‘욕망’, ‘선택’이었다.
이날 전종서와 한소희의 모습은 작품의 방향성을 그대로 닮아 있었다. 과시 대신 밀도, 화제성 대신 몰입. ‘황금골반’을 내려놓고 ‘눈빛 연기’를 선택한 이유는 분명했다. 이번에는 보여주기보다, 연기로 설득하겠다는 선언에 가까웠다.
[김승혜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