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루이빌) 김재호 특파원] 미국 켄터키주에서 가장 큰 도시 루이빌. 오하이오강이 도시를 끼고 도는 이곳에는 거대한 배트가 벽을 기대고 서 있는 건물이 있다.
메이저리그 타자들의 60% 이상이 사용하는 배트 제조사 ’루이빌슬러거’의 공장과 박물관을 찾아 온 것이라면, 제대로 찾은 것이다.
’루이빌 슬러거 박물관’은 지난해에만 31만 4149명의 관람객이 찾은, 미국의 대표적인 야구 기념 명소다. 전시물과 영상물, 그리고 공장 견학 코스로 이뤄진 이 박물관에서는 메이저리그 배트의 과거와 현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백미는 공장 투어다. 배트가 제조되는 과정을 시작부터 끝까지 지켜볼 수 있다. 과거에는 기술자가 기계틀을 이용해 직접 손으로 나무를 깎고 수치를 재며 작업했지만, 지금은 장인들이 모두 은퇴하면서 100% 기계를 이용한 생산이 이뤄지고 있다. 둥그란 나무 토막이 기계에서 배트로 만들어지는데 걸리는 시간은 20초면 충분하다. 그렇다고 사람의 몫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직원들은 기계에서 나온 배트를 꼼꼼히 검사하고, 도색 후 건조 중인 배트를 세심하게 관리하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현역 선수들이 사용하는 배트의 견본을 직접 만져볼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진다. 메이저리거들이 실제로 주문한 배트가 생산되는 과정도 목격할 수 있다. 이곳을 찾았던 지난 23일(한국시간)에는 마더스 데이에 사용할 핑크색 배트를 제작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베이브 루스가 사용한 배트. 홈런을 칠 때마다 하나씩 자국을 남겼다. 사진(美 루이빌)= 김재호 특파원
이곳 관계자에 따르면, 메이저리그에 사용되는 나무 배트는 물푸레나무와 단풍나무를 원료로 사용한다. 물푸레나무는 배트 한개당 가격이 60달러, 단풍나무는 이보다 비싼 90달러 수준이며,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한 해 평균 150개 정도의 배트를 주문한다.
스프링캠프와 162경기를 치르는 정규 시즌, 플레이오프, 그리고 경기 전 진행되는 타격 연습을 생각하면 결코 적은 양이 아니다. 그중 일부는 사용하지 않고 남겨놓았다 자선 겸애 등에 내놓기도 한다.메이저리그를 기준으로 배트 비용은 구단이 지불한다. 그러나 개인 기록이 걸려 있는 경우 선수가 지불하는 경우도 있다. 기록에 사용된 배트의 소유권을 선수가 갖기 위해서다.
조 디마지오(위), 행크 아론(아래)이 사용한 배트도 전시되어 있다. 사진(美 루이빌)= 김재호 특파원
배트의 끝부분을 동그랗게 파는 것을 커핑(cupping)이라고 하는데, 이는 배트의 무게를 줄이기 위한 것이다. 선수들이 배트를 주문할 때 커핑 여부를 따로 부탁한다. 루이빌 슬러거 배트를 사용하는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40% 정도가 이를 부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빠른 스윙을 위한 가벼운 배트가 대세가 된 결과다.
박물관 입구에는 루이빌 슬러거 배트를 사용한 선수들의 사인이 빼곡하게 자리했다. 그중에서도 명예의 전당 멤버들은 따로 모은 모습. 사진(美 루이빌)= 김재호 특파원
켄 그리피 주니어의 명예의 전당 입성을 기념하는 전시물. 사진(美 루이빌)= 김재호 특파원
루이빌 슬러거는 독일계 이민 2세대인 존 앤드류 "버드" 힐러리히가 1880년대 가업으로 물려받은 목공예점에서 자신을 위한 배트를 만든 것에서 출발했다. 1905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스타 유격수 호너스 "더 플라잉 더치맨" 와그너가 힐러리히와 배트 용품 계약을 맺으면서 그의 배트 제작 사업은 본격적으로 번창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연간 180만 개의 나무 배트를 제작하는 대형 업체가 됐다.
공장과 함께 위치한 전시관에는 베이브 루스, 조 디마지오, 재키 로빈슨, 행크 아론 등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스타들이 사용했던 배트가 전시되어 있다. 야구를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꼭 들러봐야 할 성지 중 한 곳이다.
루이빌 슬러거는 매 시즌 각 포지션에서 공격이 뛰어났던 선수에게 수여하는 실버슬러거의 후원사이기도 하다. 사진(美 루이빌)= 김재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