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팅이 들리는 곳에 금(金)이 이었다. 이젠 ‘파이팅 보이’라는 별명이 붙은 김제덕(17·경북일고)은 한국 남자 양궁의 두 번째 올림픽 2관왕이 됐다.
한국 양궁의 승승장구는 계속된다. 그 중심에는 남녀 대표팀 모두의 막내 김제덕이 있었다. 지난 24일 혼성단체전에서 안산(20·광주여대)과 함께 금메달을 일궈낸 김제덕은 26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양궁 남자 단체전에서도 대선배 오진혁(40·현대제철) 김우진(29·청주시청)과 함께 금메달을 일궈냈다.
양궁 국가대표 김제덕이 26일 오후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남자양궁 단체전 일본과의 4강전 경기에서 포효하고 있다. 사진(일본 도쿄)=천정환 기자
이날도 어김없이 김제덕의 “파이팅!” 소리가 양궁장을 가득 채웠다. 무관중으로 치러지는 이번 올림픽에서 김제덕의 파이팅 소리는 유독 크게 들렸고, 한국 대표팀에 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25일 양궁 여자 단체전에서 여자 대표팀이 금메달을 따낸 뒤에도 김제덕의 ‘파이팅’은 효과음처럼 들렸다.
특히 이날 남자 단체전에서 김제덕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일본과의 준결승에서 한국은 세트스코어 4-4로 슛오프 끝에 결승 진출팀을 가려야 했다. 2번 사수로 나선 김제덕은 10점을 맞췄는데, 슛오프에서도 한국과 일본은 28점으로 동률을 이뤘다. 다만 김제덕의 10점 화살이 과녁 정중앙에서 3.3cm, 일본의 것은 5.77cm에 자리했고, 과녁에 가까운 화살을 쏜 팀이 승리하는 규정에 따라 한국이 결승에 올라갔다. 약 2.4cm 차이의 극적인 승리였다.
대만과의 결승전에서도 완벽한 기량을 뽐냈다. 2세트에서는 두 선배와 함께 6발을 모두 10점에 맞히는 60점 만점 퍼펙트 세트를 만들었다. 활시위를 당기기 전에는 특유의 파이팅으로 기를 불어넣었고, 사대에 섰을 때는 흔들림 없이 과녁을 정조준하는 무서운 집중력을 선보였다.
김제덕은 지난 2016년 한 방송프로그램에 양궁 영재로 소개돼 화제를 모았다. 혼성단체전 금메달로 양궁 최연소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다. 이제 단체전 금메달로 한국 남자 양궁의 두 번째 올림픽 2관왕으로 기록된다. 남자 양궁 첫 번째 2관왕은 2016 리우자네이루올림픽 개인전과 단체전을 석권한 구본찬(28·현대제철)이었다.
이날 어머니가 안계시고, 불편한 아버지를 모시는 소년가장이라는 사연까지 전해졌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파이팅을 외치며 긍정에너지를 내뿜는 ‘파이팅 보이’가 이제 한국 양궁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김제덕은 이제 개인전에서 3관왕 도전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