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투수 류원석(33)은 지난 9일 잠실 한화 이글스전에서 올 시즌 첫 1군 등판을 가졌다. 1군 마운드를 밟은 건 지난해 10월 13일 롯데 자이언츠전 이후 11개월 만이었다.
시작은 순조로웠다. 팀이 8-1로 앞선 8회초 LG의 세 번째 투수로 등판해 선두타자 김태연(24)과 에르난 페레즈(30)를 연이어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괴력을 보여줬다. 최고구속 155km를 찍은 날카로운 직구에 타자들은 전혀 방망이를 맞추지 못했다.
하지만 류원석은 이후 이성곤(31), 최인호(21), 백용환(32)을 볼넷으로 출루시키며 만루의 위기를 자초했다. 빠른공의 제구가 말을 듣지 않으면서 스트라이크 존에 공을 넣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 9일 잠실 한화 이글스전에서 올 시즌 첫 1군 등판을 마친 LG 트윈스 투수 류원석. 사진=김영구 기자
4연패에 빠져 있던 LG로서는 여유를 부릴 상황은 아니었다. 자칫 대량 실점으로 이어져 점수 차가 좁혀진다면 쫓기는 건 LG 쪽이었다. 그러나 류지현(50) LG 감독은 류원석에게 8회를 끝까지 맡겼다. 류원석은 풀카운트 승부 끝에 노태형(26)을 스탠딩 삼진으로 처리하고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류 감독은 10일 한화전에 앞서 “류원석이 실점을 했더라도 8회를 끝까지 맡기려고 했다. 그 상황에서 교체했다면 다음에 또 마운드에 올릴 수 없다”며 “그래도 점수를 안 주고 마무리를 잘 해줘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원석의 하드웨어와 구위는 팀 내 누구나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신장 188cm, 90kg의 건장한 체구를 활용해 포수 미트에 꽂아 넣는 강속구의 움직임은 현란하다. 우완 정통파가 아닌 사이드암 유형이기 때문에 타자 입장에서는 더 생소하다.
문제는 제구다. 류 감독은 “류원석의 구위에 대한 의심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다만 2군에서 던질 때와 1군에서 피칭할 때 제구력의 차이가 크다”며 “쉽게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지만 어느 순간 스스로 깨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 감독은 다만 류원석이 마운드 위에서 보여주는 파이팅 넘치는 모습에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류 감독은 “중고참의 나이대의 있는 선수가 얼마나 절실했으면 큰 점수 차에도 집중하면서 던지는 게 보였다”며 “감독으로서, 또 야구 선배로서 큰 감동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또 “투수코치를 통해 타자를 못 치게 해서 잡으려고 하기보다 치게 해서 아웃 카운트를 늘리는 쪽으로 생각을 바꿔보자는 메시지를 전달했다”며 “조금만 생각이 바뀐다면 뒤늦게 꽃을 피우는 선수들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