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하게 뒷문을 걸어 잠가줄 거라고 믿었던 카드가 외려 패배의 원인이 됐다. ‘돌부처’는 8년 만에 밟은 가을야구 무대에서 고개를 숙였다.
삼성은 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1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3전 2선승제) 1차전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4-6으로 졌다.
삼성은 1회말 2득점으로 기선 제압에 성공했지만 이후 2회초 2-3으로 역전을 허용했다. 7회까지 추가 득점에 실패한 가운데 8회초 1실점 후 8회말 공격에서 한점을 만회해 3-4 한 점의 격차를 유지했다.
삼성 라이온즈 마무리 오승환이 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9회초 2실점을 기록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대구)=김영구 기자
9회초만 실점 없이 넘긴다면 중심타선이 타석에 들어서는 9회말 마지막 공격에서 충분히 반전을 노려볼 수 있었다. 마운드를 지키던 우규민이 9회초 양석환, 허경민을 쉽게 범타로 처리하면서 9회말 동점을 향한 희망을 이어가는 듯 보였다. 하지만 허삼영 삼성 감독은 여기서 마무리 오승환을 투입하는 선택을 했다. 세이브 상황도, 실점 위기도 아니었지만 팀의 클로저로 9회초를 매듭지어 홈팬들 앞에서 분위기를 끌어올린 뒤 9회말 공격에 돌입하겠다는 계산이었다.
오승환의 한국 무대 포스트시즌 등판은 지난 2013년 11월 1일 대구 시민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7차전 이후 8년 만이었다. 허 감독은 2016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개장 이후 첫 가을야구에서 9회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오승환이 책임지는 상징성도 고려한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오승환 투입은 삼성에게 최악의 결과를 낳았다. 오승환이 첫 타자 박세혁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하며 스코어는 3-5로 벌어졌다. 삼성 벤치가 전혀 예상치 못했던 흐름이었다.
오승환은 안정을 찾지 못했다. 김재호, 강승호에게 연속 안타를 맞아 2사 1, 2루의 추가 실점 위기에 몰렸고 정수빈의 적시타까지 이어지면서 스코어는 3-6이 됐다. 게임 흐름은 두산 쪽으로 완전히 넘어갔다. 삼성은 9회말 1사 후 구자욱의 솔로 홈런으로 한 점을 만회했지만 결국 두 점 차로 무릎을 꿇었다.
허삼영 삼성 감독은 경기 후 “9회초 2사 후를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마지막 공격을 노리고 있었다”며 “오승환이 홈에서 좋은 공을 던져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등판시켰다”고 설명했지만 분위기가 살아난 건 두산 쪽이었다. 두산은 오승환을 무너뜨렸다는 자신감을 안고 2차전에 임할 수 있게 됐다.
반면 2차전을 지면 시리즈 탈락인 삼성은 오승환의 예상 밖 부진 속에 부담감만 더 커졌다. 확실한 셋업맨이 없는 상황에서 오승환 투입 시점에 대한 고민만 깊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