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서진에게도 이런 모습이 있을 줄이야. 코미디 장르에 뛰어든 이서진은 대머리 가발을 착용, 파격 변신을 시도하며 시청자들의 배꼽 사냥에 나섰다.
지난 1999년 SBS 드라마 ‘파도위의 집’으로 데뷔한 이서진은 드라마 ‘다모’ ‘불새’ ‘이산’ ‘참 좋은 시절’ ‘결혼계약’, 영화 ‘완벽한 타인’ 등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진중하고 묵직한 모습을 연기했던 이서진은 OTT 플랫폼 티빙을 통해 공개된 ‘내과 박원장’을 통해 색다른 변신을 꾀했다.
‘내과 박원장’은 1도 슬기롭지 못한 초짜 개원의의 ‘웃픈’ 현실을 그려낸 메디컬 코미디로, 진정한 의사를 꿈꿨으나 오늘도 파리 날리는 진료실에서 의술과 상술 사이를 고민하는 박원장의 적자탈출 생존기다. 극중 이서진은 짠내나는 박원장을 완벽하게 소화해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배우 이서진이 MK스포츠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후크엔터테인먼트
“제가 그동안 한 작품 중에 가장 재미있고 편하게 하지 않았나 싶다. 어려운 점은 특수분장하고 촬영하는 것이 어려웠고 다른 거는 다 재미있게 잘 촬영했다. 민머리는 저는 사실 변신했다고 생각 안 했다. 코믹한 모습은 제가 가지고 있는 모습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변신이라고 생각 안 한다. ‘이서진 전 재산 탕진했다’ ‘이서진이 이렇게까지 하면 봐줘야한다’는 댓글이 있던데 참 재미있더라.” 실제 지인들의 반응이 뜨거웠을 것 같다. “주변에 의사분들이 제가 ‘박원장’을 한다고 했을 때 많이 문자를 보내줬다. ‘기대가 크다’, ‘애환을 잘 표현해달라’고 했다. 드라마가 방송되고 나서부터 그런 이야기는 잘 안하시고 재미있다고 많이들 이야기를 해줬다. ‘박원장’이 의술을 보여주는 드라마가 아니고 삶이 고달픈 사람의 이야기라서, 초반에 그렇게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하긴 하더라. 개원을 했을 때 박원장처럼 힘들었다고 하더라. 다들 분장 때문에 초반에 반응이 좋았다.”
왕, 실장 전문 배우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인 이서진. 평범한 40대 중년 가장 연기가 익숙하지 않았을 것 같다.
“왕, 실장 이런 역할이 저한테 익숙하지 않고 저는 40대 중년이 더 익숙하다. 지나온 길이기 때문에. 저는 애환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의사 선생님도 제가 존경하고, 사람을 고쳐주는 직업을 존경하는데 이런 분들이 처음 개업할 때 아픔과 힘듦을 겪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아서 마음 아픈 부분이었다. 연기하는 것은 오히려 재미있었고 호흡도 재미있었는데, 특수분장이라던지, 여자 분장이 힘들었다.”
배우 이서진이 MK스포츠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후크엔터테인먼트
여태까지 참여한 촬영장 중 제일 재밌는 촬영장이었다고 말했다. 출연 배우 라미란, 차청화, 신은정, 김광규, 정형석, 서범준 등과의 호흡은 어땠을까. “너무 좋았죠. 신은정 씨, 광규 씨는 워낙 가까웠고 라미란 씨, 차청화 씨는 워낙 성격이 밝은 분들이다. 코미디에 다들 적합한 분들이 와서 호흡하는데 지장이 없었다. 촬영 안 할 때 광규형이랑 친하니까 티격태격 놀 때가 있는데 주변분들이 재미있어하고, 다들 농담도 하고. 연기 경력이 다들 있는 분들이라서 큐 들어가기 전에 다들 노느라 바빴다.”
‘내과 박원장’은 매회마다 초짜 개원의의 에피소드가 있었다. 실제 직업이 의사는 아니지만 가장 공감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무엇이었을까.
“모든 의사분이 그런 말을 하시더라. 개원을 하면 특히 내과는 환자가 많지 않아서 힘들다고 하더라. 계산을 해보니까 환자들이 많지 않으면 병원을 꾸려나가기 힘들다고 들었다. 그런 에피소드를 공감하는 편이었다. 그래서 의료보험이 안되는 비보험료를 늘리는 게 이해가 되더라. 내과뿐만 아니라 비보험료 되는 쪽으로 넓히는 게 계속 나올 예정인데, 그걸 보면서 이해는 되더라. 내과만 하지 않고 여러 가지 함께 하지 않나. 그런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작품은 호평을 많이 받기도 했지만, 인터뷰 형식이나 과도한 카메라 무빙으로 인해 낯섦을 느끼는 시청자들도 있었다.
“저는 요런 식의 연출은 해외에서 많이 봐서 저는 어색하지 않았다. 낯설지 않고 시도하지 않았던 것이기 때문에 저는 괜찮지 않을까 싶다. 이런 시도를 한 것 중에 해외에서 잘된 시리즈를 봐서 좋다고 생각했다. 낯설 수 있지만 똑같은 식으로 하면 재미없을 것 같고, 이건 ‘박원장’만의 특징이라고 생각했다. 인터뷰를 중간에 하는 것이 예능하는 느낌 같았다. 편안하게 웃을 준비하면서 보면 웃을 수 있고. 몰입을 하면 불편하실 수 있지만, 편하게 보셨으면 좋겠다.”
배우 이서진 인터뷰. 사진=후크엔터테인먼트
여장, 민머리 등 쉽게 도전하기 힘든 분장을 했다. 작품을 하다가 현타를 느낀 적은 없었을까. “사실 대머리 분장은 사실 제가 제의를 한 거고, 여장은 미처 대본을 못 본 상태에서 결정을 한 거다. 대머리 분장은 생각보다 잘 어울려서 웃겨야 하는데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여장은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고, 분장팀이 안 어울리니까 아이섀도를 한다고 해서 제가 버럭하긴 했지만, 기분 나쁘지 않은 현장이라서 그냥 그렇게 넘어갔다. 저는 짜증났지만 여장을 만족한 분들도 있기 때문에.(웃음)”
우여곡절이 많은 박원장을 연기한 이서진. 대중에게는 완벽 그 자체로 보이는 그도 중년이 되고 느끼는 고민이 있을까.
“저는 머리숱이 많긴 하지만 탈모는 중년들이 고민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당연하게 저도 있고, 저도 병원에 가는 횟수가 늘어나고 있어서 중년으로서 많은 고민이 있다. 건강에 대한 고민이 가장 많지 않나 싶다.”
‘내과 박원장’을 끝 마치고, 스스로 코미디 연기에 점수를 준다면 몇 점일까. 과거 인터뷰에서 더 이상 멜로는 안하고 싶다고 한 바 있는데, 그 생각은 여전할까. 또 앞으로 코미디를 도전할 의향이 있을지 물었다.
“(코미디 연기는)그냥 열심히 할 뿐이다. 코미디를 일부러 안 한 건 아니고 좋아하는데, 제가 만족스러워하는 코미디 대본이 온 적이 없어서 안 와서 안 했던 거다. ‘박원장’처럼 B급 감성을 제가 좋아하기 때문에 재미있는 코미디라면 출연할 계획이 있다. 멜로는 그다지 하고 싶다는 생각이 없고, 이제 멜로를 하려면 뜨거운 것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이 식어서 불씨를 살릴 수도 없을 것 같아서 힘들지 않을까..(웃음)”
원픽으로 꼽았던 라미란과 부부 연기를 펼쳤다. 호흡이 좋았다고 계속 언급한 이서진, 다음 작품에서 또 함께 하고 싶을까. “사실 라미란 씨는 저의 원픽이죠. 작품을 할 때마다 하고 싶었는데 함께 해서 좋았고, 이번에는 코미디를 했지만 라미란 씨하고 정극도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스릴러 같은 것도. 라미란 씨는 코미디 뿐만 아니라 정극에서도 너무 좋은 배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다음 작품에서도 만나고 싶다). 어떤 역을 해도 잘 어울리고 스며들 것 같았다. 그래서 전부터 라미란 씨랑 꼭 해보고 싶었다.”
예능에서 편안한 모습을 보여준 이후에도 배우로서 작품 활동에서도 더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보면 배우 개인으로서의 성취보다도 작품 자체에 더 많은 기대를 하고 계신 것 같다.
“저는 큰 목표는 가지고 있지 않는 것 같다. 나이가 점점 늘면서 개인으로서 충분히 너무 감사할 정도로 성취가 된 것 같고, 사랑을 받은 것 같아서 이제는 한 작품의 일원으로서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이다. 나이가 들면서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는 일이 많이 생긴 것 같다. 작품이 잘되면 하겠다는 것보다는 하면서 재미있을 것 같은 작품을 고르는 것 같다. 앞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할지 모르겠지만 재미있는 작품을 계속 선택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