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점차에서 투수로 나온 외야수, "실망스럽다"고 자책한 이유는? [현장스케치]

팀이 크게 뒤진 상황에서 투수로 변신한 탬파베이 레이스 외야수 브렛 필립스(28)는 자신의 투구 내용에 실망한 모습이었다.

필립스는 12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세인트 피터스버그의 트로피카나필드에서 열린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 홈경기 9번 우익수 선발 출전했다.

팀이 1-9로 크게 뒤진 8회초 마운드에 올랐다. 투수 등판은 지난해 7월 3일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원정경기 이후 두 번째. 당시 우스꽝스런 투구폼으로 화제가 됐던 그는 이번에도 비슷한 투구폼으로 공을 던졌다. 8회는 투구 수 5개로 마무리했으나 9회 2사 만루에서 쉘든 노이스에게 만루홈런을 허용했다.

탬파베이 외야수 필립스는 이날 8회초 투수로 등판했다. 사진(美 세인트 피터스버그)=ⓒAFPBBNews = News1
경기 후 취재진을 만난 그는 "엄마에게 전화해서 오늘 최고의 구위가 아니었다고 설명해야한다"며 자신의 투구에 대해 실망한 모습을 보여줬다. 어차피 결과는 상관없는, 그저 투수들을 쉬게 해주려는 등판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오클랜드 타자들은 오늘 정말 무서운 타격을 보여줬는데 이들을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스스로 나에 대한 기대치를 높게 잡고 있다"며 기대에 못미치는 투구였다고 말했다.



이어 "이곳은 메이저리그다. 가운데로 실투는 허용되지 않는다. 200파운드가 넘는 강철 인간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코스로 공이 들어오면 강타하기 마련이다. 오늘 볼넷 몇 개는 정말 되돌리고싶다"고 덧붙였다.

이날 탬파베이는 선발 루이스 파티뇨가 1회 갑작스런 부상으로 내려간 이후 네 명의 투수를 소비했다. 더 이상 투수를 소모할 수 없었기에 그가 나섰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내가 가장 먼저 나올 선수라는 것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라며 "외야 수비든, 주루든, 타격이든 투구든 무엇이든 팀에 가치가 되는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8회말 투수로 변신한 이후 타격까지 소화했다. 레이스 구단에 따르면 트로피카나필드에서 투수로서 타격한 것은 그가 세 번째. 지난 2009년 5월 17일 앤디 소난스타인이 라인업 카드 오기로 지명타자대신 타선에 들어가며 타석을 소화한 이후 처음이다.

그는 이같은 사실에 "별로 놀랍지 않다. 위대한 역사의 일부가 됐다. 특히 내 고장에서 나같은 투타 겸업 슈퍼스타가 그런 기록을 남기게됐다"며 생각을 전했다.

케빈 캐시 감독은 "너무 감사하다"며 어려운 일에 나서준 필립스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우리 팀은 그의 투구 덕분에 내일을 좀 더 좋은 상태로 맞이하게됐다. 팬들도 그 순간을 즐겼을 것이다. 오늘 우리가 많이 보여주지 못했던 것"이라며 그의 투구가 가진 의미에 대해 말했다.

필립스는 9회초에는 파울 플라이를 슬라이딩 캐치로 잡는 묘기를 선보였다. 사진(美 세인트 피터스버그)=ⓒAFPBBNews = News1
필립스는 9회초 투구 도중 묘기를 보여주기도했다. 세스 브라운의 파울 타구를 3루 파울구역까지 전력질주로 쫓아가 슬라이딩 캐치로 잡아냈다. 그는 "솔직히 말하겠다. 내가 만약 '올해 최고의 투수 캐치상'을 수상하지 못한다면 정말 실망할 것"이라며 자신의 캐치에 대해 말했다. 이어 "다음 캠프 때 투수들에게 '진짜 운동 신경이 좋은 투수가 이런 것'이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다. 프런트와 논의해보겠다"고 덧붙였다.

캐시 감독은 "믿을 수 없는 수비였다"며 필립스의 캐치에 대해 말했다. "얼마나 많은 투수들이 그런 플레이를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아마 그 장면은 올시즌 내내 하이라이트 영상에 포함될 것"이라며 말을 이었다.

평소에 보기 힘든 진기명기를 보여줬지만, 그렇다고 이날 패배의 아쉬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캐시 감독은 "원하는 대로 풀린 것이 하나도 없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파티뇨를 잃은 그는 "다시 전열을 정비하겠다. 우리 팀에는 충분한 선수층이 남아 있다. 이런 상황에 익숙해진 느낌이다. 선수층에 의존하며 매치업을 통해 실점을 막을 수 있는 창의적인 방법을 생각하내겠다"고 말했다.

필립스는 "끝까지 남아서 응원해준 팬들에게 감사하다. 162경기 시즌을 치르다보면 이런 일도 일어나기 마련이다. 우리는 내일 다시 돌아와서 우리의 할 일을 할 것"이라며 반등을 다짐했다.

[세인트 피터스버그(미국) =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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